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큰누나인 내가 신문물을 접하고 동생들에게 알려주면 초등학생이었던 동생들은 나를 우러러보았다. 동생들은 문제를 풀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나 나에게 물어보았다. 사춘기 시절 동생들이 빙고를 하고 놀 때 나는 혼자 문 꼭 닫고 방안에 처박혀있었는데 그때 남동생은(6살 차이) 큰누나가 모든 게임에 통달해서 유치해서 같이 안 놀아주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고등학생이었고 남동생이 중학교 예습을 하고 있다가 수학 문제를 물어보았다. 끄응... 중학생 수학 어려웠다. 졸업한지고 오래돼서 가물가물. 그렇게 한 몇 번 헤맸더니 다음번엔 모르는 게 생기니까 “큰누나 이거 뭐야. 아... 아니다 작은누나.” 하면서 내가 아니라 작은누나(이과)한테 물어보았다. 흑흑
그런 동생들에게 처음 스파게티를 해주었는데 남동생에 따르면 “우와 티브이에 나오는 걸 누나가 해주다니. 역시 누나가 제일 착하고 똑똑하고 최고다. (곡해있음)”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커보니 그냥 좀 시간 오래 걸리는 라면이구나.. 별거 없네 하고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제 나는 똑쟁이 멋있는 큰누나가 아니라 허당 큰누나가 되어버렸지만 동생들이랑 큰 팬 가득 파스타 해 먹던 날이 그립다.
무튼 알고 보면 쉬운 요리. 특히 서양권에서 살다 보면 싫든 좋은 제일 간편하고 재료가 싸서 자주 해 먹는 자취요리가 파스타일 것 같다.
크림 안 넣고 계란 노른자로 만드는 까르보나라
준비물 : 파스타면, 양파, 마늘, 버섯, 계란, 그라나파다노 치즈
배이컨은 없어서 안 넣었다.
1. 면을 3분만 삶고 면수는 한 컵 따로 받아둔다
(친구가 맛있는 알리오올리오 레시피를 알려주었는데 그것을 참고해보았다.)
2. 팬에 올리브를 자작이 두르고 마늘과 양파를 볶는다. 타지 않게 약불로. 버섯도 넣고 볶는다.
3. 면과 면수를 넣고 팬에서 마저 익혀준다.
4. 그릇에 계란 노른자와 치즈가루를 섞어서 준비한 후 익힌 면을 같이 넣고 섞어 준다. (친구가 그라나파다노 치즈 맛있다고 추천해줬는데 처음 들어보는 치즈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우리 집에 있는 치즈가 바로 그 치즈였다... 치즈 멍청이)
5. 후추를 뿌려서 맛있게 먹는다.
+ 혼자 이걸 해 먹고 그로부터 4개월 후에 동생들과 상봉하여 이 레시피로 까르보나라를 해주었다. 동생들이 모두 맛있게 먹어주어서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