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THINGS THAT I LIKE ABOUT YOU
얼마 전에 책 〈엄마를 위한 미라클 모닝〉을 읽다가 정서 통장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다.
과거에는 부부관계의 정서 통장의 잔고가 마이너스였기 때문에
작은 말썽거리에도 쉽게 갈등이 깊어졌었다.
이제는 간혹 출금되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관계에 큰 흔들림이 없다.
건강한 재테크를 지속하려면 부부의 관계가 건강해야 한다. 우리 부부는 8년 연애 끝에 결혼했는데 연애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 하지만 결혼하고 나서는 계속 붙어 있다 보니 싸움까지는 아니어도 부딪칠 때가 아주 없지는 않더라. 그래서 박장대소 머니 워크숍(이라고 쓰고 호캉스라고 읽는다) 활동으로 마음 통장을 두둑이 채우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30 Things That I Like About You를 작성했다. 간단히 말해서 서로의 장점을 30개씩 적어 보는 활동이다. 장점 100개도 아니고 30개쯤이야 술술 나올 줄 알았는데, 처음에는 몇 개 적고 나니까 희한하게 단점만 떠올랐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남편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생각해 보니 가속이 붙었다. 다행히 그리 어렵지 않게 장점 30가지를 작성할 수 있었다.
서로 장점을 30가지씩 적은 뒤에 상대에게 읽어 주었다. 그리고 상대가 적은 장점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자신의 장점을 세 가지씩 뽑으며 마무리했다. 내가 적은 30가지 중에 남편이 뽑은 가장 마음에 드는 장점은 다음 세 가지다.
9) 여유를 즐길 줄 안다.
17)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다.
21) 대화가 통한다.
나는 연애 때부터 남편이 여유를 즐길 줄 아는 면모가 참 좋았다. 식물을 돌보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커피 한 잔에 쿠키를 곁들여 먹으며 멍하니 앉아 있기도 한다. 나는 생산성이라는 키워드하에 움직이는 인간이라서 여유를 즐기는 법을 잘 모른다. 스물한 살 때 호주 멜번에서 지내며 여유라는 단어의 뜻을 처음 배웠는데, 그곳에서 여유를 즐길 줄 아는 남편을 만난 건 어쩌면 운명이었을지도.
3) 글을 잘 쓴다.
20) 배려심이 깊다.
28) 주관과 소신이 뚜렷하다.
장점을 적어 놓고 살펴보니 나와 남편이 참 다른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비슷한 사람끼리 끌리기도 하고, 정반대의 사람끼리 끌리기도 한다는데 남편과 나는 정반대인가 보다. 서로의 장점을 적어 보며 서로를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덕분에 상대가 참 장점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도 깨달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다. 부부 마음 통장에 두둑이 입금하고픈 분이라면 서로 장점을 적어 보는 시간을 갖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