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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Jan 24. 2023

혼자라도 설맞이 한 상

혼자라도 잘 먹어요

해외에 나와서 맞는 두 번째 설이다. 지난 설에는 설맞이 상차림을 하기 위해 장을 잔뜩 봐두고는 몸이 안 좋아서 별다른 요리를 하지 않고 넘어갔었다. 이번에도 설이 다가오면서 혼자지만 뭔가 차려먹어야지라고 일주일 전부터 다짐했다. 딱히 아픈 곳도 없어서 컨디션도 좋았다. 최근에는 토요일마다 오전에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서, 토요일에도 일찍 일어나야 한다. 아침에 볼일을 보고 오후에 집에 돌아오면서 설맞이 장을 봤다. 아시아마켓도 가려했으나 귀찮아서, 집에 있는 재료들과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로만 설맞이 상차림을 하기로 맘을 먹는다.


내가 정해둔 메뉴는 간단했다. 떡만둣국, 고기찜, 전 하나, 삼색 나물. 이 정도만 차려둬도 명절 분위기는 날 거라 생각했다. 얼마 전 집에서 만두를 직접 빚어서 냉동실에 만두가 가득하다. 떡볶이 떡만 있고 떡국떡은 없지만 떡볶이 떡을 잘 자르면 조금 미니 사이즈지만 떡국떡이 될 거라 생각해서, 떡볶이떡으로 떡국을 하기로 한다. 동그랑땡도 만들어야겠지만, 만두를 빚으면 남았던 만두소를 냉동해 둬서, 그 만두소로 동그랑땡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장을 볼 것도 딱히 없었다. 갈비는 돼지등갈비로 찜을 하려고 맘을 먹어서, 돼지등갈비를 한 팩 사고, 만둣국 고명과 동그랑땡에 쓸 계란, 숙주 한 봉지, 큰 무 하나 그 외는 그냥 먹을 간식이나 다른 용도 재료들을 샀다. 사람이 나 혼자 뿐이니 명절 장보기도 너무 간단했다.


장을 보고 집에 돌아와서는 조금 쉬다가 설맞이 저녁상차림을 위해 5시쯤 천천히 요리를 시작한다. 여러 요리를 할 때는 미리 머릿속으로 어떤 순서로 할지 대략적인 계획을 세워야 빠르게 할 수 있다. 등갈비찜이 가장 오래 걸리니까, 갈비찜을 먼저 시작한다. 등갈비를 토막으로 모두 잘라내 주고, 냄비에 물을 붓고는 한번 푸르륵 끓여준다. 이렇게 하여 표면을 익히면서 불순물과 함께 잡내를 조금 제거해 준다. 냄비도 깨끗하게 다시 씻고, 고기들도 모두 잘 씻어준 후, 다시 냄비에 담는다. 고기가 잠길 만큼 물을 부어준다. 그런 후, 간장과 설탕을 3:2 비율 정도로 부어준다. 끓여주기 시작한다. 끓으면 중 약불로 줄여서 뭉근하게 계속 졸여준다. 갈비찜에 넣을 다른 재료는 양파, 마늘, 당근정도뿐이지만 이만하면 충분하다. 당근을 잘라서 테두리를 둥글게 깎아준다. 그래야 예쁘다. 냉장고에 남아있던 버섯도 꺼내서 칼집을 넣고 문양을 내준다. 명절이니까 뭐든 조금이라도 예쁘게 하려고 애써본다. 부재료도 준비를 해두면, 이제 한 30분 고기가 익는 동안 다른 것들을 요리한다.


나물은 미리 만들어도 괜찮으니 나물을 한다. 오늘 할 것은 간단하다. 느타리버섯나물, 숙주나물, 오이나물이다. 오이는 그냥 냉장고에 있기에 선택한 재료다. 삼색나물을 위한 선택이랄까. 느타리를 끓는 물에 데쳐내고는 잘게 찢어준다. 칼보다는 손으로 찢어내 준다. 그런 후, 물기를 꼭 짜내주고는 다진 마늘, 파, 참기름, 소금을 넣고 버무리며 맛을 본다. 숙주도 똑같다. 끓는 물에 데쳐내 주고, 물을 꼭 짜내준 후, 다진 마늘, 소금, 참기름으로 버무려 마무리한다. 오이는 썰어주고 5분 정도 소금에 절여준다. 그런 후, 물기를 짜내고, 참기름과 깨를 넣어 버무리면 끝이다.

이제 30분쯤 지나서, 고기가 어느 정도 익었을 거다. 이때 부재료들을 모두 넣어준다. 다진 마늘도 듬뿍 넣고, 양파, 당근을 넣어준다. (버섯은 나중에!) 맛있어지길 빌면서 계속 30분 더 끓여내 준다. 그동안 이제 떡국을 끓이자. 얼마 전 파리의 한인마트에서 사골국물 한팩을 사 왔다. 그래서 떡국육수를 사골로 하기로 결정한다. 덕분에 너무 간단하다. 사골국물을 냄비에 붓고, 불에 불려뒀던 떡볶이떡을 꺼내서는 떡국떡 모양으로 잘라주고, 사골국물에 투하하여 끓여준다. 냉동실에 있던 만두도 넣어 끓여준다. 끓이는 동안, 계란지단을 부쳐내어 채 썰어 고명을 준비한다. 계란지단을 부친 후, 프라이팬에 그대로 동그랑땡을 준비한다. 냉동실에 얼려있던 만두소가 해동되면 동글동글 빚어내어 부침가루를 묻힌 후, 계란물을 묻혀 기름 듬뿍 뿌린 프라이팬에서 구워내 준다. 전이 다 되었을 때쯤 만둣국도 다 되었다. 이제 등갈비찜에 버섯을 넣고, 참기름을 휙휙 두르고, 후추도 좀 뿌려내주고 10분만 더 끓여내 준다. 모든 요리가 완성됐다.

그릇에 요리들을 담아낸다. 혼자기에 조금은 소박하지만, 그래도 명절분위기는 갖춘 설날맞이 한 상이 완성되었다. 떡국을 한 입 먹는다. 떡볶이 떡을 잘라내서 조금은 작은 떡국떡이 오히려 더 좋은 느낌이 든다. 한입에 여러 개의 떡국떡이 들어가는 느낌이 좋다. 등갈비찜도 먹어본다. 뼈에서 고기가 바로 분리된다. 아주 부드럽고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았지만 살짝 달달하면서 감칠맛이 아주 좋다. 나물도 먹는다. 신선한 나물들이 좋다. 오이는 많이 나물처럼 무쳐먹지 않는 재료지만, 이렇게 만들면 상큼하고 플래시 한 맛이 아주 좋다. 만두소로 만든 동그랑땡도 동그랑땡 분위기가 그대로 난다. 모든 게 만족스럽게 잘 되었다. 다만 혼자란 게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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