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대상자

이름을 잃은 아이들

아이들은 모두 예쁜 이름을 가졌다.

교육기관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우는 아이들이 있다.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지체장애, 정서행동장애, 학습장애. 건강장애, 발달지체 등.

어떤 이유로 또래와 어울리는 것이 어렵고, 일반적인 교수법으로 기대되는 학습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학생은 특수교육대상으로 교육청에 의뢰된다.

먼저, 학부모가 그 자녀의 문제를 인지하고 학교에 상담을 요청한 후 특수교사와의 상담을 통해 교육청에 의뢰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부모가 아주 예민한 것이 아니라면,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부모라는 존재는 자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에 어려움을 갖게 마련이다. 부모가 먼저 자녀의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했다는 것은 그 어려움이 또렷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경우, 단체 생활 안에서 부적응하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한 담임교사가 학교 특수교사에게 직접 상담을 요청하게 되는 경우이다. 이때 특수교사는 해당 학생의 학교생활을 관찰해 보고, 더 중요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담임교사의 협조를 받아 부모님과 상담을 진행한다.

특수교육대상자 선정은  "혹시 우리(반) 아이가 특수교육이 필요할까요?" 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학교에서 담임교사, 학부모, 특수교사의 1차적 판단을 통해 각 해당 교육청에 설치된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진단평가 및 선정, 배치를 의뢰한다.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접수가 되면, 학부모 일정을 잡아 대상 학생에게 필요한 검사를 실시한다.

서울과 경기도는 전문 임상심리사가 검사를 실시하며, 인천은 진단평가위원(특수교사)이 검사를 실시한다. 교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교육적 진단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학생이 가지고 있을 입체적인 문제에 더 가까이 접근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임상심리사가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한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서 정한 특수교육대상자는 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적장애, 지체장애, 학습장애, 발달지체, 의사소통장애, 정서행동장애, 건강장애, 자폐성장애, 그 밖에 두 가지 이상의 장애가 있는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애이다. 교사가 진단평가를 실시할 경우 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체장애 등은 보건복지부 장애복지카드에 등록된 내용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

진단평가를 실시 한 후에, 그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하여 특수교육운영위원회 심의 자료로 올린다. 특수교육운영위원은 진단평가위원이 올린 보고서 내용을 보고 특수교육대상자 여부를 심의한다. 여기서 '가'판정을 받으면 다음 달 1일자로 특수교육대상자가 된다.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이 되면 학생에게 적절한 배치가 이루어진다. 재학 중인 학교의 특수학급이나 일반학급에 배치되거나, 입학의 경우 근거리 학교에 배치된다. 특수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경우, 특수학교 해당 학년의 정원 확인 후 배치되거나 대기자가 된다. 대기하는 동안 근거리 배치 원칙에 따라 집에서 가장 가까운 일반학교(특수학급 또는 일반학급)로 배치된다.

의뢰, 진단평가 실시, 심의, 배치에 이르기까지 쉬운 과정이 없다.

그 과정 안에서 일반교사는 최초의 문제 제기자가 되는 부담을 갖는다. 교사의 교육적 제안은 부모의 마음을 상하게 하기도 한다.

"아이가 또래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며, 읽고, 쓰고, 셈하는 것에 어려움을 보입니다. 특수학급에 가서 도움을 받아보면 어떨까요?"라는 담임교사의 제안은,

그 부모에게는 "당신의 자녀는 문제가 있어요. 우리 교실에 있는 게 불편해요."라고 번역되 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특수교사는 상처받은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그 자녀가 특수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더 그렇다.

부모를 설득해 아이가 필요한 교육을 받도록 도와야 한다. 부모가 아이의 차이를 어떤 수준에 미치지 못함으로 이해하고 학교생활에 있어 실패가 반복될 것이라는 절망에 빠지게 되면 아이에게 좋을 게 없다. 모든 아이는 각자의 속도와 방법으로 성장한다는 것을 이해시키고, 어른으로서 할 수 있는 도움을 주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손을 잡아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지나 진단평가, 심의, 선정, 배치에 이르면 아이들은 위에서 언급한 11개의 장애 중 하나의 이름을 달고 특수교육대상자가 된다.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하는 이유는, 학생이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잠재능력을 발휘하여 사회구성원으로서 공동체에 포함되어 살아갈 힘을 길러주기 위함이다. 한 아이의 삶을, 실패의 경험이 아닌 성장과 도전의 경험으로 채워주기 위함이다. 그런데, 학교는 그것을 너무 쉽게 잊는다.

도움으로 성장을 지지하고 응원하겠다던 약속은, 분리와 배제 차별로 변질된다. 장애의 사전적 의미는 신체나 정신에 기능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을 말한다. 즉 장애는 인간에게 명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장애라고 명명하는 것은 한 사람의 한계를 미리 정하는 것과 같다.

장애인, 기능을 못하는 사람.

누가 인간이 가진 잠재력의 한계를 기회도 주지 않고 단정하는가 말이다. 장애라 명명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모든 인간은 성별의 차이, 나이의 차이, 경제력의 차이, 학력의 차이 등에 따라 그 성장 가능성을 제한받지 아니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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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는 어떤 장애가 있어요?"

"장애명이 뭐에요?"

"자폐아군요."

"장애상태는 어때요?"

우리반 녀석은요. 제 눈을 보면 방긋 웃어주는 다정한 00이에요. 음악시간을 좋아하고, 종이접기를 잘해요.

편식이 심해서 걱정이지만, 조금씩 노력하고 있어요. 엄마랑 헤어지는 걸 싫어해 아침마다 울지만, 결석은 하지 않아요.

이 녀석 이름은 000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모두 예쁜 이름을 가졌어요. 부모님이 지어준 사랑이 담긴 고운 이름이 있어요.

장애인이 아니라, 000입니다.

특수교육대상자 맞죠. 근데 그건, 특수교사인 저만 기억할게요.

여러분은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기억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