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인 계획과 안목의 중요성
20년 전에 미국에 가방 하나 달랑 들고 와서 결혼을 하였는데 우리 집은 욕실 두 개 그리고 침실이 네 개로 비교적 넓은 편으로 이미 가구가 준비되어있었다. 아래층 현관과 부엌, 그리고 위층 침실은 바닥이 오크(oak)로 깔려 있었고 거실의 가구도 모두 오크로 되어 있었다. 통일감을 주려는 남편의 시도였음이 느껴졌다. 나무가 주는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질리는 줄 모르고 살았다.
오자마자 고친 것은 그을음으로 우중충한 벽난로의 벽돌 벽을 산뜻하게 칠하고 문짝을 교체했다. 따뜻한 느낌이 나는 옅은 산호색은 주방에 노란색은 다이닝 룸에 칠했다. 평면 티브이가 나오기 전이라 커다란 브라운관이 있는 티브이를 새로 교체하고 낡은 카우치를 푹신한 것으로 새로 교체했다. 다이닝룸과 거실의 카펫은 새로 교체했다. 부엌에는 이미 가전제품이 구비되어 있었으므로 새로 구비한 가구는 티브이를 올려놓은 콘솔과 원목의 책상뿐이었다.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모든 신경이 육아에 집중이 되어서 인테리어와 같은 다른 데에 신경 쓸 여유가 나지 않았다. 가구를 들일 때도 남편의 선택에 맡겼다. 성격이 꼼꼼하고 품질이 좋은 것을 선택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것이 편했다. 그래서 온전히 나의 안목과 취향으로 고른 것은 동양적인 다자인에 러스틱(새 가구임에도 칠이 벗겨진 것 같은 공법)한 티브이 콘솔이 전부였다.
미국 가구는 크기에서 한국의 가구와 비교할 때 압도적으로 크다. 물론 공간이 넓기 때문이긴 하지만 그런 이유로 가구 하나 들일 때도 여러 번 고심해야 했고 한꺼번에 세트로 산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만약 그리한 다면 뭔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반품하거나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무엇보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 어지르고 마음껏 놀기엔 새로 장만한 가구는 신경이 쓰일 것이 뻔해서 다음으로 다음으로 미루게 되었다. 새 집으로 이사 가면 가구와 인테리어를 새로 해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70년대에 지어져 지금 살고 있는 집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여 손질하기 시작하였는데 카펫을 제거한 것 외에는 버릴 것, 고칠 것이 별로 없었다. 이번에 가죽으로 된 소파로 교체하고 20년 넘게 쓴 가전제품을 고장을 염려하여 미리 교체하였다. 그리고 쓰던 소파나 가전제품은 원하는 지인에게 주었다.
그래서 버려진 것이 거의 없으며 벽과 가구의 칠만으로 새로 사지 않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미니멀리즘은 버리는 것에서 시작하는 이가 많은데 이렇게 버리지 않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은 전적으로 구입을 미루었기 때문이었고 살 때 품질을 고려하였기 때문이다. 맘에 드는 가구가 있어 하나 장만하고 싶다가도 공간이 주는 여유와 편안함을 생각하면 아주 쉽게 접게 된다.
요즘 젊은 엄마들이 육아도 하면서 인테리어도 고쳐가며 사진 찍어 올리는 것을 보면 정말 경이롭다. 옷가지와 장난감, 잡동사니에 대한 정리와 미니멀 리즘에 입문하게 된 동기는 전 편에 실었음을 알려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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