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떠나기 전 마지막 한 달은 내 간에게 미안할 시간들이었다. 태어나서 이만큼 술을 마셔본 적이 없었다 할 만큼 많은 약속이 있었고 술이 함께 했다. 마지막 일주일이 남았을 쯤에는 정말이지 더는 버티지 못하겠다 느껴질 만큼 피로감이 최대치였다. 이 글을 쓰기 위해 3월 한 달간 사람들과 송별회를 빙자한 약속들을 리스트로 만들어봤다. 30일 중 20일이었다. 내 간이 쉴틈이 없었던 게 정말이었다. 피곤하고 힘들다 느껴진 게 당연했던 거다.
3월, 프랑스를 떠나기 전 사람들과의 만남
3월 2일 - 한국인 지인 집에서 런치 모임/ 와인과 막걸리
3월 5일 - 프랑스 자매를 위한 저녁 식사 초대/ 와인
3월 6일 - 연구실 친구 3명을 위한 저녁 식사 초대 / 와인
3월 7일 - 지인과 중국 식당에서 저녁 / 맥주
3월 9일 - 한국인 지인 가족 집에서 런치~디너/ 와인
3월 10일 - 한인 성당 커뮤니티와 뒤풀이/ 맥주
3월 12일- 한글학교 선생님과 내 브런치 책 인터뷰 / 맥주
3월 13일 - 한국인 지인과 저녁 식사 / 맥주
3월 15일- 마지막 쿠킹 클래스- 코리안 BBQ/ 와인
3월 16일- 루마니아 친구네 집에서 런치~디너 / 와인
3월 19일 - 프랑스와 한국 지인 초대 디너/ 맥주, 와인
3월 20일 - 한국인 지인들 초대/ 와인
3월 21일 - 프랑스인 집에서 모로코요리/ 맥주, 와인
3월 22일 - 연구실 after work beer/ 맥주
3월 23일 - 한글학교 마지막 송별회/ 와인
- 한인 성당 커뮤니티 송별회/ 와인
3월 24일 - 루마니아 친구 부부와의 만남/ 맥주
3월 25일 - 한국인 친구들과 저녁 / 맥주, 칵테일
3월 26일 - 친한 지인 집에서 저녁/ 맥주
3월 27일 - 연구실 동료들과 마지막 인사 자리 / 와인
3월 29일 - 루마니아 친구 부부와 마지막 만남/ 맥주
내가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걸 알렸을 때 많은 이들이 아쉽다는 맘을 전해왔다. 내가 이곳에서 잘 지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런 말 한마디들이 기분 좋게 만들어줬다. 떠나기 전에 만나자는 약속들이 줄을 이었고, 이에 응해서 사람들을 만났다. 만남은 언제나 먹거리와 곁들이는 술이 함께 했다. 프랑스이기에 와인이 주를 이뤘다. 다만 마지막인 줄 알았던 만남들이 계속해서 다시 이어졌다. 만났던 사람들이 헤어질 때쯤이면 너무 아쉽다며 가기 전에 시간이 더 있는지 물어봤고 그렇게 다시 또 만날 약속을 잡았다. 그런 일들이 여러 번 반복되면서 처음보다 더 많은 약속들이 계속해서 이어지면서 쉴 틈이 없었다.
한글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알게 된 같은 선생님 한 분이 있다. 아이도 한글학교 학생이라서 알고 있었고 남편 분도 종종 학교에서 얼굴을 보며 안면은 트고 있는 사이였다. 우리 집에서 제법 가까이 살고 있음에도 특별히 왕래가 없었는데, 내가 곧 떠난다고 알게 된 후에 날 집에 초대해 주셨다. 준비해 주신 식사를 하면서 처음으로 많은 대화들을 나눌 수 있었다. 나와 대화를 나누며, 그분들이 전보다 내가 더 좋아졌었나 보다. 다음에도 놀러 오라고 초대해 주셨고, 그렇게 4번은 더 그 집을 찾아가게 되었다. 나중에는 한국에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우리 아랫집에 살라는 얘기까지 하셨다. 나를 이렇게 좋아해 주다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한글학교의 유아반 보조교사로 있으면서 나를 잘 따르던 아이가 있었다. 내가 그려주는 그림을 좋아하던 귀여운 여자 아이였다. 그 아이의 어머님과 친해졌다. 이 분도 내가 떠난다는 걸 알게 되고는 가기 전 한 번 맥주를 마시자고 하여 약속을 하고 만났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고 하셨다. 두어 시간 맥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얘기를 마치고 집에 갈 때쯤, 너무 즐거웠다며 진작 만나서 더 친해질 걸 너무 아쉽다고 하셨다. 그러더니 바로 며칠 후, 다시 만나자며 연락이 왔다. 그렇게 세 번을 더 만나고 그 집에도 초대받아 저녁식사까지 하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한 번이었을 약속이 늘어나면서 마지막 만남은 계속해서 또 다른 만남으로 이어졌다. 그만큼 사람들이 날 좋아해 준다는 거니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딱히 거절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나도 그들과의 만남을 즐겼으니 말이다.
이러한 사람들과의 1대 1 만남 외에도, 내가 프랑스를 떠나기 전 집에 초대해서 요리를 해주며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던 사람들과의 시간도 있었다. 사실 처음에는 가장 친한 루마니아 친구 부부만 하려 했었는데, 초대해서 함께 시간을 보내니 식사 대접이 너무 즐거웠다. 이번에 남들이 아닌 내가 더 하고 싶어 져 사람들을 더 초대하게 되었다. 그렇게 고마운 프랑스인 자매들, 연구실 친구들, 한국인 지인들 등 4번의 식사 대접을 더 하였다. 이렇게 식사 초대를 하니 또 다른 초대가 이어졌다. 프랑스인 자매 중 한 명이 자기 집으로 초대하며 모로코 음식들을 대접해 줬다. 그렇게 약속은 계속해서 새로운 약속을 낳았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면 계속될 것만 같았다.
사람들과의 만남 외에도 해야 할 일은 많았다. 낮동안 연구실에서 연구에 신경 써서 계약 종료 전에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애썼고, 갑상선에 갑자기 혹이 생기면서 병원도 예약하며 찾아다녀야 했고, 혼자 살았는데 짐은 또 왜 이리 많은지 정리해야 할 물건들이 너무 많았다. 이런 일들을 해내며 퇴근 후 사람들을 만나고 주말에 사람들을 만났다. 쉴틈이 없었다. 병원에 가서도 얘기를 했지만 이런 피로감 때문인지 간에 통증을 느꼈을 정도였다.
이렇게 사람들과의 만남이 많았던 날이 내 인생에서 있었나 싶고 앞으로도 있을까 싶다. 피로도는 최고였지만, 내가 잘 살아왔구나 싶어 뿌듯함도 최고치를 찍었던 날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