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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Yonu Jun 05. 2024

파고


APAR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자 정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전쟁이 끝난 후 '패스트 그로운 프로젝트'는 아동권 침해 등을 이유로 국제 사회에서 지탄의 대상이 됐다. 비판을 피하기 위해 국제기구에 어른아이 참전 장병 수를 축소한 보고서를 제출했다가 들통이 나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정부에게 어른아이들은 존재 자체가 껄끄러운 대상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어른아이들이 단체 행동에 돌입했으니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혹시라도 APAR이 해외 정부와 접촉하거나 해외 언론과 인터뷰를 한다면 문제는 더욱 커질 터였다. 정부는 '어른아이들의 공격성은 대체로 높다'거나 '어른아이들의 지능이 낮다'는 등의 부정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APAR은 즉각 성명서를 내고 해당 연구들의 투명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함과 동시에 전쟁의 트라우마를 겪은 어른아이들의 상황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으나 고맙게도 여론은 정부의 편이었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거봐 그럴 줄 알았지'라는 식으로 정부의 연구 결과를 퍼뜨리고 다녔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지석-데이비드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자기가 틀리는 걸 싫어해. 그래서 자기들이 가졌던 편견이 맞다고 하니까 더 신이 나 떠드는 거야"

민서-맨디가 씁쓸하게 말했다.


이어 뉴스에서는 이제 전쟁을 잊고 지내고 싶은데 APAR이 자꾸 이를 상기시켜 시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보도가 연일 쏟아졌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더니..."

연일 쏟아지는 뉴스와 시민 인터뷰는 그 불같은 성격의 재홍-올리버의 기운조차 꺾어놓았다.  


"전선에서 싸울땐, 우린 뭘 위해 싸우나 가끔 고민한 적이 있었어. 그런데 지금은 누굴 위해 목숨을 걸었던 건지가 가장 궁금해졌다"

재홍-올리버의 말에 지석-데이비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APAR 회원들은 점점 의지를 잃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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