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부부가 어쩌다 1년 1억 챌린지에 성공했을까?
현금은 쓰레기라고 외치는 시대에 1년에 1억을 모은다는 것은 자칫 미련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산을 사려면, 레버리지를 일으키려면 쓰레기라는 그 현금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3년 차 신혼부부인 우리로서는 현금을 최대한 빨리, 많이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절박한 심정으로 1년에 1억을 모으는 1년 1억 챌린지에 도전했다.
1년에 1억을 모은다고? 돈 많이 버나 보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누군가의 1년 1억 모으기 성공담을 읽었던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우리 부부한테 1년에 1억을 모은다는 것은 딴 세상 이야기였다. 부부 합산 근로소득이 월평균 700만 원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1년에 1억을 모으려면 매달 약 833만 원을 저축해야 하는데 700만 원의 근로소득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성공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2021년, 우리 부부는 1년 1억 챌린지에 도전했고 놀랍게도 성공했다. 정확히는 한 해 동안 100,462,321원을 모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라면 몇 가지 질문이 머릿속에 떠오를 것이다.
Q1. 2021년에 얼마를 벌고 얼마를 썼어?
크게 근로소득, 투자소득, 기타소득으로 나눠서 2020년 대비 변동액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근로소득은 2020년 대비 월평균 57만 원 이상 증가했다. 내 근로소득이 줄어드는 가운데 남편의 근로소득이 늘면서 선방했다. 투자소득은 2020년 대비 월평균 47만 원 이상 증가했다. 정확히 1,030,616원으로 투자소득 월 100만 원이라는 목표를 이루었다. 투자소득의 원천은 공모주 투자, 달러 투자, 주식 투자, 암호화폐 투자, 배당금 등 다양한데 분류를 세분화하지 않아 정확히 파악이 안 되는 게 아쉽다. 2022년 가계부에는 세부 항목을 만들어 두었으니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콘텐츠소득을 포함한 기타소득도 2020년 대비 월평균 64만 원 이상 증가했다. 이렇게 세 가지 소득을 합쳐 2020년 대비 월평균 169만 원 이상 수입이 증가했다.
지출도 크게 고정지출과 변동지출로 나누어 살펴보겠다. 고정지출 내역은 기부금·부부용돈·대출이자·연금·보험이고, 이 외 지출은 모두 변동지출이다. 고정지출은 2020년 대비 월평균 4만 원 이상 절약했다. 2021년 11월을 기점으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이 8만 원 이상 올라서 무조건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4만 원이 줄어서 놀랐다. 나는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직장가입자처럼 회사에서 절반을 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 지출된다. 변동지출도 2020년 대비 월평균 7만 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반려견 병원비 증가와 예정에 없던 경조사비 300만 원 추가 지출로 변동지출 역시 무조건 증가한 줄 알았던 터라 정리하면서 놀랐다. 변동지출 월 130만 원 살기는 실패해서 아쉽지만 그래도 2021년 지출은 2020년 대비 월평균 11만 원이 줄었다. 지출 통제에 신경 쓴 보람이 있다.
2020년 대비 소득 증가: 월평균 169만 원
2020년 대비 지출 감소: 월평균 11만 원
= 월평균 180만 원 추가 저축
Q2. 그냥 근로소득이 많아서 1억 모은 것 아니야?
1년에 1억을 모았다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우리 부부가 1년에 1억을 모을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가 든든한 근로소득이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결혼 직후 우리 부부의 합산 근로소득은 700만 원이었다. 그 현실을 순순히 받아들였다면 결코 1년 1억 챌린지에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지난 2년간 어떻게 하면 몸값을 높일 수 있을지 각자 치열하게 고민했고 덕분에 근로소득을 높일 수 있었다.
남편은 몇 번의 이직을 통해 차근차근 연봉을 높여 갔지만 나는 2020년 대비 2021년 수입이 100만 원 정도 줄었다. 2020년 말에 영화 수입을 배우고 싶어서 영화사에서 주 이틀씩 근무하게 되었는데, 번역을 일주일에 사흘밖에 못 하게 되었으니 나한테는 손해다. 돈만 본다면 번역에 집중하는 게 맞지만 훗날을 생각해 수업료를 낸다는 생각으로 돈을 포기한 것이었다. 영화사 일에 적응하는 첫 6개월 동안은 월수입이 눈에 띄게 줄었고, 하반기에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 어느 정도 손실을 메꿨다. 이런 이유로 단순히 근로소득만으로 우리가 1년에 1억을 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리고 근로소득을 높일 수 없었다면 부업으로 소득을 높였을 것이다. 실제로 현재 근로소득을 더 높이는 건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
Q3. 2021년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은 뭐야?
1년 1억 챌린지에 성공하려면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1) 수입을 늘리고 2) 지출은 줄이며 3) 투자도 적극적으로. 남편과 돌아보니 2021년 한 해는 이 삼박자가 어느 정도 잘 맞아떨어진 해 같다. 뭐 하나 소홀하지 않고 부부가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서 이루어 낸 성과다. 다만 우리 수입의 대부분이 근로소득에 치중되어 있는 게 사실이라 2022년에는 조금 더 다각화하고 싶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근로소득 외 수입이 근로소득을 추월하는 것. 또 아쉬운 점은 더 공격적인 투자를 못 한 것이다. 2022년에는 주식도 부동산도 투자 전망이 그리 좋아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주식은 수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부동산도 기회를 찾아보려 한다.
삼프로 TV의 김동환 소장은 원하는 목표 자산의 10%를 종잣돈으로 모으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10년, 길어도 15년이면 그 종잣돈의 10배로 자산을 불릴 수 있다고. 쉽사리 믿기 힘들지만 여러 자산가가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리라. 종잣돈을 모으는 행위는 결코 미련한 게 아니라 자산을 10배로 불릴 수 있는 티켓을 손에 쥐는 과정이다. 1년 1억 챌린지는 그 티켓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손에 쥐도록 도와주는 도구다.
프리랜서 아내와 직장인 남편. 평범한 우리 부부가 1년에 1억을 모았다면 1년 1억 챌린지는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도전이 아닐까 싶다. 물론 지금 당장은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목표든 시작점이 있는 법. 작년에 1년 3천만 원 모으기가 목표였다면, 올해는 5천만 원 모으기를 목표로 해 보자. 5천만 원을 모아 본 사람이라면 7천만 원을 목표로 해 보는 게 어떨까? 그러다 보면 1년 1억 모으기가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게 될 것이다. 독자 여러분의 1년 1억 챌린지 여정이 조금 더 수월하길 바라며 우리 부부의 경험담을 담은 가이드북을 만들었다. 우리 부부의 이야기가 종잣돈 모으기 여정을 막 시작한 부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당신도 1년에 1억, 모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