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이글거리는, 방학을 앞두고 있던 뜨거운 여름이었다.
'A가 올 시간인데?'
그때 복도에서 악을 쓰며 우는 소리가 들린다.
A다.
나는 서둘러 교실 밖으로 나가본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A는 어깨를 움켜쥐며 세상이 무너진 아이처럼 울고 있다.
"비 때문에 옷이 다 젖었어요!"
A의 옷은 젖지 않았다. 비도 오지 않는다.
"선생님이 보기에는 괜찮은데? 그리고 밖에 비도 안 와"
"아니라고요. 비 때문에 다 젖었어요."
"그래, 교실로 가서 말리자. 괜찮아질 거야."
교실에 들어온 A에게 어제 있었던 일들을 물으며 감정 전환을 시도한다.
A는 특히 버스이야기를 좋아한다.
"어제 치료실 갈 때, 몇 번 버스 타고 갔어?" "엄마랑 갔어?" "올 때도 버스 타고 왔어?"...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유도한다.
어느새 진정이 된다.
"죄송해요."
A는 감정의 파도를 타고난 후에, 꼭 사과를 한다.
가끔은 책상을 밀거나, 의자나 책 등 손에 잡히는 것들을 던지기도 한다. 그럴 때면 다른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안전을 확보하고, A도 다치지 않게 지켜보고 있는다.
모든 상황이 끝나면, A는 스스로 모든 것을 본래의 상태로 정리한다. 사과도 다짐도 늘 스스로 한다.
'이 아이 안에서 휘몰아치는 감정들이 얼마나 버거울까?'
진정이 된 A에게 "불안하고 나쁜 생각이 나면 좋았던 기억들을 떠올려봐, 그리고 교실에 와서 네가 좋아하는 것들을 만지거나 보면서 스스로 감정을 관리해 봐."라고 말해 준다. 우리는 함께 방법을 찾아가고 있었다.
감정의 파도에 쓸려가지 않도록.
A는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부정적인 것들을 불러와 불안으로 안고 산다.
그런 A가 중학생이 되고 한참이 지나 2학년이 된 어느 날 나에게 카톡을 보내왔다.
"저 A에요."
"잘 지내니? 학교 놀러 와~"
A의 감정기복 때문에 중학교 선생님과 수시로 연락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A의 불안은 잡힌 듯 보였다.
1년이 지나 새로운 선생님이 부임해 온 직후에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가벼운 안부 인사였다.
일상적인 대화를 주고받았지만, 나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본인의 불안을 잡아주던 선생님이 다른 학교로 가면서, 뭔가 방향을 잃었을 것이다.
'A는 흔들리고 있다.'
새로 오신 선생님과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지만, 교사도 학생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A가 마음을 잘 잡고 중심을 잃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미 중학생이 된 학생을 위해 초등교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중학교 선생님이 필요한 문의를 할 수 있도록 소통을 유지하는 것뿐이다.
역시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변화에 민감한 아이였다. 불안이 다시 요동치려는 모양이다.
카톡 내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소리를 지르는 음성파일이나, 이미지 파일 등을 카톡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A야, 선생님이야. 예의를 지켜야지."
"선생님은 A를 혼낼 이유가 없어. 네가 얼마나 괜찮은 아이인지 선생님은 알아."
그렇게 10번을 이야기하면, A는 "죄송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사과를 한다.
그런 날들이 수개월 동안 반복되고 있었다.
나는 A의 담당 특수교사와 A와 주고받은 카톡을 공유하며 수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의 노력에도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다.
"A야, 네가 보내는 이 카톡 특수학급 선생님이나 엄마가 봐도 될까? 선생님은 공유할 거야."
"아니에요. 하지 마세요."
"그럼, A도 멈춰야지."
"알겠어요."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A의 상황이 매우 걱정되었다.
A는 자주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나는 대화를 캡처한 이미지를 담임선생님께 보내고, A의 어머님에게 공유해 줄 것을 부탁했다.
퇴근을 하고 주차를 하는데, 전화가 온다.
"네, 여보세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A 엄마예요."
왈칵 눈물이 났다.
마음이 어떠실까? 혼자서 A의 감정을 매일 받아내고 있을 어머니다.
전화기 너머 어머님은 A에게 전화를 건네며 선생님께 사과하라고 한다.
"선생님, 제가 혼내달라고 하고, 음성파일 보내고 그래서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예의 바르게 하겠습니다."
"그래, 선생님이 A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지? 선생님이 아는 A는 멋진 아이야. 도미노도 잘하고, 예의 바르고, 동생들도 잘 챙기고, 선생님은 그런 네가 참 좋아. 그러니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
어느새 얼굴이 눈물범벅이 되었다.
왜 그런지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밀려오는 그 감정의 파도에 중심을 잃고 불안 속에 사는 A에 대한 걱정이었는지, 아니면 나도 몰랐지만 이 일이 나에게 무척 힘이 들었던 것인지 지금도 모르겠다. 아마 둘 모두였을 수도 있겠다.
모든 것을 오롯이 혼자 견뎌내야 하는 A도, 그런 A를 세상과 연결하기 위해 혼자 많은 것을 감내하고 있을 어머님도 아리다.
아이들의 연락을 기다리면서도, 연락이 오면 걱정이 앞선다.
지금 사는 게 재미가 없나? 힘든가?
보내지 못하는 아이들이 내 마음속에 가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