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에 빛나는 두오모
돌로미티 정상을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은 약 1시간을 지나고 베니스에 가까워 지자 차가 밀리기 시작했다. 주말이라서 도시로 돌아오는 차량들로 붐비는 것 같았다.
' 26년 동계 올림픽을 치르려면 이것 가지고는 어림도 없을 텐데...'
'뭔가 대책이 있겠지...'
코르티나 담페초의 산장에서 숙박을 하지 않고 베니스에 있는 호텔에 예약을 했다. 산악 지역은 고도가 높아서 고산병이 있을 수 있다는 남편의 말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고, 차를 반납하러 어차피 베니스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었다.
을씨년스러운 스키 리조트의 호텔들을 보면서 여기에 예약하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니스로 돌아가는 길에 가까운 미수리나 호수(약 45분 소요)를 들를 예정이다.
호수에 다다르니 호수는 예상보다 그 다지 크지가 않았는데 호수가 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호텔이 그 앞에 뜬금없이 떠 있어 초현실적인 느낌이 난다.
'아~ 그 유명한 호텔이구나~'
석양이 막 지난 터라서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없었지만 '뭐 어쩌랴 이 정도만 해도 좋지!'
밀라노행 기차에서 남편의 자리와 내 자리는 등을 마주 대고 있고, 내 앞에 희끗희끗한 흰머리칼로 보아 50~60대 정도로 보이는 여자가 먼저 탑승해 있었다. "내쪽에 콘센트가 고장이 나서 그쪽 것을 쓰고 있었어요"라고 충전 케이블을 빼내면서 말한다.
잘 차려입은(기하학적 무늬의 블라우스) 맵시에 빨간 립스틱으로 이탈리아 워킹 우먼임이 직감적으로 느껴진다.
'이탈리아인이죠? 옷맵시 보고 알았어요'라고 말을 붙였다.
"네 맞아요, 이탈리아인에요"라고 그녀가 말했다.
이 얘기 저 얘기가 오고 가고 자기 옷은 비싼 것 아니라면서 중저가라고 말한다. 영어가 달린다고 말하는데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다.
자기가 일을 해야 해서 조금 시끄러워도 되냐고 양해를 구하면서, 귀에 헤드폰을 꼽고 컴퓨터를 켜놓고 이탈리어말로 대화를 한참을 한다.
일을 마친 후, 한국 드라마를 종일 본다면서 폰에 있는 네플릭스의 한국 드라마 리스트를 보여준다. 자기가 좋아하는 배우가 이 사람들이라고 나도 잘 모르는 젊은 남자배우를 보여주면서 수줍게 웃는다.
한류의 인기를 실감하면서
블로그에 쓸 사진 한 장 찍어도 되겠냐고 물어보니까, 흔쾌히 선글라스를 꺼내 들고 포즈를 취한다. 센스 있는 여성~
밀라노 센츄럴 역에 내려 두오모 광장으로 들어선 순간 다시 와~
센추럴 역이 고딕 양식의 석조 건물로 웅장하고 멋이 있어 작품처럼 보였는데 광장을 들어선 순간 압도하는 크기의 두오모(성당)가 석양에 빛을 받아 금색으로 빛나고 있다.
'이 각도에서 석양을 받아 금으로 입힌 듯 빛이 나는 것은 드빈치 같은 천재 예술가들이 계산한 일이겠지?'
사람들로 붐비는데 단연코 동양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특힌 중동이나 인도 사람 같아 보이는 사람들로...
바로 옆에 명품샵으로 가득 찬 갤러리아가 성당과 나란히 있는 모습이 어울리는 듯 안 어울리는 듯 모던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한 바퀴를 돌아본 후, 남편이 "저기 가면 전망이 좋겠는데"라고 해서 갤러리아 2층의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한참을 대기한 후, 안내해 들어간 자리에 남편이 자리를 잡고 나는 자리에 앉기도 전에 두오모 전경을 찍느라 바빴다.
웨이트리스와 약간의 실랑이를 하는 남편이 나가자고 한다. 이유를 물어보니 술을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메인 메뉴를 시키기 전 나는 한잔의 와인을 시키고 남편은 파인애플 주스를 주문했는데, 주스는 안되고 술을 마셔야 한다고 하니까,
"술을 안 마시는 사람도 있어요" 하면서 화를 내며 나가자고 한 것이다.
나오면서 하는 말이 메뉴판에 술값이 얼마인지 적혀 있지도 않았다고...
기가 막힌 뷰를 가진 테라스를 겸비한 레스토랑의 바가지 상술임이 느껴졌다.
두오모 다른 쪽에서는 <구찌> 상호가 그려진 건물이 보인다. 얼마 전에 본 영화 <구찌: 레이디 가가 주연>가 생각나 사진에 담았다.
한 가운데 트램이 돌아다니고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젊은 사람들로 활기가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