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은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에 대하여 연구하고 공간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을 만드는 학문입니다. 건물은 머무르는 공간의 의미도 있지만 사회 문화, 기후 및 지리적 환경, 역사, 건축주의 의도, 건축비 등과 연계된 종합적인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학생들의 진로 지도를 하다보면 건축학과와 건축공학과의 차이를 물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축학과는 건축을 의뢰하는 건축주의 추상적인 요구사항을 건축가의 아이디어와 감각을 통해 구체적이고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용 가능한 예산을 파악하고, 건축물이 예산 안에서 건축법에 위배되지 않게 안전히 지어지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시간에 따른 채광도 고려해야 하고, 집이 건축되는 환경의 기후적 특성도 파악해야 하죠. 주변 도로 상황과 건축을 통해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따라서 건축사는 다양한 분야에 관한 조예가 깊어야 합니다. 건축학과에서는 건축사의 종합적인 소양을 키우기 위해 건축 계획, 건축 설계, 미적 감각을 위한 미술사, 환경에 대한 학문, 건축물에 대한 구조 역학, 세계 건축사 등을 가르칩니다.
건축학과를 졸업하면 건축을 진행하기 전 설계와 건축 감리 등을 담당하는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건축은 안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 자격을 갖춘 건축사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건축에 관해 국가교통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전문가인 건축사가 인정할 수 없는 건물은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시공 허가가 나지 않습니다.
반면 건축공학과는 건축사가 설계한 도면을 현실로 구현해내는 공법에 대해서 배웁니다. 건축사가 도면을 구체적으로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건축이 실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과정에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습니다. 설계된 건물이 안전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지도록 하는 적절한 공법을 선택해야 하고, 공사 기간을 단축해야 하며, 도면과 똑같이 건물을 짓되 돈이 낭비되지 않도록 경제적으로 시공을 해야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계획하고 건축 업무를 지시하며 그 공정대로 제대로 진행되는지 확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건축공학과가 하는 일입니다.
건축 분야에도 인공지능이 접목되는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독창적으로 공간을 구성하고 설계하는 일은 사람이 하지만 복잡하고 반복적인 설계과정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에는 건축사가 건축 설계 사업 타당성을 확인하는데 5일 이상이 걸렸지만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1시간 내로 확인하는 기술이 개발되었습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시뮬레이션으로 시간에 따라 건축물에 햇빛이 비추는 방향과 그림자도 확인 가능하기 때문에 건물의 위치 선정, 디자인 과정에서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건설 현장에 투입되는 4족 로봇 스팟(SPOT) (이미지 출처 ceoscoredaily.com)
건설 현장에서의 공정과 처리도 인공지능과 정보 통신 기술 적용으로 인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합니다. 현재는 사람이 측량 장비로 지형도를 작성하지만 드론을 활용해 지형을 촬영하고 3차원 지형 데이터를 자동화하여 만들 수 있습니다. 건설 현장 점검에서도 자율 주행 능력을 갖춘 로봇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미 2020년 GS 건설은 아파트 건설 현장 중 지하주차장 골조공사와 마감공사가 진행 중인 세대 내부를 4족 로봇 스팟(Spot)을 활용하여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포스코 건설도 터널 공사에 스팟을 도입했습니다. 포천~화도 고속도로 4공구 구간에 스팟이 레이저로 지형을 측정하고, 고성능 카메라로 공사 현장을 파악하는 작업을 시범 적용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전정 타공 로봇 (이미지 출처 -현대 건설)
2021년 6월 현대건설 기술 연구원은 현장 순찰 로봇, 무인 시공 로봇 등을 선보였습니다. 무인 시공 로봇은 인공지능 비전을 활용해 작업 지점을 찾고 천정 드릴 타공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예전에는 작업자가 보호 장구를 착용하고 리프트에 올라가 수행해야 했지만 로봇이 위험한 일을 대신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현장에 적합한 로봇을 개발하여 위험도가 높았던 페인트, 용접 등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