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외 편
2024년 11월 현재. 갈수록 서귀포 경기가 심상찮다. 빈 가게가 즐비하고, 구시가 중심지 명동의 식당은 주말에도 한산하다. 서울 갔다가 서귀포에 도착만 해도 숨통이 트이는 찐 주민으로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살만한 도시, 여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곳인데 성장을 못 하고 있다. 제주 붐이 오기 전, 2014년 이전으로 돌아가거나 그보다 못해질지도 모른다. 아무리 물 좋고 산 좋은 곳이라도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사람들은 떠난다. 젊은이들은 더욱 그렇다. 당분간 서귀포는 새 손님을 맞기보다, 오래된 토박이들과 나처럼 서울의 소음이 힘든 사람들의 한가한 도시가 될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없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브런치 카페들이 있다. 주말 느지막이 일어나 음식이나 바다를 즐길 수 있는 곳. 그런 곳을 세 군데 추천한다.
제주 서귀포시 중앙로 13, 9시 시작
이곳은 원래 50년 동안 온천탕이었다. 2022년 목욕탕 할머니의 손자가 1층 여탕은 그대로 두고 멋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2층은 전시 전용 공간 갤러리 ‘뮤즈’이다. 구석구석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맛볼 수 있다. 1층의 정원도 인기 많고, 목욕탕 빨간 굴뚝이 있는 3층에서는 세연교도 보인다.
젊은이들이 넘치던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이 요즘 한산하다. 혼자 3층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브런치를 먹는다. 유럽이나 일본에 가면 백 년 된 노포들이 있는 것을 보며 부러웠다. 지난 50년간 서귀동 주민들이 몸을 씻었던 공간이 앞으로 50년 이상 서귀포 주민과 손님들에게 휴식과 영감을 주는 공간으로 남기를 바란다.
제주 서귀포시 신동로 115, 10:30 시작
“선생님, 식사 한 번 해요. 점심 대접하고 싶어요.”
서귀포 토박이인 학부형과 하는 식사 장소는 오로지 맛으로 고른다. 여기 사는 우리는 멋과 경치보다 맛있는 집을 골라 간다. 그래서 도민 맛집은 네이버 검색에서 상위에 뜨는 집들이 없다. 좀 다르다. 소박하지만 주인이 친절하고, 음식이 정갈한 집들이다. 이곳도 학부형의 초대로 알게 되었다.
나는 당근 수프가 좋았는데, 다른 이들은 피자와 그릭 페투치네가 맛있다 한다. 요즘 강남은 파스타 단품만으로도 2만 원이 훨씬 넘는다는데, 여기는 점심 세트에 18,000원이다. 집밥 먹기 싫을 때 가끔 혼자 가서 배부르게 먹고 온다. 동네 맛집이다. 이런 집이 서귀포에 더 많이 생겨야 하는데.
서귀포의 식당은 맛 차이가 크다. 외지에서 온 손님이라면 반드시 검증이 된 식당으로 가기 바란다. 동네 맛집이라도 저녁에 꽉 차는 곳은 분명 후기가 많다. 입도 초기에 지나가다 들어간 식당에서 다 못 먹고 나온 경험을 몇 번 겪으면서, 차차 단골이 정해졌다. 크지 않은 도시이기에 우리의 단골집이 열 손가락 꼽을 정도라 아쉽다.
제주 서귀포시 막숙포로 166, 9시 시작
우리가 처음 서귀포로 이주했던 십 년 전부터 인연이 닿았던 곳. 주말 브런치를 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가게 되었다. 그 후 주인이 두 번인가 바뀌고, 음식도 달라졌지만 지금도 막숙포로에 가면 들르는 곳이다.
“여기, 내가 파티하고 싶은 곳!”
이곳에서 브런치를 먹고 나서는 바다 구경을 나서야 한다. 날씨 좋은 날 범섬을 보면서 올레 7코스의 일부인 바닷길을 따라서 법환포구까지 걸어가면 새삼 서귀포가 뭉클하게 더 좋아진다.
서귀포는 그런 곳이다.
살면 살수록 더 좋아지는 곳.
함께 살아가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
멋과 맛과 자연을 갖고 있는 곳.
인생을 내려놓고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