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런 사람과 왜 사냐고 묻는 주성의 말을 흘려들을 수 없었다.
장의 얼굴만 안 보면 된다고 별거하다시피 하지만 두 집 살림을 하면서 계속 안 볼 수가 없다.
내가 왜 엄마와 윤아 두고 장과 계속 살아야 하는지, 급여명세서에 장을 부양가족으로 두고 의료보험 혜택을 줘야 하는지도 다시 생각했다.
나가달라고 해도 버티는 장을 내보내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부동산에 집을 내놓았다.
내 집을 팔고 엄마와 윤아가 살고 있는 월셋집을 빼서 합치기로 했다.
장에게는 이사 한 달 전에 통고하기로 했다.
이사를 간다는데 장이 더 버티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부동산 활황기라 금방 집이 팔리고 엄마를 위해 다른 동 1층 아파트를 계약했다.
부동산 매매의 달인이 된 것 같다.
이 집 팔았어. 한 달 뒤 이사야.
이사 갈 집도 계약했으니까 한 달 후에 나갈 준비 해.
뭐라고? 집을 팔았다고? 나는?
이제 같이 못 살아.
부모님과 같이 살면 되지.
그것까지 내가 걱정해야 돼?
난 이제 엄마 모시고 윤아랑 살 거야.
그동안 자기가 한 짓이 있어서 더는 말을 못 했다.
그에게 일말의 동정심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내게 한 행동은 그렇다 해도 애들에게 한 언행, 특히 수능 전날에 주성에게 한 주사는 아비로서 있을 수 없는 행패였다.
거의 모든 것을 포기해도 아빠로서 최소한의 책임만 있어도 그나마 위안으로 삼고 살겠다 생각했다.
그것도 하지 않은 장의 무책임과 주성의 평소 생각이 드러난 그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큰 짐을 두고 간단히 필요한 짐을 정리해서 이사할 집으로 옮겼다.
엄마와 윤아는 월세 기간이 남아서 몇 달 더 살기로 했다.
며칠 후 장에게 문자가 왔다.
난 부모님 집에 못 들어가.
그럴 수 없어. 집 얻을 돈 줘.
오피스텔이라도 얻어야 할 것 아니야.
18년 동안 생활비도 안 줬으면서 모아놓은 돈도 없어?
나 보고 돈을 달라고? 그런 말이 나와?
올라와서 얘기해. 얼굴 보고 얘기하자.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몰라.
그냥 문자로 해.
얼굴도 보기 싫지만 그가 다시 폭력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빌미를 주지 않으려 했다.
이 상황에서 나나 장이나 감정을 제어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