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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랄라 Jan 31. 2020

나에게 대한민국이란

우리 모두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계획치 않게 미국, 영국, 스웨덴이라는 곳에서 그 나라의 생활을 경험하고 직접 살아볼 기회가 생긴 것은 그것이 힘들고 좋고를 떠나 익숙지 않음을 경험한다는 측면에서 <배움>의 의미를 부여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젊음의 패기로 생활의 어려움을 헤쳐나갔던 미국에서는 끈기와 개척정신을 배웠고, 전통과 역사가 숨을 쉬는 영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서로 다름을 조금 더 인정하려 노력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스웨덴은 올라갈 곳이 없는 평등을 기반으로 한 사회 구조적 측면에서 <이질적이지만 색다른 문화>를 익혀 가는 중이다. 숙련된 미용사의 월급이 대학교수보다 많고 자동차 정비사 자격증이 박사학위만큼 가치 있는 곳, 평등이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최대의 가치인 스웨덴이라는 나라는 지금껏 경험치 못한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이렇게 다양한 배움을 주는 이 나라들의 역사와 문화, 가치 그리고 그 속의 사람들이 고맙기도 하지만 그래도 역시 내가 정작 사랑하는 나라는 나의 고국 그리운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을 사랑한다.

   

어느 나라에서건 샐러드 칸에 김치라는 한국 메뉴가 등장하고, 비빔밥, 불고기, 잡채 등을 맛있다고 웃으며 먹는 외국인 친구들을 보면 괜스레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고 싶은 마음이 우러나 영어로 된 김치 레시피를 찾아가며 설명해 줄 때도 있고, 김치를 직접 만들어 시식하는 배려를 마련한 적도 있었다.

4년에 한 번 오는 귀한 노는 날이라고 생각했던 투표 날이 되면 유학시절부터 버스와 기차를 갈아타면서까지 찾아가게 되었고,  남편은 한술 더 떠  재외국민 투표 스웨덴 선거 관리 위원으로 등록까지 하였다.


외국인 친구와 다툰 두 번의 경험도 떠오른다. 미국에서 중국 친구와 함께 얼굴이 벌게지며 크게 말다툼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도 생각해 보면 <백두산이 한국 땅이다, 아니 중국 땅이다>라는 영토 소유권을 두고 마치 서로의 나라를 대변하는 양국 장관들처럼 열을 토했었다. 일본 친구들이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되었다며 은근 비웃을 때에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나의 정치적 성향에 개의치 않고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 않니? 너네는 여자 대통령 뽑아 본 적 있니? 라며 그녀를 대변하였다.

BTS의 포스터를 받고 눈물짓는 스웨덴 청소년들과 현지에서 떡볶이를 만드는 외국인들, 칸의 황금 종려상을 휩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노벨 박물관에서 만나본 김대중 대통령의 옥중 서필도 말할 나위가 없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만들어낸 이 엄청난 변화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바라보는 세계인들의 따뜻한 시선에서 몸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며칠 전부터 뉴스를 지켜보고 있었던 터였는데 바이러스 진원지로 의심되는 우한에 사는 한국 교포들을 전세기로 실어 한국으로 옮기고 일정기간 동안 격리시킨다는 뉴스를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 뉴스에 달린 댓글들이 참 슬프다.

병균 덩어리들, 세금 파먹는 벌레들, 영원히 추방시키라는 등... 뉴스를 보고 있자니 이번에는 격리 시설이 있는 지역의 주민들이 복지부 차관에게 물병을 던지고 격한 항의를 한다고 한다.

이게 우한이 아니라 스톡홀름에서 일어난 바이러스였다면 나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세금 쓰는 병균 덩어리들이 온다'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그 사실이 슬프다. 멀리 떨어진 연인처럼 애틋한 그리움으로 지내왔는데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타박을 받은 것 같다.


애인에게 차인 느낌으로 글 쓰기를 멈추고 한나절을 바삐 움직였다. 마트를 다녀오고, 아이의 간식을 만들고, 집안을 깨끗이 쓸고 닦고 다시 한번 노트북에 손을 얹어 본다. 그리고 관련 뉴스를 한번 더 검색해 보았다.


   랭킹 1위 뉴스가


“많이 힘드셨죠? 우한 교민 환영합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We are Asan, 고통과 절망 속에서 힘드셨죠? 아산에서 편안히 쉬었다 가십시오”라고 쓰인 흰 도화지가 사진으로 보인다. 뉴스의 내용을 살펴보니 아산에 온 우한 교민을 환영한다는 SNS 운동이 시작되었고, 많은 이들이 이에 동참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는 내용과 함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우리 모두가 대한민국 국민들입니다>라는 따뜻한 댓글이 몇천 개를 넘어가고 있었다.


오후 내내 안 좋았던 구겨지고 움츠려 든 마음이 먼지를 털어내는 이불처럼 활짝 펼쳐졌다.


동백꽃 필 무렵의 마지막 회 공효진의 대사가 떠오른다.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될 수 있을까?>라던 그녀의 물음에 대한 대답을 듣게 된 것 같다.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자랑스럽다.

하나하나의 촛불이 스스로 타오르는 나라, 한국의 위상은 역시 사람에서 나오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비슷한 듯 다른 무수히 흐트러진 점들이 촘촘히 모여 선이 되고, 그 선이 다시 형태를 만들어 <우리>라는 힘으로 무한한 감동을 일구어 내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


전 세계에 흩어진 점으로서 각자의 역할을 성실하고도 묵묵하게 감당하고 있는 해외 동포들이 자신의 존재를 정의 내릴 때, 아마도 <대한민국>은 타인과 다른 <나>라는 개인의 정체성을 이루어 내는 가장 본질적인 역할을 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손흥민이 80m 드리블로 솔로 골을 놓았을 때, 맥주를 마시던 스포츠바의 많은 이들이 <Are you Korean?>이라고 물으며 축하의 인사를 건네는 것도 <나>라는 개인이 갖는 존재의 정체성을 <대한민국>이라는 조국의 뿌리와 연결 지어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1박 2일의 여행을 감행하는 해외 교포의 심리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고 싶은 이유에서 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미시 U.S.A라는 미국에 사는 현지 한국 주부들이 특권층 자녀의 부정입학 건에 그렇게 그들의 열정을 쏟아부은 것 또한 자신들의 정체성이 <부정입학>이라는 부패의 고리로 상처 받기를 원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대한민국>이라는 공간이 아닌 <타국>이라는 공간에서 하루하루 삶을 살아가는 해외 동포들에게 우리의 조국은 개인을 버티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힘의 원천이며 뿌리이다. 가장 아름다운 나라 한국을 소망하던 백범 김구 선생님의 마음과, 민주주의를 지키려 수백만이 들었던 촛불이 내 가슴속에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이라는 조국,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될 수 있는 힘을 보여준 우리의의 대한민국을 사랑한다.

<나도 자랑스런 대한민국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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