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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낀느 Mar 01. 2024

Uniform을 입던 시절 친구가 생각나서

그 아이의 혓바닥과 장미꽃

       

    

어렸을 적 나의 단짝은 어린아이답지 않게 간교한 혓바닥을 가진 아이였다. 비교적 어리숙한 아이였던 나는 그 아이의 얄팍한 행동에 늘 상처 입었고, 곁을 떠나고 싶었지만 나 외에 다른 친구가 없던 아이에게 연민을 느껴 붙어 다녔던 것 같다. 호적이 잘못되어 나보다 나이가 두 살이나 많던 친구, 덩치도 나보다 두 배는 컸던 친구, 밉다가도 갑자기 까르르 천진난만하게 웃어 버리면 그 모습이 좋아 그간 속상했던 것을 다 잊게 했던 친구. 

    

그런데 공부도 못했고, 게으르고 꾀만 앞섰던 그 친구가 글을 쓰면, 그 입에서는 마치 장미꽃이 쏟아져 나오는 듯했다. 나는 그 아이의 글을 읽으면 가슴이 벌렁벌렁 뛰고 어지럽곤 했다. 두 발 벗고 쫓아가도 저 앨 평생 앞지를 수 없으리란 절망감. 그러나 그 아이가 글짓기 대회를 휩쓸며 받아 간 상장은 먹고살기 힘든 엄마의 관심을 끌지 못해 늘 그 집 방구석에 굴러다니곤 했다. 칭찬을 받아본 적 없는 아이. 그래서 더욱 간교한 혓바닥으로 사람을 놀려대고 세상에 대해 조롱 섞인 웃음을 짓던 그 아이.     


그 아이는 커서 평범한 장사꾼이 되었지만, 그때 그 아이가 내게 던져 준 의문. 어떻게 어른을 속이고 거짓말을 일삼던 나쁜 아이에게서 저렇게 아름다운 글이 나올 수 있는 걸까. 커서 배운 말로 풀면 창조적 자아와 사회적 자아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그것은 어렸을 적부터 나의 변함없는 궁금증이었다.  

    

마흔 살에 대학원 시험을 치기 위해 불문학사를 총정리하면서 나는 또 한 명의 그 아이를 알았다. 프랑수아 비용의 일생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나는 흡사 그 아이를 다시 만난 듯해 가슴이 두근거렸고 현기증이 났다. 그때 결심했다. 대학원에 들어가면 그를 공부하리라. 

그 후 그를 공부하기 위해선 라틴어도 알아야 하고, 한국에는 공부하는 사람도 없고, 자료도 없어 힘들다는 지도교수님의 걱정을 들으면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대단한 논문을 못 쓰더라도, 단지 비용과 내 친구를 알아보고 싶었다. 인간의 본성이란 무얼까, 그의 범죄로 일관한 일생이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아니면 그의 악을 행하던 삶과 문학이라는 창조적 행위완 관계가 없는 걸까. 관계가 없다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도대체 악인의 혓바닥에서 어떻게 장미꽃이 나올 수 있는 건지 스스로 궁금증을 풀고 싶었다.    

  

지금도 결론은 모른다. 도리어 보통 사람으로서의 나는 마음을 정갈하게 가져야 글이 써진다. 아니, 어쩌면 반대인지도 모른다. 보통의 글은 보통의 마음이라서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이상을 살기에는 너무 아프니 보통에 여전히 머물기로 한다.    


 

* 친구야. 저 교복이 우리 고등학교의 바뀐 교복이란다. 코발트색 죄수복 같은 교복은 우리를 슬프게 만들었지. 언제 바뀌었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평범한 감청색 교복은 아이들을 더 이상 수그러들게 하지 않겠네.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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