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그렇게 비싸야만 했냐!!
핑크 택스가 사회적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여성이 주 소비자층인 서비스들이 다른 성별에게 제공할 때보다 같은 물건이나 같은 서비스라도 조금씩 더 비싼 현상을 뜻하는데, 예를 들어 미용실이나 화장품, 의류 등 질이 비슷한 데도 ‘여성용’이면 가격이 더 비싼 것들이 있다. 이는 여성의 소비를 사치로 보았던 고정관념과도 관련있는데, 여성은 자신 몸을 치장하거나 꾸미는 데라면 가격적 합리성은 따지지도 않고 돈을 지불할 것이다-라는 선입견을 만들어놓고 또 그 선입견을 강화시켰다.
웨딩 택스는 핑크 택스의 또다른 얼굴이 아닐까 싶다. 일생에 딱 한번, 여자가 공주가 될 수 있는 유일한 시간! 이라는 환상을 심어놓고, 그날은 신부님이 주인공이니까 돈 아끼지 말라, 신부님이 가장 예뻐야 한다, 지금 안 해보면 언제 해보겠느냐 등의 말로 소비를 조장하는 것이다.
미용실에만 가봐도 요즘은 전문 샵이 생기면서 많이 없지긴 했지만 ‘신부화장’이라는 메뉴가 따로 있다. 일반 메이크업보다 훨씬 비싸다. 더 좋은 프리미엄 라인의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인지, 더 경력이 오래된 디자이너가 해주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정확한 차별점이 뭔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냥 “신부화장”이라는 말이 붙으면 더 잘 해주겠지, 더 신경써서 해주겠지 라고 짐작할 뿐이다.
네일을 받으러 가거나 머리를 드라이 하러 가도, 혹시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고 하면 더 비싼 상품을 권유할까봐 결혼한다고 말하지 못했다. 피부과에서 곧 결혼을 한다고 했더니 비립종을 싹 레이저로 빼라고 해서 그말에 홀딱 넘어가 비립종 20개를 레이저로 지지고 결혼 삼일 전까지 얼굴에 덕지덕지 메디팜을 붙이고 있어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피부과 정말 클레임 걸고 싶다… 비립종은 레이저 시술을 받아도 금방 다시 난다. 또 저절로 없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굳이 크기가 큰게 아니라면 시술이 필요 없다..
사실 나는 결혼식 자체에 돈을 많이 쓰고 싶지도 않았고, 내 인생에서 내가 주인공은 날은 매일매일 이라는 조금 뻔뻔한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피부관리나 다이어트도 귀찮고 바쁘다는 핑계로 하지 않았다. 외모에 자신이 있어서는 절대 아니고 오히려 남의 결혼식까지 와서 얼굴 평가나 하는 인간들이 있다면 그건 그 사람들의 인성과 지능에 문제가 있는 것인데 내가 그 사람들 입맛 맞춰주자고 평소에도 관심없는 미용 분야에 투자하고 싶지는 않았다.
요즘은 디즈니 만화에서도 공주를 구해주러온 왕자와 웨딩마치를 올리며 “그 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고 끝나지 않는다. 더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며 스스로 술탄의 자리를 차지하고자 하는 자스민이 있고, 자매끼리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해 서로를 성장시키고 훌륭한 지도자도 거듭나는 엘사와 안나가 있다. 엘사 드레스가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이었지만 더이상 드레스는 왕자와 결혼할 때 입는 옷이 아니다. 결혼을 ‘일대일생의 로망’이라고 미디어를 통해 배워온 우리 세대는 이렇게 심어진 가짜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온갖 웨딩택스를 붙인다새로운 시대의 만화를 보고 자란 아이들의 결혼 문화는 달라져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