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그리우면 삼겹살을 굽자
내가 있는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삼겹살을 즐겨 먹지 않는다. 삼겹살을 마트에서 구입하기는 쉽지만 좋은 삼겹살은 주로 아시아마켓에서 사곤 한다. 그래야 고기와 비계의 비율이 적당한 삼겹살을 구할 수 있다. 이곳 사람들은 너무 많은 비계는 몸에 좋지 않다 생각해서인지 비계를 떼버리곤 하지만, 한국인으로 종종 비계 있는 삼겹살이 그리워지곤 한다.
삼겹살을 사 오면 해 먹을 수 있는 건 많다. 큼직하게 덩어리째 넣어 김치찌개를 끓여도 좋고, 오븐에 크리스피하게 구워내어 삼겹살구이를 해도 좋다. 아니면, 양념으로 제육볶음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한국인에게 1등 삼겹살은 삼겹살 구이이다. 두꺼운 삼겹살을 치익 치익 불판에 구워서 가위로 잘라낸 후, 고기를 그냥도 먹고, 쌈에도 싸 먹는 맛은 대다수의 한국인이라면 즐기는 우리들의 소울푸드일 거다.
마켓에서 500g의 커다란 덩어리 통 삼겹살을 사 와서는 적당한 두께로 썰어내 본다. 조금은 특별하게 해 보고자 삼겹살에 양쪽으로 칼집을 내 본다. 전문가처럼 제대로 내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저 기분만 내본다. 그런 후, 프라이팬에 삼겹살을 노릇하게 구워준다. 이 날은 마땅한 채소가 없어 진정한 한국인의 삼겹살 한 상을 차려내진 못했다. 가위로 잘라먹어야 제대로인데, 따로 불판도 없고 고기 자를 큰 가위도 없다. 어쩔 수 없지, 삼겹살 스테이크처럼 칼질을 하며 삼겹살을 먹는다. 이 날은 쌈장이 아닌 고추냉이를 곁들였다. 쌈장의 감칠맛도 좋지만 고추냉이의 개운함도 기름진 삼겹살과 참 잘 어울린다. 많은 이들이 이미 알고 있는 환상 조합이지만 혹시나 모르는 분이 있다면 꼭 시도해보길 추천한다.
어릴 적 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을 때는 우리 집만의 파절이를 준비했었다. 우리 집 파절이는 다른 곳들과 다르게 조금은 새하얗다. 엄마는 식초, 설탕을 기본으로 하여 아주 약간의 고춧가루만 넣어 파절이를 만드셨다. 즉, 우리 집의 파절이는 새콤달콤한 맛이다. 시골에 살던 그 당시에는 고깃집에서도 파절이 파채를 따로 주지 않았기에 나는 대파 3대 정도를 직접 칼로 채 썰어 준비하곤 했다. 오빠가 파절이를 아주 좋아해서 거의 한 대접의 파를 해치우곤 했기 때문이다.
해외에 있어서 대파가 없어서, 쪽파와 양파를 이용해서 엄마의 파절이 양념을 만들었다. 새콤달콤한 게 입맛을 돋워 고기가 한없이 들어갔다. 새빨간 파절이 양념이 지겹다면 새콤달콤 우리 집 파절이를 만들어보자. 무절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새콤한 이 파절이가 입맛에 딱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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