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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JOJO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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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브로라 Aug 26. 2022

JOJO 13화


창 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열린 창으로 들어오는 비에 젖은 흙냄새와 스피커에서 흐르는 <키스자렛>의 피아노 연주, 그리고 조조의 목소리가 주변의 밀도를 이상적으로 채우고 있었다.


조조는 커피잔 바닥에 말라가는 진한 커피 향을 맡으며 말했다.


“사실, 내 인생도 끝없이 막연한 날들의 연속이었어.


중학교 2학년 때였나? 내가 너네 학교로 전학 갔을 때, 그때 실은 지방이 아니라 강남에서 전학 간 거야. 엄마가 사기로 전 재산을 날렸거든. 처음엔 성수대교를 건너서 원래 다니던 학교로 다녔는데, 그 다리를 건너는 짧은 시간 동안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을 몇 번씩 하게 하게 되는 거야.. 그때마다 바다에 뛰어내린 해군 이야기가 떠올랐어. 그렇게 바다에 빠지면 익사하기 전에 동사하거나 쇼크사로 죽는다고.. 그렇게 한동안 바다에 빠진 해군을 생각하다 보니 더 이상 그 학교를 다닐 필요가 있을까 싶었어. 난 강남에 살지도 않는데 강남으로 학교를 다닌다는 것도 이상하고.

엄마의 정부였어. 우리 집 재산을 날린 사람. 학교를 조퇴하고 일찍 하교했던 날 거실 소파에서 발가벗고 있는 두 사람과 마주친 적이 있어. 아빠와는 다른 인텔리 한 모습에 빠졌던 것 같아. 그래서 사기도 당했겠지? 그때 엄마를 보며, 막연한 내 삶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어. 가난도 우울증도 암도 말이야.


그러다 우연히 정목스님 말씀을 듣고 ‘부모도 나와 같이 인생에 대해 배워가는 학생일 뿐’이라는 깨우침을 얻게 되었어. 부모를 탓하는 것을 멈추고 나니 절벽 위에 홀로 오롯이 서 있는 내가 보이더라.


이 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건 오직 나 하나뿐이었어.


이제 그만 나도 사람답게 살고 싶은 생각에 내 발로 신경정신과에 찾아갔어. 300 문항이 넘는 설문지를 작성하고, 내 심리를 그림으로 그리고 약을 먹고 끝이 보이지 않는 상담을 했어.


그러다 한 번은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을 먹고 응급실에 간 적이 있는데, 공황발작의 10배만큼 심장이 뛰었고, 죽을 것만 같은 공포가 찾아오더라. 차라리 내가 먼저 죽음을 선택하고 싶을 만큼 두려운 공포였어. 그리고 그때 나는 죽음 대신 119를 불렀어. 암막커튼에 가려졌던 태양이 집을 나와 구급차에 실리는 동안 섬광처럼 터졌어. 그 순간 잠깐 기억을 잃었던 것 같아.


소란스러운 소리에 희미하게 눈을 떠보니 응급실의 공기 중에 소독용 알코올 냄새가 가득했고, 대기실 의자엔 아픈 사람들이 빼곡하게 앉아 있었어. 머리에 붕대를 감은 사람, 코에 휴지를 틀어막고 멍하게 앉아 있는 사람, 들것에 실린 환자를 이송하는 구급대원들, 쓰레기통을 안고 구토를 하는 사람, 기다림에 지쳐 소리 지르는 사람까지 그곳은 한마디로 아비규환의 아수라장 그 자체였어. 하지만 그 어떤 지옥도 내가 살고 있는 지옥만 한 곳은 없었어.


침상에 누워 수액을 꽂고 진정제를 투여받고 나니 불안했던 마음은 서서히 진정되었지만 이내 지루한 시간이 시작되었어. 침상 위의 시간은 냉동 창고만큼 춥고, 느림보다 더 느리게 흘러갔거든. 나는 담요를 끌어안고 병원 천정 석고 텍스 안에 그려진 불규칙한 패턴을 한 장씩 세어 보았어. 그러다 문득, 약기운이 멈추면 다시 발작이 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생기더라.


마음이 급해졌어. 약의 도움을 받아 조금 힘이 생겼을 때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했으니까. 하지만 내 속에서 미해결 된 문제가 남은 상태로 억지 긍정에 매달리다 보니 문제의 실마리는 더욱 미궁에 빠졌고 그곳에서 결국… 암을 발견하게 된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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