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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 느티나무 Dec 30. 2022

단번에 성공한 청국장 띄우기

작은 성공이 더 큰 도전으로 (다음번엔 메주 띄우기)

청국장을 좋아하는 아들이 이맘때쯤이면 찾는다. 청국장은 없고 오래전에 사다 놓고 먹지 않은 낫또가 있길래 그것을 된장에 섞어서 끓여 주었더니 맛있다고 먹는다. 청국장을 좋아하는 내 식성을 닮은 아들이 신기하다.

미국에 처음에 왔을 때 한국 그로서리에서 청국장을 사 먹을 만했다. 약간 MSG의 맛이 느껴졌지만 그것을 따질 게재가 못됐다. 사서 먹을 수 있는 것 만해도 감지 덕지였으니까.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그 청국장은 보이지 않고 다른 브랜드의 청국장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두고 먹으려고 여러 개를 사 와서 맛을 보니 청국장 특유의 배토름한 맛이 아니고 군내가 났다. 웬만하면 먹어보려 했지만 너무 심해서 끓였다 버리고 나중에는 나머지 것도 다 내다 버렸다. 그 후로는 청국장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낫또를 발견하고 사 왔는데 생으로 건강으로 먹으려던 것이 아니라서 손이 가질 않고 청국장을 끓이기에는 양이 부족해 냉장고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제야 내가 한번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구르트를 두 번 만들어 먹고 모셔둔 요구르트 제조기가 생각이 났다. 마침 메주콩이 있길래 씻어서 10시간 넘게 불린 다음 찜기가 있어서 찜기에 넣으니 양이 꼭 맞는다. 용량은 쿼트병(약 1 liter)에 든 콩이라 양이 적어 시작하기에 부담이 없다. 몇 가지 인터넷 정보를 취합해 보고 마음에 드는 레시피를 골랐는데 찜기에 찌면 영양 손실이 적어서 더 맛이 좋다는 것에 마음이 갔다.

찌는 김에 고구마 까지(좌) | 메주콩은 하단에 (우)


콩을 삶는 방법에는 압력솥을 이용하는 방법, 솥이나 들통에 삶는 방법 아니면 찌는 방법 등 다양한듯했다. 내가 선택한 것이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방법임을 나중에 찌면서 알게 되었다. 아무리 쪄도 콩이 푹 삶아져 손가락으로 만져도 으깨질 정도가 되지 않고 그대로 뻣뻣해서 어제 열 시간 불린 것 맞아?라는 의심이 들정도 였다. 6시간이 지날 무렵 더 이상 이 조그만 양의 콩이 안 삶아졌다면 말이 안 된다며 불에서 내렸다.


언제 사놓았는지 모를 삼베 주머니가 있어 넣으니 양이 꼭 맞고 요구르트 제조기에 쏙 들어간다. 그 위에 면포를 씌웠다.  습기가 차서 물방울이 맺히면 콩으로 흘러내리지 않고 흡수하도록 하기 위함이란다. 이제 시간을 설정하는데 우리 집 제조기는 15시간이 맥시멈으로 설정되어 있어 끝까지 돌리고 한 번 더 설정을 하여 총 30시간을 발효시키면 된다. 발효 온도는 36도에서 40도라니 인간의 체온처럼 따듯하거나 그 보다 좀 더 따듯하면 될듯하여 제조기를 만져보니 따뜻하다.( 따로 온도 설정은 필요 없이 자동 설정되어 있음)

삼베 주머니에 넣은 삶은 메주콩 (좌) | 면포를 덮고 발효 준비(우)

옆에 메모지에 시작한 시간을 적어 놓고 15 시간을 두 번 계산하여 설정된 시간을 지키도록 폰에 알람을 설정해 놓았다. 면포가 많이 젖어 있어 15시간 후에 새로운 면포를 씌워 주었다.  드디어 30시간 후 개봉한 결과 걱정했던 것과 달리 끈적한 실이 나와 있고 그제야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난다. 청국장을 띄우는 동안에는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이제 시식을 위해 방금 만든 청국장, 말린 야채, 송송 썬 홍고추 파란 고추, 그리고 콩으로 만든 두부, 꽃소금, 고춧가루, 마늘을 넣고 마지막에 엄마가 만든 집간장을 넣으니 옛날 그 맛이 난다. 성공~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청국장을 먹을 때마다 포근한 고향생각이 내 마음까지 적신다.

요구르트병에 넣은 냉장 보관용 (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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