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감을 따라가기
인테리어를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했던 일은 인테리어를 다룬 기사나 내가 이용하는 소셜 네트워크에서 맘에 드는 실내 장식 사진을 다운을 받거나 스크린 캡처를 해놓는 것이었다. 한참 동안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처음엔 좋았다가 나중에 마음에 안 드는 것들을 하나씩 지워 나가니 내가 진짜 좋아하는 스타일이 나왔다. 여백이 많고 공기 흐름이 좋아 보이는 스칸디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다.
피아노 룸은 피아노에서 나오는 소리가 반사되는 것을 막고 흡수하도록 바닥에 카펫이 깔려 있던 마지막 방이었다. 카펫을 걷어내고 다른 바닥과 맞추어 통일감 있게 오크(oak)로 깔았다. 검은색 피아노에 맞추어 방의 색깔은 블랙 앤 화이트(black and white)로 전체적인 톤을 맞추기로 했다.
인접한 다이닝 룸의 의자와 책장을 블랙으로 칠했다. 검은색이되 너무 강렬하지 않고 피아노의 검은색과 경쟁하지 않는 부드러운 검은색이길 원했다. 처음 써 보는 검은색이라 어떨지 자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페인트 웹 사이트에서 우리 벽과 동일한 색상(Simply White by Benjamin Moor)에 맞추어 칠해진 검은색 (Racoon Fur)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부드러운 검은색이었다. 보통은 몇 가지 샘플을 구해다가 벽에 칠해 본 다음 결정을 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을 만큼 마음에 들었다. 가구를 차고에 꺼내 놓고 칠해본 결과 햇빛 아래에서는 푸른색이 드러나는 검은색이라기보다는 검은 회색에 가까웠다. 그리고 햇빛이 없을 때는 부드러운 검은색으로 보였다. 신기하게도 푸른색 언더톤(undertone)인 줄은 칠해보고 나서 알게 된 것이다.
너무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 때 보헤미안 스타일의 화려한 색감의 천으로 된 쿠션, 러그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심플하고 미니멀한 스칸디 스타일이 마음을 가라 앉히고 휴식을 취하기에 더없이 좋은 스타일인데 피아노 룸을 디자인할 때는 뭔가 창의적인 두뇌를 자극시킬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인디고 (indigo) 짙은 청록색이 마음에 끌려 들어왔다. 마루 바닥이 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을 주니까 대비되는 푸른색이 끌려 왔는지 모른다.
인테리어를 완성하고 보니 마치 처음부터 계획한 것처럼 가구나, 벽, 마루의 색상이 조화를 이루었다. 큰 틀에서 정한 것은 있었지만 세세히 신경 쓰지 못한 부분도 있었는데 말이다.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진한 청록색이 올 해의 유행하는 색이었다. 유행에 맞춰 디자이너들이 만들어 내기 때문에 눈에 많이 띄었나 보다. 가구처럼 부피가 큰 것들은 블랙 앤 화이트 톤을 하고 러그나 쿠션과 같은 소품에 악센트 색을 써서 심플하지만 나의 개성도 드러낼 수 있도록 했다.
마음에 들어 구입한 쿠션, 청색빛이 나는 검은색으로 칠한 식탁의자와, 청색이 들어간 빈티지 그림 등 모두를 취합하니 스타일이 완성이 되었다. 그저 마음이 끌리는 대로 따라갔을 뿐인데 나의 스타일이 완성이 된 것이다.
인테리어 스타일을 정할 때 가장 많이 고려했던 것은 70년대 지어진 집으로 오크(oak) 나무 바닥이 주를 이루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그에 맞는 스타일과 색깔을 매치해 나갔다. 인 스타그램에 보면 많은 인테리어에 관한 하루에도 수 십 가지 스타일이 포스팅되는데 보기에 멋진 집의 가구나 소품보다 우리 집과 비슷한 스타일과 특히 색상 조합에 관심을 두었다.
내 스타일을 찾아가는 일은 사실 어렵지 않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했고 그 시작은 부엌의 창문이었다. 부엌의 창문이 고전적인 갈색으로 형태나 모양이 잘 유지되고 있었기에 그대로 살리고 싶었다. 우리 주방과 똑같은 창문의 색깔을 가진 디자이너가 리모델링한 집에 반해서 색깔의 조합을 참고해서 따라 했더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일단 시작하고 이러저러한 시행착오를 거쳐 자기만의 스타일이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