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살아갈 힘

by 도라

학교라는 곳에서 20년을 넘게 근무하면서 아이들의 살아갈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깨달은 것이 있다.

내가 그 힘을 키우는 교사가 되기로 마음먹고 아이들과 쌓아 온 세월이 벌써 25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아이들과 주고받았던 카톡 기록을 보면서 새삼 느끼는 것들이 있어 함께 나누고 싶어졌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처음 발령을 받은 곳에 하00 학생이 있었는데, 정말이지 징글징글 말도 안 듣고 성실하지도 않은 학생이었다. 이리 가라면, 반드시 저리 가고, 저리 가라면 이리 왔다. 하루에도 여러 번 내 속을 오락가락하게 만든 녀석인데, 출산휴가(당시에는 1개월이었다) 동안 학급을 맡아주었던 후배 교사가 그 학생 칭찬을 침이 마르게 하는 것이다. 그때의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그날 이후 나에게는 이런 의식이 생겼다.

‘바뀌어야 할 사람은 학생이 아닌, 교사인 나다.’

학생을 위한다는 조바심이 나와 학생 모두를 힘들게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믿어주는 한 사람만 있어도 엇나가지 않는다.”


자식을 키워본 사람이면 누구나 들어본 말이다. 믿어주는 사람, 기다려 주는 사람, 그게 꼭 부모일 필요는 없다. 모든 어른 중 누구든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아이들은 붙잡아도 큰다. 한글을 떼는 일도, 숫자를 세고 셈을 하는 일도 때가 차면 하더라.

그 믿음이 생기니까, 이왕 하는 거 즐겁게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고, 그런 생각을 하다가 보니 화를 낼 일이 거의 없었다. 아이의 속도에 나를 맞췄다.


‘어른인 내가 기다리는 게 맞아.’


아이들은 지식의 양으로 크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크기에 따라 큰다. 이것이 내가 깨달은 것이다. 어린이는 지식이 아닌 사랑을 먹고 커야 한다.


'어린이라는 존재는 지식 없이는 살아도, 사랑 없이는 곤란하다.'


살아갈 힘은, 자신을 믿고 지지하고 아껴주는 단 한 사람의 마음만으로도 생겨나는 것이다.

내가 그 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믿고 기다리는 태도, 100번 해서 안 되면 200번 하고, 200번 해서 안 되면 1000번을 한다는 마음을 담는 게 특수교육이다.


내 품에서 함께 웃고 울던 녀석들이 하나 둘 졸업을 했다.

어느 날, 아이들의 소식이 궁금해졌다.

카카오톡 친구 목록을 열었다.


“00아 안녕! 선생님이야.”


그렇게 나는 내 세상으로 아이들을 다시 끌어왔다.

그리고 아이들이 내 부름에 응답했다.

아이들과 주고받았던 카톡의 기록을 통해 ‘장애로 명명되어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소소한 일상을 들여다보고, 사소한 오해를 풀어내어 아이들이 세상과 더 친밀하게 맞닿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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