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언덕은 학교로 통한다-코임브라

포르투갈 유네스코 마을 여행

by 헤나따

포르투갈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1290년 설립)이 있는 대학도시. 리스본에서 포르투로 가는 기차를 타거나 고속도로를 타면 2/3 지점에 서는 도시. 가운데 몬데구(Mondego) 강이 흐르고 12세기 중반부터 약 백여 년 정도 포르투갈의 수도였기도 하다. 코임브라 대학은 16세기 전까지는 리스본에 위치해 있다가 16세기에 지금 위치인 코임브라로 옮기게 된다. 포르투갈의 다른 유명 국립대가 20세기가 되어서 처음 설립되었으니, 그전까지는 포르투갈 모든 분야의 엘리트들이 다 이곳에서 공부하고 지성을 쌓았다고 볼 수 있겠다.



코임브라의 시내라고 할 수 있는 식당, 카페 거리를 걷다 보면, 아기자기한 골목 언덕길이 많이 나온다. "저 언덕으로 올라가면 뭐가 나와?"라고 물어볼 때마다, 여기서 공부를 했던 친구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학교". 대학이 언덕 제일 위에 위치해 있어서, 거의 도시의 모든 언덕이 대학으로 향한다고 볼 수 있었다.


힘들게 가파른 경사를 오르다 보면, 드디어 코임브라 대학을 만날 수 있다. 젊은 대학생들이 많이 사는 동네답게, 계단으로 오르는 길마다 온갖 사회비판적 낙서나 재치 있는 유머 그라피티가 있었다. 단과대마다 건물 위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언덕을 올라 도착한 곳은 인문대와 법대 건물, 그리고 주 아니나 도서관이 있는 곳이다. 동 주앙 5 세왕이 지었다고 하여 '주앙'의 형용사형인 '주 아니나'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 도서관은, 워낙 가치 있는 고서들이 많아 실제 학생들이 공부하는 열람실로 이용되기보다는 박물관 형태로 이용된다. 관광객들은 표를 사서 도서관 내부를 구경할 수 있는데, 지하에 정치범들을 잡아넣던 감옥도 있고 밤이면 일부러 박쥐를 풀어서 오래된 책들에 기생하는 벌레를 잡아먹게 한다는 도서관도 볼 수 있다. 박쥐들은 출입문과 건물 사이의 틈에서 낮동안 잠을 잔다고 한다.


조앤 K. 롤링이 해리포터의 모티프로 삼았다 해서 유명해진 포르투갈 대학생들의 교복도 자주 만날 수 있다. 검은색 마법사 망토 같은 걸 두르고 다니는 이들이 대학생들이다. 다른 포르투갈 대학들도 신입생 환영회나 졸업식을 하지만, 대학도시인 코임브라의 대학 축제는 유독 시끌벅적하다. 먼저 대학생들이 입고 다니는 그 검정 망토는 아무나 입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신입생들은 망토와 교복을 입을 수 없고, 일종의 "세례"를 받고 신고식을 거쳐야 다음 학기나 다음 연도부터 입을 수 있다. 이 문화를 '프라쉬(praxe)'라고 하는데, 다소 강압적이고 지나친 서열문화 때문에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꽤 많다. 특히 살라자르 정권을 겪는 교수 세대는 교복이나 프라쉬 문화가 독재정치의 잔재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한다.


졸업식은 더 시끌벅적하다. '리본 태우기'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졸업식은 때론 졸업식을 빙자한 술파티에 더 가까워 보이지만, 그 본질적 의미를 들여다보면 꽤 의미 깊다. 졸업생들은 각자 자신의 친구나 가족으로부터 넓은 리본에 축하 메시지를 써서 선물로 받는다. 친구, 애인, 가족에 따라 리본 색깔이 다르지고 하다. 대부분은 그 리본을 졸업장에 예쁘게 붙여서 보관하는데, 그 염원과 축복의 메시지들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상징적으로 한 두 개씩 리본을 태운다. 포르투갈이나 한국이나 청년들이 가지는 고민들과 즐거움들은 생각보다 많이 비슷해서 놀랄 때가 있다. 취업 문제나 학업 스트레스, 부모님으로부터의 재정적 독립,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 때론 철없이 디오니소스적 삶을 즐기기도 하는 등 많은 부분이 닮아 있다. 한 때는 극소수의 고위층 엘리트들만 다닐 수 있는 곳이었다면 오늘날엔 말 그대로 'univers(al)' 한 'university'가 되어서 그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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