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시닉 드라이브와 정상 뷰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동부에 위치한 돌로미티에 가는 날,
미리 렌터카를 알아보았고 사람들이 주말 이용하고 반납하는 날이라서 그런지 일요일에 렌트를 할 수 있었다. 기차역에 있는 렌터카업체라서 사용하고 반납을 한 다음 밀라노행 기차에 오를 예정이다.
돌로미티는 이탈리아 쪽 알프스 산맥으로 무척이나 아름다워서 많이 찾는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초행이라서 오지에 있는 마을로 찾아가기보다는 케이블카가 있는 곳으로 정상에 올라 경치를 감상하고자 검색해 보니 코르티나 담페초가 베니스에서 차로 2시간 15분 걸리는 것으로 나온다.
안내해 주는 렌터카 주차 타워에 가서 간단한 체크를 한 다음 키를 받아서 남편이 운전해 내려가는데 공간이 좁아서 차 두 대가 지나갈 수 없을 정도다. 우리가 받은 차의 문에 긁힌 자국이 있던데 주차 타워를 빠져나가다 생긴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주차 타워를 빠져나온 뒤에는 도로가 잘 포장되어 운전하기 편했다. 오기 전 날씨 예보로 4일간 비가 올 예정이었는데 계속되는 화창한 날씨에 더 바랄 나위 없다. 정상에 올라 뷰를 감상하는데 지장이 없을 것이다. 한 시간 정도 운전을 하자 고속도로를 벗어나 로컬로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빨리 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서 구글 맵에서 지시하는 방향으로 천천히 가고 있는데 길 모퉁이를 돌아서자 우뚝 솟은 정상이 바로 내 앞에 있는 것처럼 나타나기 시작했다.
'와~, 세상에!'
산의 커다란 봉우리들이 하나씩 둘씩 나타나 거의 한 시간가량을 시닉 드라이브를 했다. 어디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배경으로 시닉 드라이브를 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가는 길이 드라마틱했다.
'그래서 알프스, 알프스 하는구나'
회백색의 깎아지른 듯한 바위 정상이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개를 지나며
"바위의 모양이 참 멋지네(well shaped)"라고 남편이 한마디 거든다.
주차장으로 보이는 곳에 파킹을 하고 주차표를 뽑아 케이블카로 향했다. 날씨는 화창했으나 온도가 쌀쌀하고 정상에 오르면 추울 것을 대비해 가져온 스웨터와 목도리를 걸치고 걷기 시작했다. 가도 가도 케이블카 매표소가 나오지 않아 그제야 "도착했습니다"라는 안내가 나오기도 전에 주차를 했음을 알게 되었다.
약 15분 정도를 걸어서 매표소에 도착했다.
표를 구매하려고 서있는데 안내판에 "코르티나 담페초가 2026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었음을 알렸다.
여기까지 오는데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비포장 도로를 운전한 적이 없었다. 여름이라 그런지 숙박하는 호텔들이 다 찬 것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겨울에 스키리조트가 오픈되면 엄청 붐빌 것 같았다.
드디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내려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이게 다야?"라고 말하려는 순간 "케이블카가 더 올라가는데?" 하는 것이 아닌가...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한참을 올라가 내리고 세 번째로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다다랐다.
콜로라도 <Pikes Peak :고도 14,000 피트>도 상당히 높은 편이었는데 그때는 차로 산을 둥글게 타고 올라가서 그렇게 높은 줄을 몰랐다.
이곳 정상(고도 10,000 피트)은 스키어들이 스키를 타기 위해 만들어진 케이블카로 수직으로 올라간 정상이라서 훨씬 높게 느껴진다.
발아래 펼쳐진 360도 산으로 둘러싸여 군데군데 솟은 봉우리가 감탄을 자아낸다.
그 아래 조그맣게 펼쳐진 마을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여태까지 보아온 어떤 정상의 뷰보다 아름다웠다.
이름하여 이탈리안 알프스~
이탈리아에서 도대체 몇 번을 감탄하는 것인지...
피렌체에서는 낮은 구릉
베니스에서는 라군
돌로미티에서 그림 같이 아름답고 경이로우며 성스럽기까지 한 산봉우리들...
신의 작품은 인간의 작품에 비할바가 아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