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0

by 김윤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보다가 동생에게 물었다.


“근데 엄마, 아빠한테 새삼 고맙지 않나?”

“뭐가?”

“우리가 저런 장면을 보면서 공감한다는 게. 크면서 엄마랑 아빠 덕분에 저걸 다 해봤으니까 아는 거잖아”


10여 년 전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기점으로 지금까지도 대중 문화 전반에 걸쳐 복고가 유행하고 있다. 새것과 복고의 합성어인 ‘뉴트로’라는 말까지 생겼으니 말이다. 나 역시 옛것에 대한 추억에 공감하고 열광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내가 지나간 추억을 다른 사람과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준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을 느낀 건 최근이었다.


휴대전화가 처음 나왔을 무렵 부모님을 졸라 나는 당시 인기가수 박지윤이 광고하던 카이코코를, 동생은 인기 캐릭터로 사랑받았던 홀맨을 손에 쥐었다. 이후에도 모토로라, 김연아의 햅틱 등 시대의 흐름을 쫓아가느라 바빴다. 또 공부할 때 필요하다는 이유로 컴퓨터와 영한 전자사전, MP3와 CD 플레이어를 사달라고 졸라 차례로 손에 넣었으며, PPT로 숙제할 때 화질이 좋은 사진을 넣어야 한다며 디지털카메라까지 얻어냈다.


컴퓨터로는 공부보다 펜팔 친구와 채팅을 더 자주 했고, 용량이 256MB였던 MP3에는 영어 회화 오디오 파일보다 밤새 옮겨 담은 인기 가요의 비중이 더 컸다. 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 들키지 않도록 교복 소매 안으로 이어폰을 보이지 않게 넣어 듣기도 했다. 휴대전화로는 웃음(^ㅇ^), 눈물(T_T), 좌절(OTL), 충격(◎_◎), 윙크(>_<), 정색(-_-) 등 다양한 표정을 색다르게 표현하는 법을 연구하기도 했고, 내용은 심각한데 세로로 읽어보면 만우절 장난 문자인 일명 ‘세로 드립’을 고민하며 글짓기를 하기도 했다. 가령 이런 내용이다.


너하나만생각했어

또생각했어그래서

속상했지만이제알

았어사랑이어떤건

지알게됐어사랑해


돌이켜 생각해 보니 우리가 친구들과 추억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할 수 있는 건 모두 엄마, 아빠 덕분이었다.

막상 내가 돈을 버는 사회인이 되어보니 나 하나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아빠는 어떻게 어린 자식들이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걸 모두 해줄 수 있었을까. 당연하게 여겨왔던 모든 게 사실은 당연하지 않은 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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