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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 느티나무 Jan 11. 2023

미국에서 메주 띄우기 (1)

메주 만들어 발효시키기 (띄우기)

지난여름 한국에 계신 엄마를 방문해 식사 준비를 하면서 그간의 요리 비법을 전수받고 싶었다. 미국에서는 아무리 해도 2% 부족한 뭔가가 있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게 된 계기였다. 그것은 바로 엄마가 직접 담근 장맛에 있었다. 엄마의 요리 솜씨가 사장되는 것이 아까워 가까이 사는 동생에게 요리 비법을 전수받으라는 부탁을 하면서 떠나올 때만 해도 내가 직접 할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아들이 청국장 먹고 싶다는 바람에 청국장을 만들게 되었고 생각보다 간단함에 동기 부여가 되고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 먹을만한 맛이 나는 것을 보고 이제는 장 담그기에 도전하고 싶었다. 그런데 시작부터 간단치 않은 것이 담을 용기(옹기 항아리)를 구하는 것이 문제이다. 여기는 미시간이다 보니 항아리를 파는 곳도 없고 해서 거의 포기 수준이었는데 엄마가 플라스틱 들통에도 담아먹었다고 하신다. 한국 가게에 가보니 황토누름이라는 들통이 보인다. 얼른 사들고 와서 이제 시작을 한다.


준비물
콩 : 5kg
물: 15 리터
소금: 3kg
생콩 5kg의 세배가 필요한 물의 양: 15리터
소금 농도 17%로 맞추려면 1:5의 비율
1kg의 천일염 당 물 5리터 즉 15/5로 계산

이용한 도구

옹기 항아리 대신 플라스틱 들통

찜기

블랜더, 손절구( 익은 콩 빻기 용)

베이킹 팬(빵 만드는 직사각형 팬)

볏짚 대신 대나무 꼬치

야채 건조기

전기담요

소쿠리 (실외 건조용)


 1. 메주콩 씻기와 불리기(8시간)

메주콩이 겉으로 보아 깨끗해 보이는데 소금을 넣고 씻으면 구정물처럼 검은 튀튀 한 물이 나온다.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세 번 정도 헹군다. 저녁에 해서 다음날 아침까지 불려 놓으면 최소 8시간 정도 불릴 수가 있다.

푹 쪄진 콩(좌)| 빻아서 들통에 담음(우)

2. 메주콩 삶기 or 찜기에 찌기 (총 4시간 )

유튜브에 보면 보통 시골에서 가마솥에 콩을 삶는 장면이 나오는데 가정에서 하기엔 불의 화력이 달라 참고만 할 뿐 전적으로 의지하기는 무리였다. 내 경우는 영양소 손실이 적고,  콩이 끓어 넘치는 것과 밑에 눌어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찜기를 이용했다. 수증기를 이용해서 하는 것이 기에 2시간 반을 강불 (센 불과 중간불의 3/2 정도)에서 바짝 끓이고 1시간 정도를 중간불로 한 다음 마지막 30분을 약불로 콩의 으깨짐을 살펴 가면서 뜸 들인다.

손 절구
베이킹 팬에서 성형(좌)| 메주 반을 가름(우)

3. 성형 (메주 틀에 메주 만들기)

푹 익혀진 콩을 비닐에 싸서 발로 밟거나 방망이로 찧던데 내경우는 블랜더에 갈고 나머지는 손절구를 이용해서 빻았다. 블랜더를 이용하지 않으면 한 나절이 걸려도 빻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쉽게 빻기 위해 너무 푹 삶는 것보다 약간 덜 삶아져도 블랜더로 가는 것이 영양 손실 면에서 더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빵 굽는 베이킹 팬에 빻은 콩을 넣고 꾹꾹 눌러 단단한 메주 덩이를 만들고 왁스 페이퍼를 깔아서 메주가 잘 빠져나오도록 했다.

야채 건조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메주의 크기를 작게 하려고 반으로 갈라서 조그맣게 메주를 만들고 발효가 잘 되도록 가운데를 지그시 눌러 주었다.

메주 성형후 실내 건조 (좌)| 발효 3일째 (우) 진한 갈색의 잘 발효된 모습

4. 1차 실내 건조 (말리기: 3일)

성형한 다음 1차 건조를 실내, 실온에서 (약 25도)에서 2일 정도 한 다음 건조기에서 (약 55도)로 5시간 정도 말렸다. 내가 만든 메주는 크기가 작은 데다가 다른 사람들을 참고하기엔 무리가 있었는데 방안 온도를 높이는 것이 무척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메주 겉에만 꾸둑꾸둑하게 이틀정도 말리고 속이 약간 말랑말랑해야 발효가 잘될 것 같아서 건조기에서 너무 마르지 않게 살폈다. 메주에서 짧은 실 같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고초균(Bacillus Subtilis)인 것 같았다.


5. 발효(띄우기: 1주일)

종이 상자에 약 3일 정도 말린( 건조기 포함) 메주를 넣고 바닥에 대나무 고치를 넣어 바람이 통하도록 했다. 바닥에 수건을 깔고 상자를 울 담요로 덮은 다음 전기담요로 그 위를 감싼 안았다. 온도는 28도 습도는 60%로 하려니 온도의 세기를 전기담요 3단으로 했다.(최대 10단) 3일 정도 발효 후 쿰쿰한 냄새가 나길래 열어보니 벌써 많이 발효가 되어있고 습도가 높아져 있어(80%) 꺼내어 건조기에 말렸다. 다시 상자에 넣고 4일을 띄우니 총일주일이 걸렸다. 이제는 꺼내어 소쿠리에 삼베 보자기를 펴고 메주를 담아 실외에서 한 달 정도 딱딱하게 건조되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미시간은 밤에는 영하로 떨어지기 때문에 얼지 않도록 안으로 들여온다.


메주 띄우는 과정 중 가장 어려웠던 부분

과정은 무척 흥미롭고 보람 있었는데 콩을 삶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 얼마나 걸릴지 얼마나 삶아야 콩이 물러지는지 처음이라 감이 없었기 때문이었고 위에 언급했다시피 나에게 맞는 레시피는 시행착오를 통해 내가 찾아야만 했다. 창의성을 발휘해 부엌에 있는 요리 도구들을 이용한 것이 과정을 쉽고 무척 만족스럽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이과정을 통해 발효에 관여하는 곰팡이와 고초균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곰팡이, 아플라톡신 안전성 문제 때문에 전통요리에 대한 찬반이 분분함을 알게 되었다. 식품을 다룰 때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가장 안전하고 안정적인 방법이 무엇 일지를 고민했다.

곰팡이가 가장 좋아하는 온도는 25도에서 28도 습도는 80%이고 고초균은 30도 이상에서 발효한다고 한다. 청국장의 맛이 고초균이 만들어내는 맛이듯 된장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해 고초균을 발효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아플라톡신 곰팡이가 자라지 못하도록 온도는 28도, 습도는 60% 이하로 맞추는 데에 신경을 썼다.

온도계와 습도계가 함께 있어서 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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