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파란만장 유학 도전기

by 헤나따

2016년 7월



석사 논문이 통과되었다. 분명 두 손으로 썼는데 발냄새가 난다. 얼마전 이대에서는 대학생들이 시위의 한 방법으로 교수의 석사논문을 크게 낭독하는 참신하고도 잔인한 방법을 개발하였다. 왠만한 연구자들에게 석사 논문이란 그런 존재(부끄러움, 수치심, 흑역사의 결정체)라고 하니 나만 그런 것은 아니라 다행이다. 2년 동안 가장 많은 커피를 마셨을 대학원 건물 로비의 이디야에서 마지막으로 아이스커피와 프레즐을 먹었다.



석사 논문을 준비하며 동시에 같이 지원했던 박사과정에 합격했다. 스카이프로 본 면접을 망쳐서 거의 재수를 마음먹고 있던 찰나였다. 사실 재수를 염두에 둔 것도 마음이 반반이었다. 1. 올해 안 되면 내년에 다시 해보면 되지! - 하는 긍정적인 마음. 2. 올해 안 됐는데 내년이라고 되겠냐. 그냥 여기까진가보다 하고 접고 직장 구하자. - 하는 부정적인 마음. 운이 좋아 붙었다. 아니, 운이 좋은 거라고 할 수가 있나? 왜냐면 20대의 운을 대학원 합격에 다 써버리기라도 한 듯, 그 이후에는 불운 만이 뒤따랐다.



글쎄, '불운만이 뒤따랐다'라고 말하기에는 죄책감이 든다. 좋은 일들도 많았다. 아니 나쁠 것이 딱히 없는 생활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으며, 미세먼지 없는 날씨 좋은 나라에 살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매일매일의 삶을 일일이 따지자면 좋은 일도 많았다. 그러나 총평을 남기자면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부정적인 사람이 되어버린 걸까.



유학 서류를 준비하고 외국에 나가기 전 교수님들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는데, 한 교수님께서 "고생하러 가는 애가 왜이렇게 싱글벙글 웃으면서 들어오냐" 하시며 농담반 진담반 말씀하셨다. 그분의 말씀은 마치 나의 유학생활의 예고편과 같았다. 드라마를 보면 초반부에 조연이 무심코 던진 한 마디의 떡밥이 후반부에 회상 씬으로 에코를 넣어 반복 되듯, 그분의 말씀은 자주 내 귓가를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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