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공지능 진로 로드맵
인공지능의 한 분야인 강화 학습을 개발한 서튼 교수는 “인류는 역사상 매우 중요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인류는 인공지능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지만, 정작 인공지능을 통해 이해한 것은 인류의 사고방식입니다. 즉 인공지능은 과학의 발전 단계가 아니라 인류를 이해하게 해주는 중요한 단계임을 깨달아야 한다는 의미죠.
인공지능(人工知能)이란 한자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사람이 만든 지능’입니다. 사람은 ‘무엇을 위해’ 복잡하고 놀라운 가능성을 지닌 인공지능을 만들어야 할까요? 다시 말해 인공지능이 궁극적으로 바라봐야 할 ‘목적’은 무엇일까요? 그 목적을 위해서는 인간의 지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이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은 마치 캄캄한 바다 한가운데에서 우리가 가야 하는 방향을 알려주는 별을 찾는 것과 같습니다.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목적은 인류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어떠한지, 인류나 사회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이런 목적을 모르고 인공지능을 통해 우리의 삶을 개선하겠다고 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선거 때 정치인들은 ‘더 나은 삶’을 목표로 하는 공약을 내겁니다. 그러나 그러한 정치인들이 정작 현실을 전혀 모른다면 우리는 그 공약을 전혀 신뢰하지 않고 실현 가능성도 낮게 봅니다. 인공지능으로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삶에 대한 이해와 문제의식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인공지능은 단순한 기술 차원에서 머무르고 맙니다.
이러한 목표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인공지능 공부는 ‘사람의 이해’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현재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삶의 터전인 사회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관, 삶의 양식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드러나는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지금까지 해결되지 못한 문제는 무엇인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봐야겠죠? 그리고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하면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려고 해요. 몇 가지 사례를 같이 살펴보면서 이 고민의 부분적인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고령화 사회에서 독거노인들이 겪고 있는 외로움과 우울증은 현대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야 할 큰 문제입니다. 보건복지부의 노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3명 중에 1명은 우울증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노인들은 가족들의 왕래가 적고, 야외 활동이나 문화생활 등으로 인한 타인과의 접촉 기회가 적죠. 이런 환경에서 노인들은 쉽게 우울증에 걸릴 수 있고, 자살 혹은 고독사로 이어질 위험 또한 높습니다.
노인들의 우울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원대 의학 전문대학원의 조희숙 교수팀은 인공지능 인형 효돌이를 개발했습니다. 그런데 왜 인공지능 인형일까요? 먼저 인공지능의 음성 인식 기능을 통한 쌍방향 의사소통이 독거노인의 고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될 수 있음에 주목했습니다. 독거노인들에게는 말벗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는 정기적으로 자원봉사자나 사회복지사가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어 말동무가 되어드렸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화시간이 끝나고 나면 결국 또 혼자가 되어 말벗이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음성 인식 인공지능을 통한 쌍방향 의사소통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인공지능 스피커는 노인 치매 예방에도 도움된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입증되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는 노인들에게 가장 적합한 도구가 인형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만약 음성인식 인공지능 스피커를 노인들의 집에 하나씩 놓아드린다면 노인들은 외로움과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기술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교감의 도구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상이 되는 노인들에 대해 이해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인들이 가장 친근하게 교감을 나누고 대화가 늘어나는 순간은 아기를 돌볼 때입니다. 마치 손주를 품에 안고 다독이면서 늘 함께 하는데 가장 친숙한 인형을 선택했습니다.
효돌이는 인공지능 스피커가 인형 속으로 들어가 있는 형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독거노인들은 효돌이를 안아주기도 하고 마치 손주를 돌보듯 계속 말을 건넵니다. 그러면 효돌이는 그 말을 듣고 대답을 계속하죠. 업기도 하고 안기도 하고, 잘 때 이불속에서 손주를 재우듯 말을 나누다가 함께 잠이 듭니다. 이러한 효돌이 인형은 노인들의 평균 우울 척도를 개선하는 데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효돌이 인형이 인공지능을 통해 노인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데 나름의 성공을 거두고 있는 이유는 노인들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조희숙 교수는 EBS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교육은 인간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람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고 그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 인공지능이 무엇일까 거꾸로 연구되어야 합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 사회에 대한 관심은 결국 기술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좋은 연결고리이자 통로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고리를 많이 가질수록 더욱 사람을 위한 기술, 그들에게 정말 필요하고 거부감이 없는 친숙한 기술로서 가치를 가집니다.
콴다를 개발한 매스프레소의 이용재 대표와 이종흔 대표는 과외와 강사 일을 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쳐주다가 학생들의 질문을 카카오톡을 통해 받을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러나 강사로 수업을 하던 중에는 즉답을 못해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작 필요한 때에 제때 정보를 제공해주지 못하면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즉문 즉답’으로 2015년 콴다라는 앱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서 답변을 하기 시작했지만 2017년에 인공지능을 도입했습니다. 콴다 앱에서 모르는 문제 사진을 촬영하면 인공지능이 그 문제를 인식하고 5초 안에 답변을 찾아줍니다. 이러한 하루 평균 130만 개의 질문이 인공지능을 활용하려고 콴다 앱에 올라온다고 합니다. 이 중 30~40% 정도는 그 안에 담긴 개념이 무엇인지 인공지능이 인식할 수 있는 기 문항들인데, 이 경우 관련 글이나 유튜브 강의, 미니 인강 등의 자료를 제공해줘서 학습을 돕습니다. 또한 질문한 것과 비슷한 유형의 문항들을 제공해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질문을 통해 데이터가 누적되면서 정확도도 많이 증가했습니다. 이제는 80% 이상의 질문은 인공지능이 자동적으로 해결하고, 나머지 20%도 명문대 학생들을 연결해서 5분 안에 해답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서비스를 개발한 원동력은 학생들이 원하는 것과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파악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피드백을 하기 때문입니다. 콴다는 단지 도움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학습을 돕는 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학생들은 하루 평균 4~5개 정도를 문의하는데 가끔 30여 개를 한꺼번에 문의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러한 경우 문의한 답과 풀이를 제시한 뒤 그 문제를 제시하며 “다시 풀 수 있나요?”라고 물어봅니다. 이를 통해 소위 베껴 쓰기와 같은 치팅을 방지해서 학습을 도와줍니다.
또한 타이머 기능을 통해 콴다 앱에서 공부를 시작한다고 타이머 기능을 클릭을 하면 다른 앱의 사용이 제한됩니다. 유튜브나 SNS 등의 실행을 억제함으로써 학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같이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의 목록과 공부 시간을 보여줌으로써 마치 사이버 독서실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때로는 찌름 기능을 통해 “같이 공부할까요?”라는 메시지가 뜨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기능들은 학생들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2021년 2월 현재 2500만이 넘는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콴다는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단점을 보완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개선하고 보전하는 활동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얼리엇 리차드라고 하는 미국의 한 고등학생은 공학 수학 과제 중 아마존 열대 우림의 불법 벌목을 막기에는 산림 감시원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불법 벌목자들을 단숨에 줄이기는 어렵고 감시원의 수를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감시원이 더 많은 영역을 감시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벌목을 할 때 발생하는 전기톱의 소리와 운반에 필요한 트럭의 소리를 인공지능으로 식별해내고 이 위치를 산림 관리원에게 자동으로 전송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이 아이디어로 대학생이 된 후 아웃랜드 애널리틱스라는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시작했습니다.
소리를 인식하는 인공지능은 바닷속에서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2018년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프로그램에 출연한 제프 딘 구글 인공지능 총괄 시니어 펠로우는 재미있는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수생 생물에 관심이 많던 다니엘(Danille)과 존은 수생 생물에 관심이 많았는데 특히 고래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빛이 도달하기 어려운 깊은 바다에서 주로 소리로 의사소통하는 고래를 추적하기 위해 해저에 수많은 마이크를 설치하여 고래의 소리를 녹음했습니다.
<유튜브 링크 : https://youtu.be/xmmfWcR65kI>
그러나 그들이 가진 문제는 녹음 시간이었습니다. 모든 소리를 수백, 수천 시간 녹음해야 했고, 이처럼 긴 녹음 자료에서 고래를 찾기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때 취업박람회에서 소리에 관심이 많은 공학도 출신인 다니엘(Daniel)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함께 오디오 분석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오디오 파형을 인식하는 도구를 사용해 수십억 시간에 해당하는 분량의 오디오를 분석했고 이를 바탕으로 98%의 정확도로 고래가 어디 있는지 찾아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고래의 행동과 수영 패턴, 이동 방법을 이해하고 멸종 위기 동물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아프리카 탄자니아 지역의 세렝게티 초원의 생태계 연구에도 딥마인드 회사의 이미지 인식 기술을 활용합니다. 이처럼 인공지능을 활용함으로써 우리가 현재까지 해결하기가 어려웠던 문제들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환경의 문제의 또 하나의 돌파구를 찾아가는 위대한 일을 시작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