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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Dec 21. 2022

한국인의 소울푸드, 삼겹살

한국이 그리우면 삼겹살을 굽자

내가 있는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삼겹살을 즐겨 먹지 않는다. 삼겹살을 마트에서 구입하기는 쉽지만 좋은 삼겹살은 주로 아시아마켓에서 사곤 한다. 그래야 고기와 비계의 비율이 적당한 삼겹살을 구할 수 있다. 이곳 사람들은 너무 많은 비계는 몸에 좋지 않다 생각해서인지 비계를 떼버리곤 하지만, 한국인으로 종종 비계 있는 삼겹살이 그리워지곤 한다.


삼겹살을 사 오면 해 먹을 수 있는 건 많다. 큼직하게 덩어리째 넣어 김치찌개를 끓여도 좋고, 오븐에 크리스피하게 구워내어 삼겹살구이를 해도 좋다. 아니면, 양념으로 제육볶음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한국인에게 1등 삼겹살은 삼겹살 구이이다. 두꺼운 삼겹살을 치익 치익 불판에 구워서 가위로 잘라낸 후, 고기를 그냥도 먹고, 쌈에도 싸 먹는 맛은 대다수의 한국인이라면 즐기는 우리들의 소울푸드일 거다.


마켓에서 500g의 커다란 덩어리 통 삼겹살을 사 와서는 적당한 두께로 썰어내 본다. 조금은 특별하게 해 보고자 삼겹살에 양쪽으로 칼집을 내 본다. 전문가처럼 제대로 내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저 기분만 내본다. 그런 후, 프라이팬에 삼겹살을 노릇하게 구워준다. 이 날은 마땅한 채소가 없어 진정한 한국인의 삼겹살 한 상을 차려내진 못했다. 가위로 잘라먹어야 제대로인데, 따로 불판도 없고 고기 자를 큰 가위도 없다. 어쩔 수 없지, 삼겹살 스테이크처럼 칼질을 하며 삼겹살을 먹는다. 이 날은 쌈장이 아닌 고추냉이를 곁들였다. 쌈장의 감칠맛도 좋지만 고추냉이의 개운함도 기름진 삼겹살과 참 잘 어울린다. 많은 이들이 이미 알고 있는 환상 조합이지만 혹시나 모르는 분이 있다면 꼭 시도해보길 추천한다.

어릴 적 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을 때는 우리 집만의 파절이를 준비했었다. 우리 집 파절이는 다른 곳들과 다르게 조금은 새하얗다. 엄마는 식초, 설탕을 기본으로 하여 아주 약간의 고춧가루만 넣어 파절이를 만드셨다. 즉, 우리 집의 파절이는 새콤달콤한 맛이다. 시골에 살던 그 당시에는 고깃집에서도 파절이 파채를 따로 주지 않았기에 나는 대파 3대 정도를 직접 칼로 채 썰어 준비하곤 했다. 오빠가 파절이를 아주 좋아해서 거의 한 대접의 파를 해치우곤 했기 때문이다.


해외에 있어서 대파가 없어서, 쪽파와 양파를 이용해서 엄마의 파절이 양념을 만들었다. 새콤달콤한 게 입맛을 돋워 고기가 한없이 들어갔다. 새빨간 파절이 양념이 지겹다면 새콤달콤 우리 집 파절이를 만들어보자. 무절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새콤한 이 파절이가 입맛에 딱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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