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생 김태영 씨

by 김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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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

나에게 대학이란 곳은 어떤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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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런 질문을 받아보네!

대학은 나의 인내심 테스트

(끝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ㅎㅎ)


우리 집에서 처음 장학생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올해 예순넷이 된 아빠다. 딸 둘, 아들 하나를 키웠지만, 단 한 번도 집에 장학금을 가져오는 놈은 없었다. 우리 세 남매는 모든 학기 내내 꼬박꼬박 부모님 지갑에서 나온 학비로 공부하고 대학을 졸업했다. 더이상 학교에 다니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에 이 집에서 끝끝내 장학생은 나올 수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그 주인공이 환갑을 넘긴 아빠라니!



#1-1. 60세 신입생 김태영


4년 전, 아빠가 대학에 입학했다. 아빠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정확히 40년 만의 일이다.


아빠는 종종 우리와 함께하는 술자리에서 대학에 다녀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어렸을 때 대학이 너무 가고 싶었는데, 어린 아빠의 눈에도 당시 가정형편이 너무 어려워 보였단다. 할머니 홀로 삼 남매를 키우셨는데 아빠는 그중에서도 막내였다. 아빠보다 먼저 고등학교를 졸업한 큰아버지 뒷바라지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은 당연히 대학에 가는 대신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덤덤한 말투로 지난 이야기를 하는 아빠의 말을 듣는데, 나는 왠지 조금 억울했다.


“아빠도 할머니한테 대학 보내 달라고 이야기라도 해보지!”

“보내줄 형편이 안 되는데, 말하면 할머니 마음만 아프잖아. 할머니는 아빠가 대학 가고 싶어 했는지도 모를걸? 말을 안 했으니까. 그 시절엔 어느 집이나 다 그랬지”


아빠에게 대학은 그런 곳이었다. 어렸을 땐 형편이 어려워 갈 수 없는 곳, 돈을 벌기 시작했을 땐 우리 뒷바라지하느라 꿈을 꿀 수조차 없었던 곳, 세월이 흘러서는 너무 나이가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 포기해야 하는 곳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 아빠가 결심한 거다.


어느 날 아침, 휴대전화로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아빠가 입학지원서 접수증을 찍어 보낸 사진이었다.


“아빠 대학 가보려고. 아빠처럼 나이 든 사람들도 많이 다니는 대학이 있대. 거기 농학과가 있다네. 회사 다니면서 공부하고 시골 가면 농사도 더 잘 지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나는 아빠의 새로운 도전이 반가웠다. 늦은 건 아무것도 없다. 오랜 시간 꿈꿔온 시간을 마주하게 될 아빠의 대학 생활을 응원해 주고 싶었다. 아빠는 그렇게 2020년 3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농학과 1학년 신입생이 됐다.



#1-2. 우리 아빠 하고 싶은 거 다 해~


우리 삼 남매가 대학을 모두 마칠 때까지 아빠는 한 학기도 빠짐없이 학비를 내주셨다. 학자금 대출을 받아본 적도 없다. 당시엔 아빠가 학비를 내주는 걸 너무 당연하게 여겼기 때문에 몰랐는데, 내가 직접 돈을 벌기 시작한 이후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나 하나 먹여 살리는 일도 이렇게 고된데, 동생과 내가 동시에 대학을 다닐 때 아빠는 어떻게 학비를 충당했을까 하고 말이다. 아마 우리 모르게 새 학기가 시작할 무렵이면 아빠는 학비를 준비하느라 가계와의 전쟁을 치렀을지도 모른다.


우리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아빠를 위해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아빠,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아빠가 학비 내줬으니까, 아빠가 학교 다닐 때는 우리가 학비 내줄게. 이제 우리 다 돈 벌잖아”


아빠는 우리가 학비를 내주면 중간에 포기하고 싶어져도 그러지 못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나는 성적은 중요한 게 아니라며, 농땡이 치지 말고 수업만 열심히 들으면 된다고 아빠를 안심시켰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늘 아빠가 해주던 말이었다.

얼마 후 입학금과 학비를 낼 시기가 다가왔다. 대학생이 된 아빠의 첫 학비를 입금하는데, 마치 아빠의 보호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를 위해 학비를 내주는 건 나에게도 첫 경험이었다.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만들어준 아빠에게 고맙기도 했다.


새내기가 된 아빠는 아이처럼 신이나 보였다. 학생증을 발급받았는데 사진이 마음에 안 들어서 바꾸고 싶다고 말하는가 하면, 강의는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을 번갈아 가며 듣는 방식인데 오프라인 수업에 갔더니 아빠가 두 번째로 나이가 많아서 어르신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는 소소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또 다음 주는 체험 수업을 하러 텃밭에 간다며 설레기도 했다. 내게 당연하게 여겼던 대학 생활을, 40년이 지나고서야 경험하며 즐거워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며 기쁘면서도 왠지 조금 서글펐다.


아빠가 내게 그랬듯 수강과목이 정해지고 난 뒤 교과목 서적도 사드리고, 온라인 수업과 과제 작성용으로 사용하시라고 노트북도 보내드렸다. 학교생활에 필요한 소소한 것들을 선물하면서, 난생처음 느껴보는 특별한 기쁨의 감정을 맛보기도 했다.


‘아, 이 맛에 자식 뒷바라지하는 건가.’



#1-3. 아빠는 과제 중


한동안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기가 되면 아빠에게서 자주 연락이 왔다. 용건은 대개 과제 제출을 위해 손으로 쓴 과제를 컴퓨터 문서로 옮겨달란 부탁이었다. 컴퓨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아빠는 늘 노트에 펜으로 직접 과제를 작성했다. 적게는 다섯 장에서, 많게는 열 장 분량의 내용이었다. 학기당 여섯 과목의 과제를 줬으니, 아빠는 평균적으로 마흔 장 이상의 과제를 손수 썼던 것이다. 손으로 꾹꾹 눌러쓴 과제를 워드 파일에 옮겨 적으며 나는 자주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아빠를 상상했다.



하루는 새로운 과제를 옮겨 써 달라는 부탁받았다. 내가 살아온 삶을 서술하고, 가족과 나 자신이 더 나은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지 작성하는 심리학 과목의 과제였다. 내용을 옮겨 적으며 조금 울컥했다. 빼곡하게 쓰인 문장에는 아빠의 10대와 20대, 결혼을 하고 우리가 태어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삶과 감정들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아빠는 존경받는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했다. 대학에 입학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고 덧붙이며 과제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미 우리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아빠인데, 아빠는 아직 그걸 모르나보다. 그날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빠와 더 많이 대화하고 싶어졌다.


어느 날 저녁이었다. 퇴근하면서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수신 거절 음이 들려오며 전화가 끊겼다.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엄마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얼마 가지 않아 엄마는 전화를 받았다. 아빠가 통화가 안 된다며 무슨 일이 생겼냐고 물었다.


“니네 아빠 지금 바쁘다. 아까부터 과제 한다고 방에서 안 나온다”


엄마와 통화를 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아빠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왜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과제를 하냐고 했더니 기한이 얼마 안 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장학금 받으려면 부지런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토록 좋아하는 동창 모임도 빠지면서 아빠는 열심히 과제를 했더랬다. 그렇게 2학년을 무사히 마친 아빠는 또 한 번 장학금을 탔다.


‘장하다, 우리 태영 씨!’



#1-4. 63세 졸업생 김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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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

2024년 목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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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탄하게 대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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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이뤄질 것 같은데~ 아빠 개강 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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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초지. 이제 한 학기 남았네.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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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파이팅!!



올해 8월 아빠는 4년간의 공부를 무사히 마치고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빠짐없이 과제를 제출했고, 시험 기간엔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다. 덕분에 딸과 아들은 받아보지 못한 장학금도 여러 번 받으며 알차게 대학 생활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나와 동생은 학교를 졸업 전에 모두 취업하면서, 졸업장만 받고 정작 졸업식 당일엔 참석하지 못했다. 어쩌다 보니 우리 집에선 아빠가 처음으로 학사모를 쓰게 된 것이다. 얼마 전 아빠와 통화하면서 물었다.


“아빠, 대학교 4년 어떻게 다니나 걱정하더니 결국 졸업하네. 축하축하! 대학교 졸업하는 소감은?”

“인자 마지막 학긴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시작할 때 졸업은 생각도 못 했는데 이런 날이 다 오네. 그래도 졸업식은 가봐야 안 되겠나~”


학사모를 쓴 아빠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왠지 묘한 기분이 들 것만 같다. 우리 태영 씨, 그동안 열심히 공부하느라 고생 많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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