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젊은 느티나무 Feb 04. 2023

미국에서 장 담그기 (2)

자아 정체성을 찾아가는 장 담그기

추억여행(작년 여름)

4년 전 마지막 방문 이후 팬데믹으로 미루다 다시 찾은 한국,

이번에는 내가 놀았던 (hang out) 장소에 꼭 가봐야지 하는 마음을 가지고 왔다.

오기 전 가보고 싶은 장소로 대전 시내의 성심당 빵집, 광천 식당의 두부두루치기등을 검색해 Pinterest로 정리를 해놓았다. 기억 속의 목동 사거리 선화동길을 달려볼 생각이었다.

카카오 네비를 찍고 운전을 시작하자마자 막힌다. 마일(mile)로 운전하다 킬로미터(kilometer)로 바뀌고 다리를 건너자마자 고가 도로를 올라타야 하는데 놓쳤다. 다시 유턴을 해 올라타고 시내에 다다르자 방지턱, 어린이 보호 구역, 속도제한 때마다 방송이 나와서 정신이 없다. 새로운 도로가 만들어졌고 건물이 들어서 몇 년 전 알던 내 머릿속의 그림과도 사뭇 달라서 어리둥절해진다. 과거의 거리가 조금 변형된 것이 아니라 고가 도로가 세워진 전반적인 설계가 바뀐 탓이다. 이정표가 이곳이 과거 내가 알던 거리임을 증명해 준다.


어렵게 들어선 시내의 빵집, 비 오는 거리의 사람들은 그대로이고 빵집의 간판을 보자 마음이 벅차오른다. 이게 얼마만인가? 족히 30년은 넘어 보이는데 건물도 간판도 바뀌어 있다. 좋아하는 빵을 포장하고 광천 식당으로 향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금일 휴일이라고 닫혀 있어 바로 옆의 청양 식당으로 들어가 두부 두루치기와 칼국수를 시켰다. 그렇게 그리워한 맛이었는데 그때는 그토록 맛이 있었는데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향수를 달래기에 충분히 맛이 있었다. 추억의 여행이 음식 여행이 되는 것은 다른 것들은 다 변해도 우리 입맛은  변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의 간장맛에 반해서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띄워서 건조하면서 마치 어린아이를 돌보듯 정성을 다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자신을 알아가는 즐거운 시간이 되고  아~나도 어쩔 수 없는 된장녀? 였구나라는 자각이 들었다.  

미시간의 1월 날씨중 햇빛이 드는 날이 며칠 안되고 낮에도 대부분 영하로 떨어져 밖에서 건조한 것은 며칠 안된다. 그나마 눈 온 날이 푹해서 밖에서 바람을 씌웠다. 대부분은 지하실 책상 위에서 건조를 시켰는데 햇빛이 드는 남향이라서 금상첨화다. 실내 온도는 15도 습도는 40~60도 사이다.

메주를 작게 만들어 3주가 되니 딱딱하게 말라가고 말날(horse day)을 찾아보니 full moon(보름달)이 2월 5일이라고 해서 그날을 장 담그는 날로 정했다. 어제 날씨가 너무 좋아 3일을 기다리지 못하고 시작을 했다.

소금물 농도 맞추기

1편에서 잠깐 소개했듯이 소금물 농도를 17퍼센트로 맞추기 위해서는 약 5kg의 콩의 세배 15리터를 잡고 소금을 1:5의 비율로 계산해서 3kg이 나왔다. 말린 메주를 저울에 달아보니 약 3kg이 조금 넘었다. 참 신기했다.

다음번에 몇 kg의 콩을 사용했는지 기억을 못 하면 그냥 말린 메주와 같은 양의 소금을 넣고 물을 다섯 배로 잡으면 될 것 같다.


장 담그기 하루 전 소금물을 준비해 놓았다. 수돗물을 쓸까 하다가 기왕이면 좋다는 생수, 500ml들이 병 24개 즉 12리터의 물을 사 왔다. 두 개의 들통에 나누어 담은 소금에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천천히 부으니 소금이 저절로 녹는다. 나머지 3리터는 수돗물을 넣었다.

얼마 전에 사 온 소금은 만져보니 축축한 느낌이 나서 쓰지 않고 그동안 사용해 온 10년도 더 된 소금과 코셔 소금(미국 천일염)과 미네랄이 가장 풍부하다는 히말라야 핑크 소금을 섞었다.

소금을 치즈 면포에 넣고 거르고 들통 바닥에 남은 검으스름한 침전물을 닦아내니 말간 소금물만 남았다.



준비물

다시마

고추

숯(사과나무)

서양 대추(씨는 작고 맛은 설탕처럼 달다, 최고)

빨간 배 (서양배)

다시 국물 주머니

히비스커스 꽃잎


소금물에 메주 침수

전날, 매주는 깨끗한 것은 놔두고 곰팡이가 핀 것은 솔로 문질러 흐르는 물에 재빨리 닦았다. 끈끈한 액체(진액)가 나와서 손실되면 안 되고 물이 들어가 다른 작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물에 씻은 메주는 헤어드라이어로 말린 후 소쿠리에 담아 하루를 말렸다.


넉넉한 크기의 다시 국물 만드는 주머니에 메주, 대추, 배, 그리고 약간의 히비스커스 꽃잎을 넣었다. 나중에 메주가 풀어지거나 내용물이 부풀어 간장물이 텁텁해지지 않도록. 그 위에 불순물을 흡착한다는 고추와 달구지 않은 숯과 다시마를 넣었다. 고추는 2주 후에 건져 낼 예정이다(식약처 권장 사항). 왜냐면 흡착된 불순물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간장 속으로 떨어져 나오기 때문이란다.

처음엔 숯을 넣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곰팡이가 많이 피지 않도록 메주를 띄웠고 혹시 간장맛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해서이다. 가게에 사과나무로 만든 100% 천연 숯이 있길래 장 담글 때 쓰려고 사 왔다. 왠지 정화 효과도 있으면서 맛도 좋아지게 할 것 같았다.

처음 보는 빨간 서양배는 시원하며 색도 좋아서 넣고 히비스커스는 칼륨을 많이 함유해서 나트륨 배출을 돕는다고 하고 멋진 색이 우러나와 조금만 넣었다.


마지막으로 누름막으로 눌러 모든 내용물이 물에 잠기어 산소와 접촉하지 못하도록 했다. 산소와 접촉하지 못하고 선선한 지하실에서 햇빛이 내려 쬐는 날에는 햇빛을 맞아가면서 저온 발효를 시키게 된다.  장이 천천히 익어 갈 테니 약 60일 정도 발효 시킨 다음 장을 가를 예정이다.





이전 02화 미국에서 메주 띄우기 (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