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플래너들의 피드는 마치 신부와 단짝인 것처럼, 감동 넘치는 감사 메시지와 주고 받은 선물들, 친자매 같아보이는 사진들이 넘쳐나는데 나는 내 플래너는 딱 한 번 만났다. 그것도 중간에 사람이 바뀌었다. 웨딩 업체에 연락을 하면 플래너는 랜덤으로 배정되는데, 업체를 고르는 것보다 플래너를 잘 만나는 것이 훨씬 중요한 것 같다.
플래너의 역할이 뭔지는 사실 아직도 모르겠다. 내 경우에는 업체를 통해 드레스와 메이크업만 예약했는데, 본식 드레스 고르는 날 한 번 만났다. 그날도 코로나 때문에 신랑과 신부, 웨딩플래너 이 세 명만 방문이 가능했다. 그래도 플래너님이 아주 객관적인 눈으로(처음 만나는 사이이니 객관성만큼은 매우 보장) 내게 어울리는 드레스를 골라 주셨다. 여러번 드레스를 보실테니 이런저런 팁도 많이 해주셨다.
굳이 동행 플래너 방식을 선택한 건, 처음 해보는 일이라 일정 관리나 내가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잘 관리해줄 플래너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물론 중간중간 모르는 게 있으면 플래너님께 물어보기도 했지만, 주로 전화와 문자를 통해서였기 때문에 비동행 플래너와 딱히 다른 점은 없었다. 통행 플래너(Planner)라는 말이 결혼 준비 과정 전반의 플랜을 제시해주고 동행하는 느낌이었는데 실상은 그냥 질문봇...? 정도의 역할이었다.
그러면 다시 돌아가면 동행 플래너를 안 할 거냐? 라고 물어보면 그건 또 아닐 것 같다. 처음 결혼 준비를 한 그 시점으로 돌아가면 어디서부터 뭘 해야할지 모르는 막막함이 너무 큰데, 동행 플래너는 그 존재 자체로 안심이 된다. (아마 이런 심리를 이용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