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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Nov 08. 2022

양배추찜도 짝꿍이 있어요

양배추찜과 참치 쌈장

나는 위장이 조금 약한 편이다. 스트레스성 위염으로 한동안 고통받기도 했었고, 어릴 적마다 틈만 나면 장염으로 병원에 입원도 종종 했었다. 위가 아파 속이 쓰릴 때 어딘가에서 양배추가 위에 좋다는 말을 접했다. 양배추즙을 검색해보고는 브로콜리까지 들어있다는 제품을 찾아서 신나는 마음으로 주문을 했다. 이것만 먹으면 다시는 안 아플 것 같은 마음이 들었었다. 만약 정말 먹을 수 있었다면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처음 봉지를 뜯는 순간부터 나는 알았다. 세상에서 맡아본 적 없는 맡기 힘든 냄새였다. 결국 나는 건강보다는 맛을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난 남은 봉지들을 그대로 방치하다가 결국 하나하나 뜯어서 하수구에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후, 익은 양배추라면 그 양배추즙의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아 피하게 되었었다. 양배추찜의 짝꿍을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도 지금까지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양배추찜과 짝꿍. 천생연분. 단짝은 바로 참치 쌈장이다. 어디선가 참치 쌈장과 양배추찜을 함께 먹으면 맛있다는 후기를 보았다. 그렇게 처음 시판 쌈장에 참치캔을 섞었고 이것을 양배추찜과 함께 준비해보았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면서 뜸을 들이다가 양배추찜에 밥을 얹고, 참치 쌈장을 얹어 먹었다. 그 역하던 냄새가 나지 않았다. 참치가 쌈장의 지나친 짠맛은 잡아주면서 참치의 기름으로부터 고소함이 추가되었다. 양배추는 그저 부드럽게 이들을 둘러싸고 있으면서 단맛을 주었다. 오. 맛있어서 나는 조금 놀랐었다.


이 나라에서도 마트에 가면 양배추가 많이 판다. 어느 날 양배추 한 통을 보니, 참치 쌈장과 함께 먹었던 그 맛이 생각났다. 더 이상 양배추즙의 역한 냄새가 아닌 맛있던 쌈밥이 생각난 것이다. 양배추를 사 와서 찌는 것이 귀찮아서, 그릇에 양배추를 담고 물을 부어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익혀냈다. 간단하게 양배추가 익었다. 그런 후, 참치캔을 준비하고, 고추장과 된장을 1:3으로 섞고, 갖은 야채들을 넣고 볶다가 물을 붓고 참치를 넣어서 섞어주며 참치 쌈장을 준비했다. 약간의 참기름도 넣어주고, 살짝 설탕을 넣어 단맛을 조금 더 주기도 했다. 그렇게 준비된 참치 쌈장과 양배추찜으로 한 끼 시골밥상을 준비했다. 양배추를 듬뿍 먹고 나니 위가 더 건강해진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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