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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나따 Oct 22. 2021

결혼 촬영 두 번 한 사람, 여기 있습니다

결혼을 생각하면서 웨딩 촬영은 여기서 하고 싶다! 라는 곳이 있었다. 인스타그램에서 예전부터 꾸준히 지켜봐 온 필름카메라 작가님이었다. 과감하게 스드메 패키지에서 '드메'만 선택하고, 촬영은 개인적으로 준비했다. 원피스 한 벌을 사고, 한 벌은 남편의 예복샵에서 대여했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스타일의 작가님이라서 그런 부분이 나와 결이 잘 맞았다. 어차피 필름이기 때문에 화장을 진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공지를 읽고 나는 있는 자신감, 없는 자신감 다 발휘하여 따로 화장을 받지 않고 당당하게 촬영에 임했다.


요즘엔 샵에 가도 자연스럽게 화장을 해주지만, 내 경우엔 10년 뒤, 20년 뒤, 결혼 사진을 봤을 때, 정말 나와 남편의 꾸미지 않은 젊음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도 화장을 따로 받지 않은 자연스러운 우리 결혼사진이 너무 예쁘다. 그러나 엄마와 이모의 생각은 달랐나보다. 그럴 때 아니면 화장도 돈 주고 받을 일도 없는데!!! 너무 돈 아끼지 말라며 난리셨다. 


평소에 셀카도 잘 찍지 않아서 표정이 부자연스러울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라서 촬영 내내 찐 웃음이 나왔다. 피부는 보정할 수 있어도 표정은 보정할 수 없다고 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아침부터 오후 내내 촬영을 하고 밤이 되어서 귀가를 하고 나니 아무리 즐겁게 촬영을 했어도 두 번은 못하겠다 싶었다. 그런데, 두 번 촬영할 일이 생기고 만다.


필름 카메라로 촬영을 하시는 작가님이시다보니, 필름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작가님은 정중히 사과하시고 우리에게 재촬영을 해주시는 것은 물론, 금전적 보상도 해주셨다. 지나간 일은 미화된다더니, 힘들었던 기억은 싹 사라지고 이번엔 무슨 컨셉으로 사진을 찍을까 하는 생각에 들떴다. 마침 한복도 맞췄으니 단풍 고운 궁에서 찍기로 했다.   


두 번이나 촬영을 도와준 동생 덕분에 촬영도 무사히 끝나고 봄과 가을 경치 좋을 때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그러나 소위 셀프웨딩이라고 하는 개인적으로 촬영을 하는 것은 예비 신랑과 신부 둘 중 하나가 무직이거나 "나는 확고한 컨셉이 있다!"라는 강한 신념이 있으신 분들만 도전하시길 권한다. 신발 하나, 소품 하나까지 정말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남 다르게, 내가 원하는 것을 하려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하고, 돈과 시간을 절약하고 싶으면 개성을 조금 죽여야하는... 결혼 준비를 요약해보니 그러한 선택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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