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솔 Oct 13. 2024

기쁨이 말고 누군가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_ 인사이드아웃 2의 해결사도 기쁨이어야 했을까? (스포 포함)

기쁨(Joy), 슬픔(Sadness), 버럭(Anger), 까칠(Disgust), 소심(Fear)

불안(Anxiety), 부럽(Envy), 따분(Ennui, boredom), 당황(Embarrassment), 추억(Nostalia)


난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누군가가 애니메이션 중에, 어떤 장르를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미야자키하야오 감독의 일본애니메이션들과 픽사의 애니메이션들을 꼽곤 한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중, 좋아하는 것을 고르라면, '모두 다'라고 대답하지만, 그래도 몇 개를 반드시 꼽으라고 하면, 반드시 들어가는 애니메이션이 '월 E', '소울' 그리고 '인사이드아웃'은 반드시 꼽는 편이다.

이런 인사이드아웃 2가 지난달에 디즈니플러스에 풀렸다. 물론 이미 극장에서 봤지만, 디즈니플러스로도 다시 봤다. 역시 감동적이고 잘 만든 애니메이션이며, 중1인 첫째와 초4인 둘째와 같이 보기 좋은 애니메이션이다. 그런데, 인사이드아웃 1을 봤을 때에는, 아이들과 완전 애니메이션 내용에 푹 빠져서 이야기할 수 있었는데, 이번 인사이드아웃 2를 본 후, 난 왠지 나 자신이 영화내용에서 겉돌고 있는 느낌이었다. 왜일까? 분명히 좋은 애니메이션인데.


'월 E', '소울', '인사이드아웃' 모두 빌런이 나오지 않는다. 이 애니메이션들의 세상은 '좋은 사람들이, 좋은 뜻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갈등과 해결'이 담겨있는 세상들이다. (월 E에서는 우주선의 인공지능이 빌런이라고 이야기할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 우주선의 인공지능 AI는 인간의 명령에 따라, 인류를 잘 보호하며, 우주여행을 하였고, 그 인간의 명령에 따라, 지구가 위험하다고 계속 판단하고 있었던 것뿐. 절대악인 빌런은 아니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우리가 살면서 영화 다크나이트의 조커와 같은 '진정한 빌런'을 직접 만날 일은 거의 없다. 대부분은 각자 좋은 뜻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그 좋은 뜻에 내 가족과 나에 대한 욕심이 생기면서, 갈등도 생기고, 그 갈등을 풀기도 하고, 못 풀기도 하면서 살아간다. 이러한 갈등들은 사실 '논리적인 판단에 의한 갈등'인 경우보다는 '감정에 의해 일어나고, 감정에 따라 행동하다가 어느 순간 논리나 이성으로는 해결할 수 없게 되어버린 갈등'인 경우가 더 많다. 인사이드아웃은 이러한 '나도 통제하지 못하는 내 감정'을 아이의 시각에서, 그리고 어른도 공감할 수 있는 시각으로 잘 담아낸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한다.


인사이드아웃 1에서 해결사는 기쁨(Joy)이다. 그러나, 갈등의 원인 역시 기쁨(Joy)이다. 라일리가 기뻐하는 것만이 최선이라는 기쁨(Joy)의 생각이 사실은 문제의 원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기쁨(Joy)에는 반드시 슬픔(Sadness)이 필요함을 알려준다. 즉, 궁극적인 해결은 기쁨(Joy) 혼자가 아닌, 슬픔(Sadness)과 기쁨(Joy)이 함께여야만 가능함을 알려준다. 즉, 인사이드아웃 1의 해결사는 기쁨(Joy)과 슬픔(Sadness), 둘이다.


인사이드아웃 2의 갈등 원인제공자는 얼핏 보면, 불안(Anxiety)인 것 같다. 불안(Anxiety)은 모든 예상 가능한 문제에 미리미리 대비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비'를 지나치게 다그치면서, 라일리의 다른 모든 감정들이 멈추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아무도 다가가지 못하는 불안(Anxiety)에게 기쁨(Joy)이가 다가가 불안의 흥분상태를 안정시켜 준다. 여기까지가 우리 아이들이 본 인사이드아웃 2였다. 여기에 내가 하나 더 덧붙여준 것이 있다.


불안(Anxiety)의 지나친 대비에는, 기쁨(Joy)이 만든 신념 저장소(혹은 자아저장소)에 큰 원인이 있다. 영화의 시작에서 보면, 신념저장소(자아저장소)는 기쁨(Joy)만이 관리하는 곳이며, 여기에는 '긍정적인 감정'만을 보관하고, '부정적인 감정'은 폐기한다. 즉, 신념저장소에 저장된 나에 대한 인식(자아)은 나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과 경험만이 담겨있다. 나 자신에 대한 신념과 자아가 긍정적이려면, 당연히 모든 것에 대비(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정말 앞으로 나에게 발생할 가능성이 모든 일에 나는 충분히 대비하고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은 당연히 극심한 불안(Anxiety)을 가져온다. '긍정'만으로 이루어진 신념(자아)은 작은 충격에도 큰 상처를 받으며, 극단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즉 '긍정'만으로 이루어진 신념(자아)은 작은 충격에 '부정'만으로 이루어진 신념(자아)으로 바뀔 수 있다.


'긍정'만으로 이루어진, 그래서 '부정'만으로 이루어진 신념으로 바뀐 자아가 파괴되고, 라일리에게 새롭게 만들어진 신념은 '긍정'과 '부정'이 모두 담긴 신념(자아)이다. 신념저장소에도 '긍정'적인 감정과 경험과 '부정'적인 감정과 경험이 모두 저장되었으며, 이 수많은 감정과 경험이 모여서 형성된 자아(신념)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아이며, 이러한 자아가 라일리에게 눈물과 웃음을 찾아준다. 여기까지가 내가 아이들이 본 인사이드아웃 2에 덧붙여서 보여준 내용이다.


그런데, 여기서 난 한 가지 더 덧붙이고 싶다.

이러한 시시각각 변하는 자아(신념)와 불안(Anxiety)을 안정시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영화에서는 이 역시 기쁨(Joy)이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듯이 보인다. 물론 다른 감정들이 모두 도와주지만, 핵심적인 역할은 기쁨(Joy)이다. 현실에서도 정말 그럴까?

내 경우에는 불안을 안심시켜 주는 것은 당황(Embrassment)과 '잘못되어도 괜찮아. 다시 할 수 있어'라는 믿음이다. Embrassment를 '당황'이라고 번역하는데, 내 생각에는 당황보다는 '어색함'이나 '쑥스러움'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인사이드아웃 2 속의 캐릭터의 모습도 '어색함'이나 '쑥스러움'이 더 어울린다고 나는 생각한다. 안 해본 일, 내가 잘 모르는 일을 해야 할 때, 어찌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그러면, 난 쑥스러운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숨어서, 일을 해내곤 한다. 인사이드아웃 2에서 Embrassment가 슬쩍, 다른 감정들이 모르게 슬픔(Sadness)을 도와주는 것처럼. 그리고 이런 일을 하기 전에 나 스스로에게 이야기해 준다. '잘못되어도 괜찮아. 다시 해볼 기회가 꼭 있을 거야.'라고.


그래. 난 인사이드아웃 2가 아쉽다. 캐릭터가 한 명 더 있었어야 했다. '잘못되어도 괜찮아. 다시 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캐릭터가. 이 캐릭터의 이름은 무엇으로 해야 할까? 'That's OK' 또는 'OK'는 어떨까? 우리말 이름은 '괜찮아' 또는 '괜찮이'로 하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