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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마코리아 위빳사나 10일 코스 수련 후기/준비물

최종수정: 2021.07.26

7월14일 ~ 7월25일 (10박11일)동안, 담마코리아 위빳사나 명상법 신(新)수련생 10일 코스에 다녀왔습니다.

2021년이며, 여름이었으며, 코로나 기간동안 운영되었던 과정이었음을 아시고 참고해주세요.


깨닫고 느꼈던 내용을 간략하게도, 길게도 적어보고자 합니다. 

마구 적고 필요없는 내용은 제거하면서 계속 수정해나갈 예정입니다.

목차는 '용어 정리'를 제외하면, 제가 중요하게 여긴, 바로 떠오른 순서로 작성할 생각이구요.


일개 대학생이 신수련생 입장으로 명상을 수행한 내용입니다.

이 글을 과학적으로 따져보는 글의 취지와 맞지 않으니 지양해주세요 ㅎㅎ



목차

1. 용어 정리

2. 가장 인상 깊었던 깨달음

3. 위빳사나에서 중요시 여기는 진리

4. 생각났던 추천해주고 싶은 분 유형

5. 준비물

6. 퇴소 후 느낀 점




1. 용어 정리

담마코리아 위빳사나 명상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읽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수련 후기를 공유하기에 앞서 간단한 용어 정리를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소책자 참고)


담마(Dhamma)는 '법칙, 진리, 길'를 말합니다.

담마코리아는 담마를 전파하는 한국의 비영리단체, 사단법인으로 보시면 됩니다.

위빳사나(Vipaassana)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뜻을 가진 명상 방법입니다.

고엥카는 위빳사나 명상법을 전세계로 퍼뜨리신 선생님이십니다.

아닛짜는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무상(無常)과 같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세부 개념은 다르겠지만 이에 대해 논할 정도로, 제가 지식이 깊지 못해서 이 수준이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위빳사나는 고대 인도에서 존재하던 명상법으로, 2500여 년 전에 고타마 싯다르타에 의해 재발견되었습니다.

붓다에 의해 세상의 보편적인 괴로움을 치료하는 보편적인 치료법, 삶의 예술로 가르쳐졌습니다.

위빳사나는 비종파적, 보편적인 명상법을 지향하지만, 불교의 명상법 중 하나여서 그런지 불교 사상과 괘를 같이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2. 가장 인상 깊었던 깨달음

오후 8시에 고엥카 선생님의 법문 시간이 있습니다. 

고엥카 선생님은 돌아가셨으며 1991년에 녹화된 영상을 시청하게 됩니다.

대개 앞으로 언급될 내용들은 법문에서 듣고 '제가 기억하고, 해석한 것'입니다.

고엥카 선생님의 말씀을 제가 받아들인 식으로 정리한 것이므로, 의견의 차이 혹은 오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점을 참고하셔주세요.


1) 고통은 집착에서 비롯된다. (법문 구절)

제 불안감을 관통하는 말씀이었습니다.

아래 게시글은 몇 달전에 제가 겪는 불안에 대해 적은 글입니다.

 https://brunch.co.kr/@ehdrn463/18

26살, 경희대학교 미디어학과 & 소프트웨어융합학과(데이터사이언스) 복수전공

등록금 관련 장학금을 제외하고 프로젝트, 대회 관련 장학금 바로 떠오르는 게 900만원에 달함

방학마다 프로젝트 혹은 국가장학금 근로장학(외부기관)을 수행함


'이정도면 꽤 열심히 산 것으로 보면 되지 않을까'

'이정도면 어느 정도의 보상(직업)이 보장되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보상심리, 기대감이 쌓여왔습니다.

그런데 취업준비를 직접해보니 막막하게만 느껴졌고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그 보상심리, 기대감이 다 부숴져버렸구요.


저도 모르게 제 노력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된다고 집착하고 있었던 것이죠.

그 집착이 이뤄지지 않으니 고통스러웠고, 그 고통 속에 살아야 된다는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법문에서 저 말씀을 듣자마자 제가 바로 떠올랐었습니다.

'노력에 대한 보상 마저 집착이라 하면 너무 한 것 아니냐'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요즘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잖아요. 어쩔 수 없죠 뭐. 세상을 바꿀 수 없으면 제 마인드를 바꿔야죠!



2) 술·약물의 중독보다 혐오·갈망의 중독이 더 무섭다. 


서울이 싫었던 이유: 서울은 갈망, 혐오의 최고점에 오른 도시
서울에 있으면 없던 갈망, 혐오가 생긴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 법문 영상은 1991년에 촬영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도 혐오의 악영향을 통찰하셨음에 놀랐고, 제가 느꼈던 감정의 원인을 찾았습니다.


저는 데이터 분석가(data analytics)를 지망하는데, 이 직군은 대부분 서울 본사에서 일하게 됩니다.

그런데 저는 직장인으로서 살아야할 서울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서울에 집이 있으면 상관 없지만 경기도에서 살 경우, 러시아워에 쫓겨 살 걸 생각하니 아득했습니다.

아침 7시에 집을 나와 밤 8시에 오는 삶을 반복하는 것에 비해 댓가(페이)가 약하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지방 중소도시인 경북 구미 출신인 저로는 서울에만 가면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곤 했는데요.

서울은 갈망, 혐오의 최고점에 오른 도시라고 무의식적으로 느꼈기 때문입니다.


서울은 갈망을 제일 잘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곳이면서, 충족시켜줄 수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주변에 모든 것들이 갖춰져 있지만 돈이 없으면, 갈망을 채울 수 없습니다.

그런데 내가 갈망햇지만 채우지 못한 것을, 누군가는 쉽게 채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제는 갈망의 빈자리에 혐오가 채워지기 시작합니다.

'저 사람만 일어나면, 내가 저 자리에 앉을 수 있는데'

괜히 그 사람이 싫어집니다. 공격성이 증가합니다. 서로 물어뜯기 시작합니다.

'에브리타임(대학생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처'럼 익명으로 운영되는 커뮤니티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갈망도 혐오도 싫었기 때문에, 서울에 오면 저도 모르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아왔던 것이죠.

갈망, 혐오를 싫어하는 저마저도 서울에 오면 저도 그렇게 됐으니까요.

서울에서 지방가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시는 분들은 '갈망의 충족에 중독된 게 아닐까'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3. 위빳사나에서 중요시 여기는 진리

0) 경험으로 겪어야만 알 수 있다.

사실 성인들이 말씀하는 내용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아가페, 자비를 베풀어야 함을 알지만 실천하기가 어렵죠.

그 진리들을 글로만 둘 게 아니라 직접 행하는, 지행합일(경험)을 이뤄야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1)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아닛짜).

우주, 별, 인간, 동물, 식물, 감정 등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영원한 것은 없으니 사라질 것에 연연(집착)하지 말자는 것이 위빳사나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위빳사나 명상은 감각을 느끼며 사라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진리를 깨닫게 해줍니다.


2) 감각에 연연하지 말자.

감각 역시 아닛짜로 사라질 것들입니다. 그것이 유쾌하든, 불쾌하든 아닛짜입니다.

사라질 것에 집착하는 것, 어리석은 행위인 것을 알지만 잘 안 되죠. 


불쾌한 감각. 대표적으로 고통이 있죠. 고통도 언젠가 끝납니다.

불쾌한 감각에 연연해 하지말라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실 것 같은데요.

고통에 더 괴로워한다고 그것이 빨리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안감이 더 증폭되죠.

불쾌한 감각에도 초연할 줄 아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유쾌한 감각. 행복감이 있겠죠. 

유쾌한 감각도 사라질 것이니 그럼 기뻐하지 말라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명상도 결국 고통을 제거하고 행복해지기 위함입니다.

유쾌한 감각을 즐기되, '중독'되지 말라는 것입니다.


언제나 불쾌하지도, 유쾌하지도 않고 그러려고 해도 그럴 수 없습니다.

사라질 감각에 중독되지 마세요.




4. 생각났던 추천해주고 싶은 분 유형

고민 혹은 번뇌가 많은 사람이 가시면 도움 많이 받으실 거에요.

'삶'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랄까요? 

단순 짜장/짬뽕 고민이 아니라, '왜 인생은 고통스러울까' 이런 고민이요.


유형을 적어보자면..

1) 남을 위해 살지만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분

- 남, 사회를 위해 살지만 자신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신 분. 남을 위해 살아온 가치가 부정당하게 되었을 때, 시선이 본인에게 돌아갈 텐데요. '난 뭘 위해 살았나, 내 목표는 뭐지?' 고민에 빠질 것 같더라구요.


2) 앞만 보고 달리며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분

- 아주 정말 정말 타고 나신 분이 아니라면, 앞만 보고 달려도 결국 지치게 되어 있어요. '왜 노력했는데 이것밖에 안 되지?' 고민이 들며, 회의감에 빠지신 분께 권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정말 열심히 살지만 계속 뒤쳐진 것 같은 느낌을 받으신 분들께요.


3) 남 탓, 분노, 슬픔, 행복, 즐거움에 중독되셔서 고통스러우신 분

- 남을 바꾸기보단 자신을 바꾸는 게 쉽습니다.

- 감각이 좋긴 하지만 항상 자신을 100%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 지금 하시는 행위가 단순 감정 분출을 위한 일이 아닌지 고민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치를 보며 적당한 수준의 비판이 아니라, 평소 스트레스를 정치인을 보며 욕하며 푸시는 분들은 특히요. 




5. 준비물

기본적으로 담마코리아 센터에서 준비물 안내를 해주십니다.

그런데 구(舊)수련생이 된 제 입장에서 꼭 필요한 것과 굳이 필요 없는 것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이외에 기본적인 옷, 수건, 로션 등 필수품은 알아서 챙기셔요.

'여름' 기준입니다.


1) 꼭 필요함!

실외용 슬리퍼(아쿠아 슈즈, 쪼리 등) 1개

- 제일 중요합니다.

- 실내외를 왔다갔다할 때 편해요.


시계(갤럭시핏 같은 인터넷/통화/문자 안되면서 배터리 오래가는 것, 전자시계) / 알람시계

- 갤럭시핏 같은 거는 시계도 되고 알람 기능도 있어서 편리합니다.

-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예비종/종을 치긴 하지만, 개인 생활을 위해 알람 기능이 필요합니다.

- 아날로그 시계는 초침 소리 때문에 타인에게 피해가 될 수 있습니다. 밤에도 안 보여요.

- 시계 본다고 시간이 잘 가진 않지만, 궁금하실 겁니다. 자주.


개인용 물통

- 급식실에 개인용 물컵이 있지만 물통 있는 게 편합니다.


통풍 잘 되고 얇은 긴 바지

- 통풍 안되면 무릎 관절에 땀차요.

- 7부 이하는 안 돼요.

- 잠옷 겸 마지막날 청소를 위한 반바지는 추천합니다.


가디건/숄(명상홀은 선선)

- 명상홀은 선선해서 쉽게 벗고 입을 수 있는 가디건/숄 추천합니다.


우산(양산 겸)

- 갑자기 비오거나 햇살 쨍쨍할 때 필요합니다.

- 공용 우산 있지만 넉넉하지 않으니 개인용 필수



2) 굳이..?

양말 (더움)

손전등 (여름이라 해 늦게 지고, 기본적으로 야외조명이 있음) 

실내용 슬리퍼(식당용은 구비되어 있고, 숙소복도에선 다들 잘 안신었음)




6. 퇴소 후 느낀 점

어두운 곳에 있다가 밝은 곳에 나와서 작은 빛도 엄청 눈부시게 느껴졌습니다.

'세상은 에브리타임보다는 밝고, 인스타그램보다는 어둡다'


10일 간 고귀한 침묵(묵언수행)을 지키다가 10일차 오전부터 대화를 나눌 수 있고,

11일 간 외부정보가 차단(뉴스, 휴대폰 사용, 독서 등 금지)됩니다.


뉴스, 카톡이 정말 그리웠습니다.

코로나 확진세는 줄었는지, NBA Final은 누가 우승했는지, 지인들은 뭘하고 지낼지.


도쿄 올림픽이 취소되지 않고, 개막됐다는 것은 정말 충격적이었구요. 이런 뉴스를 몰랐다니..

NBA Final은 당연히 기세가 등등했던 피닉스가 우승할 줄 알았는데, 밀워키가 역전했었고..

지인들은 다 잘지냈고..


SNS는 '에브리타임(대학생 커뮤니티)', '인스타그램'만 눈팅하는 정도입니다.

에브리타임은 역시 투기장이었고, 서로 물어뜯는 게 보기 싫었습니다. 그래도 에브리타임은 HOT게시판은 정주행하는데 지장 없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은 다들 잘지내는 모습만 있더라구요. 평소엔 잘 봤는데, 수료 후 보니 너무 과해보였습니다.

한 서너 게시글을 보다가 꺼버렸습니다. 못견디겠더라고요.


수료한 날은 명상을 쉴 줄 알았는데, 역시 사회에 나오니 마음이 바로 탁해지더라구요.

마음의 정화가 필요해서 자발적으로 명상을 하게 됐습니다.

현재까지는 자율 명상(오전/오후 1시간) 2번이지만 빼먹지 않고 했습니다.

앞으로도 일단 방학 중에는 계속 할 것 같네요.




다음 게시글은 이 후기 글에 대해 생길만한 궁금증, 앞으로의 계획, 명상센터가 아닌 가정에서의 명상 후기, 비종파적에 대한 궁금증(불교가 아닌 사람들도 법문 내용이 거북하진 않을지)을 다뤄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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