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의 생활이 끝날 시간이었다. 전날까지도 짐 정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몇 시간 충분히 자지도 못 한채, 부동산에 마지막으로 집을 점검받고 열쇠를 반납한 후, 집을 떠났다. 2년여간 살던 곳을 떠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기에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부동산 사람이 짐이 있으니 힘들겠다며 트램역까지 태워다 주었다. 인사를 하고는 트램을 타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평소보다 짐이 많아서인지 캐리어가 너무 무거웠다.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많아 계단으로 캐리어를 끙끙거리며 힘겹게 들고 가려 하니, 나를 본 한 남성분이 다가와서 캐리어를 플랫폼까지 들어다 준다. 이런 친절함이 고맙다. 기차에 타고는 짐칸에 캐리어를 들어 올려야 해서 너무 무거워 버거워하니 주변에 있던 남성분들 셋이 다가와 도움이 필요하냐며 도와주었다. 친절함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프랑스의 친절함이 고마웠다. 마지막까지 좋은 기억을 남겨주려 하는구나 싶었다.
기차에 자리에 앉았다. 옆에 기차가 지역열차라 Alsace라 적혀있다. 이 기차를 또 볼 날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2년 4개월간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연구가 잘 되지 않아 프랑스 생활에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연구 외의 모든 것이 다 좋았다. 소매치기를 만나 폭행을 당해 부상을 당했던 적도 있지만, 그런 사고가 났던 순간에도 날 도와주었던 친절한 프랑스인들이 많았다. 그렇기에 모두 이겨낼 수 있었다. 연구실에 있으면 평생 친구로 남을 만한 소중한 친구도 알게 되었다. 그 친구와 수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즐거운 경험들을 했다. 한글학교에서 봉사를 하며 내가 하고 싶던 다양한 문화 아뜰리에를 열어 프랑스 사람들에게 한국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소중한 경험들을 했다. 그런 과정에서 다정한 많은 이들을 만났다.
프랑스에 오기 전까지 내가 이렇게까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몰랐다. 나는 자기혐오가 있는 사람이라서 온전히 나를 사랑하는 게 어려운데, 프랑스에 오니 사람들이 내가 즐기는 많은 취미생활들을 좋게 봐주었고, 나와 나누는 대화를 즐거워해주었다. 내가 가진 것들을 가치 있게 여겨주며 나에게 끊임없이 많은 칭찬을 해주며 나를 좋아해 주었다. 내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해주었다, 이렇게 해주었다 얘기를 하면 한국에 있는 언니가 "사랑받고 있네"라고 말해주곤 했다. 따듯한 마음 가득한 사랑들을 받으며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다. 프랑스에서 만난 모든 인연들에 고맙다.
안녕 스트라스부르, 안녕 프랑스.
많은 사랑을 받고 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