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설계 (1)
남편의 말
2층을 부부만을 위한 공간으로 쓰기로 했고, 동측은 이웃집과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서 창문을 만들지 않는 것으로 확정 지으면서 부부침실과 욕실은 자연스레 동측에 자리 잡았다. 결국 거실을 중심으로 동측에 부부를 위한 공간, 서측에는 주방이 위치하게 되었다. 우리는 주방과 거실의 경계 때문에 고민했다. 책장으로 일부 파티션을 설치하는 방안, 또는 벽난로를 설치한 투명한 파티션을 설치하는 방안들을 고민했지만, 아무것도 설치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약 8m 길이의 주방과 거실은 서로 이어진 듯, 식탁을 경계로 분리된듯한 공간을 연출하게 되었다
부엌의 반대편 거실 공간과 남편의 자리
거실의 한쪽은 벽면 전체를 책, CD, LP 등과 생활용품을 수납할 수 있는 붙박이장과 남편의 책상 및 오디오 테이블로 구성하였다.
제주에서 가장 필요 없는 공간 중 하나가 외부 발코니라고 생각되었다. 습기와 바람이 많은 날씨와 여름에 모기 등 벌레 때문에, 발코니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을 처음 이사 와서 살았던 집에서 경험했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거실을 비롯한 전체 공간에 발코니를 두지 않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거실 창문을 열면 바로 1층으로 추락할 수 있는 위험이 있어 폴딩 도어 설치도 고려했으나 최종적으로 외부 창문 프레임에 유리 난간을 설치해서 해결했다.
아내의 말
우리 부엌의 색은 검은색과 차콜색이다. 처음엔 멋있었지만 점차 “딸에게는 말리고 싶은” 인테리어가 되었다. 걸핏하면 손자국 나고, 손잡이 부분은 이미 반들반들해져 닦이지 않는다. 최근에 다시 산 냉장고도 그랬다. 부엌 인테리어 색에 맞추어 흑백 조합으로 샀더니 손잡이의 검은색 부분은 시간 날 때마다 안경 닦는 천으로 닦아 내야 봐줄 만했다. 하루라도 닦기를 게을리하면 지저분해서 눈살이 찌푸려졌다.
마음에 드는 것은 마루 색이다. 나는 원래 짙은 색 마루를 좋아했다. 바닥이 짙은 색이어야 차분하고, 내부가 안정감 있게 느껴진다. 마루 색이 지나치게 환하면 떠 있는 느낌이다.
거실의 통창 옆에는 식물 지피포트를 둔다. 거기에 씨앗을 심고, 싹을 틔워 어린싹들이 바깥에서 적응할 수 있을 때까지 키운다. 우리의 작은 온실이다.
이 공간에서 우리는 먹고, 마시고, 어린 식물들을 만난다. 낮에는 북쪽 창으로 한라산과 감귤밭을 보고, 밤에는 남쪽 창으로 서귀포 시내와 바다 위에 뜬 배들의 불빛을 본다. 고기잡이가 한창인 철에는 수평선이 환하게 고깃배들이 불 밝히는 장관이 펼쳐진다. 집 앞을 지나는 전깃줄만 빼면 완벽한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