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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나따 Oct 15. 2021

모두 똑같아 보여도 사실은 모두 다른

웨딩드레스론

멋쟁이들이 모인다는 성수동 카페에 갔다. 사람들은 저마다 개성을 살려 멋지게 차려입었다. 나팔바지를 입을 사람도 있고, 레깅스를 입은 사람도 있고, 가죽 치마를 입은 사람도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취향이 있고 저마다의 맵시가 있는데 왜 결혼식에서는 다들 찍어낸 듯 하얀 드레스를 입어야 하는 걸까.


물론 요즘엔 이런 개성을 반영해 색깔이 들어간 드레스를 입거나 짧은 스커트형 드레스를 입는 분도 계신다. 웨딩 촬영을 할 때는 좀더 개성을 살려 과감하게 정장 수트를 입는 등의 시도를 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본식에서는 하얀 드레스가 대다수 인 것 같다. 내가 가장 획기적인 드레스는 팔로우하던 드레스샵 sns에서 본 것이었다. 자유로움과 가벼움이 컨셉이던 드레스샵이었다. 겉보기엔 평범한 하얀 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입장할  남편에게 달려가 안기는 것이 아닌가. 드레스를 입고 달리기를 하다니! 자유와 활기, 적극적인 사랑과 기쁨의 표현을 드레스를 입고도   있구나 싶은 장면이었다.


물론 드레스를 사랑하고 업계에 종사하는 분들은 레이스와 실크, 비즈 등 다양한 원단의 차이와 디자인을 무시하고 저런 무지한 발언을 하다니!!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내가 그 분야에 무지한 것은 사실이니다. 내 여동생은 청바지를 입고 결혼식을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드레스가 기껏해야 세 번 정도 대여되고 버려진다는 기사를 읽고 쓰레기를 덜 만드는 결혼식을 하고 싶었다. 드레스를 맞춤 제작하고 식후에는 원피스 형태로 리폼해 일상복으로 입을 수 있게 하는 업체가 있었다. 관심이 가서 컨택을 해보기도 했지만 최종적으로 결정하지는 않았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대지를 위한 바느질’ 검색해보세요)


대안적 결혼 문화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생각보다 꽤 많았다. 문제는 사실 가격과 시간이었다. 본업이 있는 상태에서 개별적으로 발품을 팔기엔 정보가 제한적이기도 하고(처음 해보는 행사라는 점에서) 또 정보가 너무 넘쳐나기도 했다(각종 웨딩업체에서 제공하는 홍보성 글들). 예산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무시못할 요인이다. 중개업체를 통해 드레스를 대여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훨씬 저렴하다.


결과적으로 나는 이것저것 알아보기도 하고 나름 나다운 결혼식을 진지하기 고민해보기도 했지만 현실적 문제와 타협하여 웨딩업체가 연계해준 무난한 드레스 샵에서 무난한 드레스를 골랐다. 결과적으로는 대만족이었다.


결혼도 인생의 한 부분이라 여느 일처럼 이상을 그대로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 나의 가치관과 관심사, 그리고 나에게 어울리는 것, 내 형편이 허릭하는 것들의 교집합을 찾아내고 그 교집합 중에서 최선을 선택하는 과정을 거친다. 결국 남들과 크게 다를 것 없는 드레스를 입고 결혼했지만 내가 고민한 과정들이 모두 헛수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의 글에서도 말했듯이 결혼이란 행사는 인생에서 분리된 특별한 하루가 아니라 연속되는 내 인생의 한 일부이다. 그때의 고민은 결혼식 이후 또다른 소비나 결정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막상 결혼식을 해보니 다들 똑같이 옷입고 결혼한다는 것이 어느정도는 맞는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나의 오만이었음을 깨달았다. 모든 신부와 신랑은 자신의 개성을 주어진 틀 안에서 나름대로 발휘하며 자신들만의 결혼식을 치른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존중하게 되었다. 모두 똑같아 보여도 사실은 모두 다른 결혼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결혼식은 정말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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