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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Nov 04. 2022

맛보다가 다 먹는 숙주 샐러드

내 맘대로 만들어 본 숙주 샐러드

아시아 마켓에서 숙주를 한 봉지 사 왔다. 숙주나물을 딱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기에, 내가 숙주를 살 때는 팟타이를 해 먹거나, 라면에 숙주를 넣어 먹는 정도이다. 예전에 후배네 아버님이 하는 치킨집에 갔었는데, 숙주 샐러드가 나왔었다. 그날 나는 치킨보다 숙주 샐러드를 더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사온 숙주로 팟타이를 해 먹고 나니, 언제나처럼 숙주가 잔뜩 남았다. 다 물러버리기 전에 뭔가 해치워야겠다 싶었다. 그때 그 치킨집의 숙주 샐러드가 생각났다. 정확한 레시피는 모르기에, 내 기억을 더듬어 비슷하게 양념해보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먼저 숙주를 끓는 물에 살짝 데쳤다. 너무 오래 데쳐 숙주가 무르지 않게, 숙주의 탱탱함이 살아있게 데쳐줘야 한다. 그런 후, 찬물에 헹궈줘서 오버 쿡이 되지 않도록 해 주고, 물기를 꽉 짜서 숙주를 준비해둔다. 색이 밋밋해서 냉장고에 남아있던 부추도 잘라 함께 살짝 데쳐주었다. (부추는 없어도 그만이다.) 그런 후 레시피가 없는 양념을 준비할 차례였다. 간장이 들어갔던 게 기억이 나서, 먼저 그릇에 간장을 붓는다. 그런 후, 새콤함을 위해 식초를 넣어주고, 식초의 신맛을 살짝 잡아줄 설탕을 넣는다. 너무 짤 수 있으니 물을 넣어 적당한 간을 맞춘다. 참기름을 아주 약간 한두 방울만 넣어주었다. 참깨를 듬뿍 넣어준다. 그 치킨집의 숙주 샐러드 맛이 났다. 여기서 뭔가 아쉬움이 남아서, 향신료 통을 뒤지며 칠리 플레이크를 찾아서 칠리 플레이크를 넣어준다. 그런 후, 숙주를 버무리고 숙주가 소스를 다 머금도록 기다려준다. 먼저 맛을 본다. 원래는 이렇게 샐러드를 만들고 고기와 함께 먹으려 했는데, 한 입 맛을 보니 멈출 수가 없어서 서서 그 자리에서 만든 샐러드를 다 먹어버렸다. 매콤, 새콤한 게 너무 맛있었다.



내가 만들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라서, 카카오톡으로 여기저기 자랑을 했다. 사람들에게 먹이고 싶은 맛이었다. 언니라면 분명히 좋아할 거고, 엄마도 잘 드실 것 같았고, 어디 메뉴로 내놔도 손색없을 맛이었다. 내 맘대로 만들어본 숙주 샐러드지만, 근 한 달 동안 먹었던 어느 것 보다 맛있었다. 숙주가 있다면 재미없는 숙주나물 대신, 숙주 샐러드를 만들어 보자. 맛을 보면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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