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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JOJO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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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브로라 Aug 26. 2022

JOJO 12화


우리는 조조의 트럭을 타고 해안도로 근처 카페로 이동했다.


카페 주인은 크롬색 에스프레소 머신 위로 층층이 쌓여있는 따뜻한 커피잔을 꺼내 하트를 그려 카페라떼를 만들고 있었다.


카페 안에 울리는 달그락거리는 접시 소리와 한 번씩 울리는 그라인더 소리, 증기에 젖은 커피 가루를 탁탁 두드려 필터에서 꺼내는 소리, 그 사이를 유유히 헤엄치듯 <올라퍼아르날즈>의 august가 흘러가고 있었다.

 

이 아티스트의 음악을 들으면 나는 그와 함께 깊은 심해를 유유히 헤엄치는 범고래가 된다. 가장 낮은 하늘에 누워 우주를 한 움큼 들이 마시고, 뱃속에 있는 낡고 어지러운 낱말들을 뿜어내는 범고래.


모르핀을 맞으며 잠들어 있을 때도 그랬다. 마치 꿈이 현실 같고 현실은 환상처럼 느껴졌다. 진통제에 취해 잠들어 있던 병실 문을 열고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 내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빼던 촉감, 그리고 빈손을 조심스레 잡고 기도하던 아주 먼 곳으로부터 도착한 한 남자의 실루엣.. 그날의 모든 기억은 어쩌면 혼자만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게도 아빠가 있었다는 사실은 놀랍게도 모든 두려움 속에서 내 손을 잡아주었다.


카페 주인이 내려준 파나마 게이샤의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싸자 여름 비에 얼었던 몸이 얼음처럼 녹아내렸다. 나는 두 손을 포개어 커피잔을 감싸고 있는 조조의 하얀 손가락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도 큰 수술을 했었어. 그리고 지금의 나는 수술하기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멀어져 있고. 그때의 내가 무지개 각각의 색에 매달려있었다면 지금은 쿨 톤에서 웜 톤으로 지나가는 것을 어떤 것을 조금은 여유로이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 이렇게 보니, ‘비극’은 무수한 텍스트 사이에 잠시 머무는 쉼표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사실 나는 건강을 잃고 난 뒤에 건강의 소중함 보다, 사랑의 본성을 알게 되었어. 내게 부족한 하나가 바로 사랑이었고, 사랑만이 내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처방전이라는 것도. 


마친가지로 돈을 잃고 난 뒤에 알게 된 것 또한 돈에 대한 절실함이 아니라 사랑이었어. 신은 내게 사랑을 가르쳐주려고 건강도 돈도 잃게 한 거야. 그리고 이건 신의 농락이기 이전에 자연의 섭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천재지변 같은 거 말이야.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건 온통 사랑뿐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니까. 그래, 머리로는 잘 이해하고 있어.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사랑만 선택하기가 쉽지 않아. 특히 나에게 시련을 주는 사람에게는 더욱더. 그 사람만 없으면 내 인생이 호수처럼 잔잔할 것 같아서.”

“시련이야말로 신이 인간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야. 인간은 자기가 극복할 수 없는 단계의 시련을 만나야만 나라는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니까. 

두려움은 생각도 아니고 감정도 아니야. 두려움은 생각과 감정이 잠가둔 방의 목소리야. 내 속에 있는 진짜 나야. 그래서 너에게 오는 시련은 너를 깨우기 위한 네 안의 목소리고, 반드시 귀를 기울여야만 하는 목소리야. 그게 네가 한 세계를 깨고 나올 열쇠가 될 테니까.”


https://youtu.be/bTfDcUgzPB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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