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행 중 만난 음식
밀라노에서 기차를 타고 피렌체 역에 내려 호텔에 도착했을 때가 1시 반경,
룸이 준비가 아직 안되어 있다고 해서 30분 정도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다가 모기 한데 그것도 얼굴을 서너 방 물렸다. '세상에 호텔에서 모기에 물리기는 처음이네'
'그만큼 오염이 안되었다는 이야기인가?'
'모기약을 치면 아무래도 자연환경에 영향을 주겠지?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나를 발견한다.
'내가 너무 방심했나? 비장의 무기 <After Bite>, 모기 물린데 바르는 약을 혹시 몰라 가져왔는데 이를 바르자 가려움이 가라앉는다.
짐을 풀고 두오모 광장을 한 바퀴를 둘러보자 그제야 시장끼가 느껴진다. 이탈리아에 왔으니 피자를 먹어봐야 할 것 같아 광장 근처에 있는 야외 카페에서 피자를 주문했다.
<나폴리 피자>가 눈에 뜨인다. '나폴리 좋지~'하며 자세히 읽지 않고 주문했는데 (돋보기안경이 아직도 불편해서) 얇은 두께의 피자가 나왔다.
해산물이 가득할 것 같은 피자에 웬걸 달랑 몇 개의 토핑이 있는데 맛을 보니 생멸치이다.
'아~,짜~~'
이탈리아 음식이 대체적으로 짜다고 들었는데 생멸치가 들어갔으니 더욱 짤 수밖에...
피렌체로 오는 기차 안에서도 눈을 붙이지 못했고 ' 차라리 오늘 밤 잘 자는 것이 낫지' 하고 애써 잠들려 하지 않아 시차 때문에 24시간을 깨어있었다.
다음날 아침 거의 10시까지 자느라 조식을 놓치고 그다음 날에야 호텔 조식을 먹을 수 있었다.
잠을 깨고 여행을 하려면 카페인으로 무장하는 것이 필요해서 커피를 찾으니 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이 커피를 만들고 있다. 카푸치노를 선택하고 버튼을 누른다.
자동 머신이 밀크 거품을 먼저 만들고 약간의 커피가 뒤따라 나온다. 그런데 바닥에 깔릴 (컵의 1/3) 정도로 조금 나온다.
'에게 이게 다야?'
일단 마셔 보았다.
'아~ 써~'
머그 컵에 커피를 가득 담아 묽게 마시는 아메리칸 스타일 커피를 마시다가 이것은 도대체 너무 하다.
프랑스에 갔을 때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시키고 나름 분위기 잡느라 쓰다는 소리를 못할 때에도, 작은 커피 컵에 커피가 가득 담겨 있었는데 이렇게 진액이 나오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이 차지 않아서 두 번을 마셨다.
한 번은 웨이터에게 요청해서 생우유를 주문해서 넣어 마시니 딱 입맛에 맞는다. 매번 부탁하기도 성가셔서 다음부터는 그냥 이탈리안 스타일로 마셨다.
이탈리아 호텔의 조식은 미국의 것보다 훨씬 다양했다. 뷔페처럼 다양했는데 꼭 빠지지 않는 것이 각종 치즈와 얇게 저민 살라미 같은 가공육.
한국에는 발효 식품, 김치나 된장이 있다면 이탈리아에는 치즈가 있다. 맛을 보니 미국 치즈보다 꾸리꾸리한 냄새가 덜 난다. 왠지 더 신선해 보이는 것은 이미 이탈리아에 대해 긍정 마인드로 꽉 차있기 때문인가?
원래 치즈를 자주 먹는 편이 아닌데 먹기 좋고 건강에도 좋을 것 같아 아침마다 치즈를 먹었다.
박물관에 갈 때마다 그 안에 있는 카페테리아를 꼭 들르는 편이다. 엄마와 이모와 함께 갔던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카페테리아에서 먹은 연어의 맛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입맛이 까다로워 연어에 익숙해지는데 한참이 걸렸는데 그때 이후로 즐기게 되었다.
샌드위치를 시켰는데 얇게 썬 바케트 빵에다 치즈와 올리브가 나왔다.
'치즈는 빠지지 않는구나!'
그린색 올리브에는 씨가 들어 있었다. 보통 미국에서는 씨가 빠져 있는데 공장식이라서 그렇고 여기는 가정식으로 담아서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다시 긍정 마인드)
밀라노에 돌아올 때쯤 되자 계속되는 빵과 카푸치노와 치즈로 속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치즈를 평소보다 많이 먹었고 그 독한 커피를 날마다 마셨으니... 게다가 소화 안 되는 빵까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올 때 사가지고 온 <사과 식초 알약>을 먹으니 팽배해졌던 속이 가라앉는다. 사과 식초는 소화제보다 더 잘 듣는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는데 여행용 알약으로 나와있어 가지고 왔는데 요긴하게 쓰였다.
두오모 광장으로 가서 야경을 구경하고 늦은 저녁, 국물 생각이 간절했다. 속을 가라앉힐 부드러운 수프이면 족할 것 같았다. 한참을 구경하다 수프가 있는 카페가 눈에 띈다.
해산물 수프라고 되어있는데 홍합과 빨간 토마토소스의 색이 합해져 마치 짬뽕처럼 보인다.
주문하고 조금 있으니까 4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웨이터가 엄지손을 bowl에 담아 수프를 가져온다.
'잠긴 것은 아니니까...'애써 무시를 하고(만약, 코로나 시국이었으면 못 참고 반납했을 것임) 맛을 보았다.
비슷했다, 왜냐면 해산물(홍합, 새우, 게맛살등)이 들어 있고 약간의 향신료와 토마토소스로 만들어졌으니까 '뜨악'한 맛이 날 수 없지 않나.
'흠, 살 것 같다, 근데 쫌 짜네~'
호텔로 돌아와 욕조에 몸을 담그고 릴랙스 하게 음악(유튜브 뮤직, 리한나의 "Stay"부터 AI가 선곡한 리스트를 죽~)을 들으며 최고의 기분을 만끽하고 있는데
타는 목마름?으로
물~
물~
다음날 아침 거울에 비친 얼굴이 뚱뚱 부어 있었다. 오늘 코모 가는 날인데 어쩌나, 멋진 커플 사진 한 장 남기려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