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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Nov 10. 2022

제육볶음이 맛없을 땐 김치를 넣자

김치제육볶음

혼자 요리를 해 먹다 보니 딱히 정해진 레시피 없이 요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느 날은 원하는 맛이 나오지 않기도 하고, 어느 날은 예상했던 것보다도 너무 맛있는 요리에 자신을 칭찬하기도 한다. 요리가 잘 된 날은 맛있게 잘 먹으면 그만이지만 성공적이지 못한 날도 어떻게라도 살려내어 먹을 만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럴 때 내가 종종 사용하는 비법이 바로 김치이다.


김치가 메인이 되는 요리인 김치볶음밥이나 김치찌개 같은 요리가 아니고는 가능하면 다른 요리에 김치를 넣지 않는 편이다. 일단 김치 자체의 존재감이 워낙 커서, 어디에 넣더라도 김치의 존재감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감자탕을 만들 때 김치를 조금만 많이 넣어버려도 김치찌개에 돼지등뼈를 넣은 느낌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렇기에 나는 김치를 넣는 데는 조심스러움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망한 요리 살리기에 김치만큼 좋은 재료도 없다는 거다.


코로나로 격리 중에 돼지고기와 채소볶음을 했는데 컨디션이 안 좋았던 건지 네 맛도 내 맛도 아닌 어정쩡한 맛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생각해낸 답이 바로 김치였다. 갖은 채소와 돼지고기가 볶아진 상태에 김치를 넣고 함께 다시 볶아주기 시작했다. 고춧가루, 간장, 다진 마늘, 설탕을 넣어주었다. 김치를 볶을 때는 김치의 신맛을 잡기 위해 설탕을 좀 넣는 편이다. 김치가 좀 더 물러버리는 게 좋았기에 물을 살짝 넣고 졸이듯이 요리해준다. 시간이 지나며 물기가 날아가고, 자작하게 딱 덮밥으로 먹기 좋은 상태가 되어버린다. 김치와 고기를 먹어본다. 훌륭하다! 마치 처음부터 김치제육이 되기 위해 요리했던 것처럼 완성도 있는 맛이 되어버렸다.



입 안에 들어가기 전까지 (태워버리지 않았다면) 요리는 끝이 아니다. 죽은 요리는 없으니 살릴 수 있다면 살려보자. 맛에 대해 생각하고, 필요한 맛을 더해보면 어느덧 당신의 요리실력은 일취월장할 것이다. 먹을 입은 나 하나뿐이니 부담이 없다. 1인 식탁의 자유를 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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