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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Yonu Jun 09. 2024

테러

그러던 중 도심 한복판에서 폭발물 테러가 발생했다. 사상자가 120명에 달하는 큰 사건이었다. APAR은 활동을 잠시 중단하고 애도의 기간을 가졌다. 그런데 화살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왔다. 정부가 테러의 배후로 APAR을 용의 선상에 올린 것이다. APAR은 "전혀 관련이 없다"라고 즉각 대응했으나 소셜네트워크(SNS)를 타고 음모론은 끊임없이 퍼졌다.



사람들은 테러 전 CCTV 영상을 픽셀이 다 깨지도록 확대해 가며 APAR 회원들이 테러에 가담했다고 지목했다. 특히 얼굴이 많이 알려진 재홍-올리버가 타깃이 됐다. 사람들은 재홍-올리버의 사진을 가지고 테러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성이 그와 닮았다고까지 했다. 재홍-올리버의 집에는 기자들이 몰려들었고 일부 흥분한 사람들이 그의 집 창문에 돌이나 쓰레기를 던지기도 했다. 재홍-올리버의 일상은 무너졌다.


일부 유튜버들은 소유자가 확실하지 않은 쓰레기까지 뒤져가며 재홍-올리버가 폭탄을 제조했다고 주장했다. 재홍-올리버는 경찰에 자진 출두해 테러 발생 당시 APAR 본부에 있었다며 CCTV, 드론, 자동차 블랙박스 영상 등 알리바이를 제출해 혐의를 벗었다. 하지만 그를 향한 이유 모를 분노는 쉽게 잠재워지지 않았다.

결국 재윤-제임스는 재홍-올리버의 APAR 회원 자격을 박탈한다고 밝혔다. 재홍-올리버도 동의한 일이었다. 자신이 계속 APAR에 남아있으면 단체를 향한 마녀사냥이 지속될 것임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재윤-제임스도 복잡한 상황임은 마찬가지였다. 선거는 다가오는데 APAR 활동이 주홍글씨로 남아 선거에서 패배하게 될 수도 있었다. 재윤-제임스는 APAR 회관에서 자취를 감췄고 회원들 사이에서는 그가 APAR을 탈퇴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민서-맨디도 아버지의 영향으로 회관에 나오지 않았다. 간간히 지석-데이비드의 연락에 답장만 할 뿐이었다. 한때는 어른아이들로 왁자지껄하고 힘이 넘치던 회관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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