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꼬낀느 Dec 27. 2023

제주에서 며칠 방콕 하려면 “남원”으로

   

몇 해 전, 동생 부부는 남원의 금호리조트에 묵으면서 며칠 쉬다 갔다. 먹고, 자고, 걷고. 가까이 사는 우리도 그들만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았다. 

서귀포 해안은 이런 휴식 여행이 제격이다. 부산하게 관광지를 돌아다니지 않고, 방에 짱 박혀서 책 읽으며 무심해질 때까지 바다를 바라보다, 오후 느지막이 해안길 걸으며 파도와 반짝이는 물결을 바라보는 것. 대도시에 살았다면 나는 이런 여행을 택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여행에 알맞은 곳이 남원의 큰엉 주변이다.

     

엉이란 제주도 방언으로 '언덕'을 뜻하는데, 남원 큰엉은 높이 30m, 길이 200m의 기암절벽이 바다를 집어삼킬 듯이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언덕으로 절벽 위는 평지에 부드러운 잔디가 깔려있다. [visitjeju]  


서귀포 귤은 남원까지가 가장 맛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오면 농장에서 감귤 따기 체험이라도 해보자.      


서귀포시 최남단 남원읍에 위치한 ‘가뫼물’은 2000년 11월 개장한 감귤농장으로, ‘아무리 가물어도 항상 물이 흐르고 마르지 않는 샘’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사계절 내내 감귤체험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감귤 관련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https://가뫼물.kr/index.php

 



지난 주말 오래간만에 찾은 남원은 많이 바뀌어 있었다. 여전히 나는 큰엉과 그 옆의 금호리조트 주변이 가장 마음에 들었지만, 맛있는 밥집과 카페는 많을수록 좋다. 

남원에서는 카페 세 곳을 소개한다. 사실 숙소는 제주도민으로서는 일부러 가서 잘 일이 없어 모른다. 카페는 전 세계 어디를 가든 내가 즐겨 찾고, 관심이 많은 곳이다. 개성이 있어야 한다. 세련된 장식이 전부인 곳은 딱 한 번 방문해 볼 뿐이다. 내가 보고 겪은 것대로 말한다.      


위쪽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카페 모노클, 루브린 라운지, 썬데이지의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썬데이지 내부, 루브린라운지 정원


1. 썬데이지     

천장이 높은, 새로 생긴 브런치 식당이다. 깔끔한 야외 좌석과 흰색 톤 실내가 돋보였다. 몇 가지 음식을 먹어보았는데, 모든 음식이 최고는 아니었다. 잉글리시 블랙퍼스트는 2만 원 넘는 만큼 푸짐해서 좋았고, 고사리 들깨 크림 파스타가 맛있었지만, 커피는 옅었고, 비프 우동은 평범했다.      


우리 집 옆에 작년에 새로운 가족이 이사 왔다. 그들은 이사 오자마자 너른 정원을 꾸미고, 영화에 나올법한 원형 흔들의자를 놓았다. 우리는 그 의자를 보고 싱긋이 웃었다. 전원주택 초보의 바람이었다. 

“여름에 벌레나 모기는 어쩌고 저기 앉을 건데? 모기장이라도 쳐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서귀포 주민은 따땃한 날씨에는 야외 좌석을 선호하지 않는다. 11월이나 되어야 바깥에 앉아 즐길 수 있다.   

  

2. 카페 모노클     

특이하게 빵만 만들어 팔고, 야외 좌석 중심이다. 커피도 즉시 내리지 않는다. 너른 정원에 운치 있는 건물이라 지나가면서 빵을 몇 개 사보았다. 빵 꽤나 먹어본 우리 집 젊은이들 평은, 치아바타나 크루아쌍보다 초콜릿 베이스의 패스트리가 탁월했다고 한다. 빵지순례하는 젊은이들이 즐길법한 집.  

   

3. 정원 카페, 루브린 라운지와 카페 드노아      

제주의 이런 카페를 좋아한다. 카페 보롬왓이나 마노르 블랑처럼 정원 딸린 카페들. 차 한 잔 마시면서도 바깥 풍경이 눈에 가득 차고, 오래 앉았다 싶으면 바깥에 나가서 나무와 꽃을 바라보면서 걸으며 눈을 시원하게 만들 수 있는 곳. 제주처럼 땅 넓은 터를 차지한 카페들에게 가능한 컨셉이다. 루브린(이런 국적 불명 이름은 난감하지만) 라운지에는 동백꽃 정원이 있다. 안덕에 있는 ‘카멜리아힐’의 카페 버전이다. 


카페 드노아는 뛔미(위미의 옛 이름) 정원을 갖고 있어 감귤 체험도 가능하다. 3700 평 규모의 정원에는 사계절 놀거리 볼거리가 많으니 아이 동반한 가족들이 방문하면 좋겠다.   

            



제주 식당과 카페에서 직원의 불친절에 대하여.

     

간혹 제주의 식당에서 불쾌한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대체 장사하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불친절한 거지?”

불평할 정도로 무뚝뚝하거나, 화난듯하고, 말도 짧은 제주 사람이 있다. 오래 산 우리도 한 번씩 고개를 내저을 때도 있다. 

거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고 짐작들 한다. 역사적으로 침략과 수탈을 들기도 하고, 4.3도 거론된다. 말을 줄여서 하는 습관의 탓도 있다. 

이번에 돌아다니면서 우리도 직원의 불친절한 태도를 경험했다. 한 카페의 직원이 손님에게 상전처럼 굴어, 미묘하게 기분이 상했다. 대개 제주 젊은이들은 서비스 마인드가 갖춰져 있는데, 그 직원은 젊은이인데도 그랬다.     


문화적으로 성숙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은 제주 전역의 서비스 업소들이 사근사근한 인사에 익숙하지 못하다. 표현에 서툰 사람들이지, 외부인에 대한 적개심 같은 것은 아니다. 이 지역 사람들의 특색 같은 것이다.      


내가 만난 제주 토박이들은 친해지고 믿어주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그 바운더리를 넘으면 어느 지역 사람보다 솔직하고, 살가운 정을 보여주는 분들이었다. 그러니 친해지려면 먼저 다가가면 된다. 


업소의 불친절은 관광 제주의 중요한 문제이다. 시설이나 관광자원 개발보다 더 중요하다. 제주도에서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여서 자꾸 인식의 변화를 시키면 좀 나아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