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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랄라 Jan 07. 2020

무릎 구부리기

외국 살아보니 좋아?

2005년에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산지도 벌써 15년이 되어간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넘어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러 버렸다.


<한국에서 온 친구와 함께...외국 살아보니 좋아?>

가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가까운 친구들과 나누던  대화 속에서 유독 많은 퍼센트를 차지하는 것이 ‘외국 살아보니 좋아?’라는 질문이었는데, 그 질문에 난 참 많은 대답을 했었던 것 같다.

처음 3년 정도는 온갖 종류의 미사여구를 동반한 갖가지 모험담과 색다른 경험을 잘 조합하고 각색해 가며 열변을 토하기도 했었고, 애를 낳고 한국에 돌아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던 때에는 가족과 함께 한국에 사는 너희들이 참 부럽다는 얘기도 종종 했었다.


해외 생활이 좋았을 때는 조기 유학, 이민의 성공사례, YOLO, 워라벨을 주창했었고, 아이가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내 몸이 아프고, 경제적으로 힘들었을 때에는 인종차별과, 극복하기 힘든 언어, 의료문제, 느려도 너무 느린 행정처리 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었다.

그때 했던 많은 얘기들 중 거짓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미국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유치원을 경험하고, 스웨덴에 와서 초등교육을 받는 딸아이에게

"한국이 좋아? 외국이 좋아?”라는 질문을 나도 한번 해 본다.

“엄마! 한국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어 좋고, 외국은 친구들이 있어 좋아요. 다 똑같은 거예요!” 아직 만 열 살이 되지 않은 아이가 사십 중반을 넘어가는 엄마에게 정답을 던져 주었다.

<친구가 있어 좋아요>

친한 지인이 종종 이야기하던 <질량 보존의 법칙>이 떠오른다. 질량은 형태가 변하더라도 그 총 양은 보존이 된다는 질량 보존의 법칙은 우리 인생에도 적용된다는 이야기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도 않고, 뜻 하지 않던 행운이 찾아들기도 하는 우리들의 인생에서, 결국 각자가 짊어져야 할 삶의 총무게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변화될 수 없는 무게라면 불평하기 보단 무게를 감당하기 위한  방법들을 더 고민하고 생각해 봄이 옳을 것 같다.


인생은 짧은 담요와 같아서, 끌어당기면 발끝이 춥고 밑으로 내리면 어깨가 싸늘하지만 긍정적인 사람은 무릎을 구부려 쾌적한 밤을 보낸다는 M. 하워드의 글처럼 나도 내 무릎을 구부려 보는 연습을 해 보아야겠다. 

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나는 쾌적한 밤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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