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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결과 통보

소통 없는 통보의 불편함

by 도라
어떤 꽃을 피우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특수교육대상학생으로 의뢰된 학생은 교육청 특수교육운영위원회에서 진단과 선정의 과정을 지나 학교에 배치되어 특수교육을 받게 된다.

우리는 그 아이들이 어떤 꽃을 피우게 될지도 모르고, 마치 주홍글씨처럼 장애로 명명하여 학교에 배치한다.



특수교육대상자 배치결과 통지서

-배치학교 : 브런치초등학교(특수학급)

-배치일: 0000.00.01.

-성명 : 000

-성별 : 여

-주소 : 000시 000구 000로 123

-생년월일 : 0000년 00월 00일

-소속기관 : 브런치초등학교

-선정유형 : 00장애

위 학생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17조 제1항 및 동법 시행령 제11조 제1항에 따라 위의 학교(학급)로 배치되었음을 통지합니다.

0000.00.01.

000교육지원청교육장(직인)



학교에서 특수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된 학생은 특수교육대상자 신청서를 교육청에 접수하고 교육청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아이와 함께 직접 방문하여 진단평가를 받은 후, 매달 열리는 특수교육운영위원회 심의(대면이나 서면으로 열린다)를 통해 '가' 혹은 '부' 판정을 받게 된다. 그 기준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을 근거로 한다.


교육청에서 이루어지는 진단평가는 그 결괏값만 학교의 요청이 있을 때 제공된다(인천 기준).

진단평가가 불가한 경우를 제외하면, 언어성과 동작성으로 나뉜 지능 검사를 실시하는 동안 아이들은 꽤 많은 정보를 준다. 착석이 안 된다거나, 주의가 분산된다거나,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지, 아니면 교사의 눈치를 보며 대답하는지, 낯선 환경에 불안해하는지, 호기심을 갖는지 등등 1시간여 동안 검사를 진행하는 동안 평가의 결괏값보다 더 중요한 정보를 교사에게 준다. 그 정보들은 지능이 몇이 나왔는지보다 실질적으로 교실에서 어떻게 학습에 임하게 될지 예측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교육적으로 한 학생을 지원하고자 한다면, 장애명보다 '그 아이'를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하다.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하는 과정이 분류하고, 낙인 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을 돕는 과정으로서 작동해야 한다.

교육청에서 진단평가를 실시한 특수교사와 이 학생을 지도하게 될 특수교사 간의 긴밀한 소통이 있어야 하고, 이는 학교가 요청하지 않더라도 의무적으로 배치 과정에 포함해야 한다.

소통 없는 통보는 '한 아이'에 대한 교육적 고민을 공유해 주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반 친구'에서 '도움반(지역, 학교에 따라 학급명이 다르다) 가는 애'가 된다.

배치를 통보받는 그 순간부터 아이들은 일반학급과 특수학급을 오가며 소속감 없이 외롭게 학교를 다녀야 한다. 그것이 그 작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올까?


어떤 아이는 복도에서 나를 피한다.

그럼 나는 눈만 찡긋하고 투명인간처럼 스쳐 지나가 준다.

어떤 아이는 교실에 가기 싫다며, 특수학급을 떠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럼 나는 조금씩 용기 내도록 기다려준다.


특수교사로 근무하면서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정보는 학생이 어떤 장애를 갖고 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오늘 어떤 기분인지, 어떤 친구를 좋아하는지, 어떤 간식을 좋아하고, 깍두기를 씹어먹는지 그냥 삼키는지 등 한 아이가 가진 고유성이었다.


장애라는 어려움을 갖고 태어났지만, 혹은 갖게 되었더라도, 모든 아이는 자신만의 꽃을 피운다.

학교는 기억해야 한다. 특수교육대상자이기 이전에 '한 아이'라는 온전한 사실을.






우리 아이들은 모든 학생이 갖는 권리를 동일하게 갖는다.

다만, 학습에 어려움이 예상되어 특수교육을 제공받게 되는 것이다. 특수교육을 제공받는다는 것이 일반교육에서 제외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어떤 꽃을 피우게 될지도 모르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장애로 명명하고 분류하여 기회를 빼앗고, 차별을 정당화한다. 특수교육대상학생에게 학교는 곧 그런 곳이 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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