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옷비읍 Sep 10. 2019

시장한 사람들을 위하여

curation 002

나는 굶기 싫은 마음이야. 당신도 스윽 먹고 가셔요.



“주차하기도 불편하고, 덥고 너무 시끄러워요 가끔 카드 내기 눈치 보이기도 하고....”
현대인들에게 시장이란 그리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여겨지곤 한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에 밀려 시장을 향한 발길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they never die. 점심 저녁 할 것 없이 길게 늘어선 줄을 자랑하는 시장 맛집들을 보면 그들의 오랜 내공과 전통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오늘은 성북구의 시장한 사람들을 위해 시장 맛집을 소개하겠다.



1. 길음시장 '순대마을'


길음시장은 무려 6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최근 청년 시장을 도입하고 일부 점포를 현대식으로 개조하는 등의 변화가 있었지만, 60년의 긴 역사에서 나오는 전통 바이브는 그대로. 지역 할인 마트와 정육점, 떡집, 과일 상회를 지나 조금만 걷다 보면 순대 마을이 나온다. 말 그대로 대여섯 개의 순대집이 모여있는 하나의 마을이다. 가게 간 맛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고 하니, 그냥 마음에 드는 집 테이블에 앉아 “국밥 하나 주세요” 하면 된다. ‘가성비’를 내세우는 국밥 프랜차이즈들도 이 곳에선 다 고개를 숙여야 한다. 왜냐? 이곳에선 5,000원을 내고도 무려 1,000원을 거슬러 받을 수 itzy. 역시 시장물가는 달라달라. 뜨끈한 국물과 푸짐한 건더기로 배 차는 건 순식간. 모호한 테이블 간 경계와 반주를 하는 시끌벅적한 손님들 덕분에 혼밥도 절대 외롭지 않다.




대표메뉴
순대국밥   4,000원


주소
성북구 동소문로 227




2. 길음시장 '난이네곱창'


화사가 일으킨 곱창 대란을 기억하는가. 그녀의 먹방 한 방에 곱창이 국민 음식으로 등극한지도 일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길음 시장 구석엔 줄 서서 먹는 곱창집이 있다. 화사가 다녀가지 않은 것에 감사할 따름. 곱창메뉴는 나오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니 자리에 앉는 동시에 주문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에피타이저인 콘치즈와 번데기탕이 먼저 나오기 때문에 걱정은 하지 말 것. 워밍업 운동이 끝나갈 때쯤 자극적인 양념이 버무러진 쫄깃한 곱창이 나온다. 곱창 한 입에 소맥 한 잔을 원 샷 하는 순간 게임오버. 어느새 또다시 방문할 날을 기약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대표메뉴
야채/순대 곱창 1인분   9,000원


주소
성북구 동소문로 225-13




3. 돈암제일시장 '태조감자국'


태조 감자국(TMI: ‘감잣국’이 올바른 표현)은 돈암시장의 터줏대감으로, 1958년에 개업하여 성북구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칼칼한 들깨와 상큼한 깻잎, 그리고 혜자스러운 등뼈는 여기서만 즐길 수 있는 별미. 이 모든 걸 2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즐길 수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금 태조 감자국은 시장에서 나와 주변 상가로 이전한 상태다. 큰 천막 아래 아무렇게나 놓인 식탁과 의자, 그리고 굵은 매직으로 쓴 메뉴판이 있는 정감가는 가게는 이제 없지만, 우리가 사랑했던 감자국의 맛과 가격은 여전히 그대로.


다같이 에헤야 데헤야 술을 저어라 엽전을 벌어라 감자국 먹으러 가자!



대표메뉴

감자국 1~2인기준   15,000원


주소
성북구 보문로34길 43




4. 돈암제일시장 '이레김밥'


바르다ㅇ선생, 고ㅁ민 김밥, △봇 김밥… 바야흐로 프리미엄 프랜차이즈 김밥집의 시대다. 치열한 김밥 생태계 속에서 후루룩 김밥 마는 내공만으로 오랜 시간 장사를 이어온 김밥집이 있다. 바로 돈암제일시장의 '이레김밥'. 이곳에선  2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야채와 넓적한 어묵, 알맞게 간이 된 밥과 김의 조화를 맛볼 수 있다.

메뉴판은 볼 필요도 없다. 김밥 하나만 판다.
참치김밥도, 야채김밥도 아니다. 그냥 김. 밥. 두 글자만 적힌 메뉴판의 본새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니다.
이미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는 단골 식사 메뉴로 유명하다고. 재료도 소스도 특별한 건 없지만 평범한 재료들이 모여 이루는 조화는 오케스트라에 가깝다.



대표메뉴
김밥   2,000원


주소
성북구 동소문로 86-2




5.  돈암제일시장 '돈암순대'


미식가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들에게 그의 자취를 쫓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그는 바로 백종원. 맛의 보증수표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Vj 특공대, 생생 정보통의 수많은 조작 논란에도 백종원의 맛집은 무한 신뢰를 받으며 무한 웨이팅 신화를 써 나갔다. 돈암 순대도 그들 중 하나! 김밥, 순대 두 가지로 이루어진 단순한 메뉴이지만 나름대로 다양한 조합이 가능해 질리지 않게 먹을 수 있다. 김밥과 순대를 같이 먹을 수 있는 조합이 4,000원이다. 선짓국도 조금씩 제공한다.   



대표메뉴
김밥   2,000원

순대   4,000원


주소
성북구 동소문로18길 12


작가의 이전글 007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