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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Jan 11. 2024

[프롤로그] 조금은 갑작스럽게 한국에 돌아가게 되었다

나는 연구원이다. 비정규직 연구원이다. 프랑스에서 2년 넘게 연구소에서 일하며 살고 있다. 프랑스에 살고 있다니, 해외생활이라니 누군가는 로망으로 삼기도 하며 부러워하기도 한다. 살아보니, 나는 어디서라도 살 수 있는 사람인 걸 알았다. 그리고 사는 곳이 그리 중요치 않고, 여기나 저기나 거기나 다 사람 사는 곳은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다. 학생이라면 조금 다를까?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매일 출근을 하고 퇴근 후에야 저녁에 내 개인 시간을 갖게 된다. 그러다 보니 저녁 메뉴를 조금 다르게 차리는 것 말고는 반복되는 일상들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저녁 메뉴에 제법 신경을 많이 쓴다. 가끔은 하루하루가 너무도 지루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내가 어딘가를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난 여행 가기 하루 전날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다. 매번 여행 가는 거 다 취소할지 말지를 계속 고민하는 타입의 사람이다. 낯선 곳, 새로운 곳에 대해 불편해하고 스트레스받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사람은 또 한 가지 면만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가기 전에 그렇게 스트레스받아도 매번 어딘가로 떠나면 잘 지내고 돌아오곤 한다. 집에만 있는 일상이 좋으면서도 집에만 있으면 답답함을 느낀다. 매번 뭔가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 하다 못해 저녁 메뉴라도. 


그런 프랑스에서의 단조로운 일상에서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2년여간의 프랑스 생활이 마무리 되게 되었다. 조금은 갑작스럽게 결정되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정해진 후, 조금은 더 단조롭던 일상에서 사람들을 더욱 자주 만나고 조금 더 일상에 다채로움을 채워 넣으려 애썼던 것 같다. 단조로운 일상에서 사람과의 만남, 여행, 연구, 취미생활 등을 통해 조금이라도 일상에서 즐거움을 느끼려 해 본다. 반복되는 일상에 종종 지루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마냥 모든 것이 완전한 반복은 아니라는 사실에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려 노력해 본다. 어릴 적부터 싸워온 불안과 우울도 여전히 함께지만, 요즘은 많이 나아져서인지 일상 속에 전보다 희망을 가진 채 살아가고 있다. 오늘은 조금 더 즐거운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종종 든다. 


이 책은 2024년, 한국으로의 귀국이 결정된 후 프랑스에서의 마지막 3개월을 담고 있다. 다시 새로운 변화를 위해 프랑스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지루하지 않게 마지막까지 프랑스에서의 삶을 마무리하고자 하는 나의 의지가 담긴 일상의 기록들이다. 독자에게 '이런 삶도 있구나'-라는 정도라도 전달이 된다면 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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