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치기에게 폭행을 당하며 코뼈가 부러졌고, 그 당시에 쓰고 있던 안경이 망가졌다. 응급실에서 이비인후과에 꼭 가보라고 했는데, 다행히도 이전에 수술했던 부비동의 정기검진을 위한 이비인후과 진료가 바로 삼일 뒤에 예약되어 있었다. 코뼈가 부러진 후 찾아보니, 부러진 코뼈를 위한 진료에도 골든타임이 있다고 한다. 부러진 코뼈에 출혈이 있다거나 하면 나중에 코가 내려앉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 그 골든타임이 대략 일주일 정도였다. 다행히도 3일 만에 이비인후과를 찾아갔고, 응급실에서 찍은 CT에 대한 소견서와 내시경을 통해 코 안을 모두 확인하더니 모두 다 괜찮다고 했다. 천만다행이었다. 더 심각할 수도 있었는데, 나는 여러 면에서 운이 좋은 셈이었다. 주의사항은 축구 같은 격렬한 운동을 하지 말 것! (전혀 걱정할 일이 없었다.) 그리고 최소 4주까지는 안경을 쓰지 말라고 했다.
렌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주로 안경을 끼고 다니는 나는 할 수 없이 렌즈를 새로 구해야 했다. 한국에서 챙겨 온 컨택트 렌즈가 있기는 했지만 시력이 조금 나빠진 듯하여 렌즈를 새로 사기로 맘을 먹었다. 검색을 해보니 사보험 (Mutuelle)이 있으면 안과에서 렌즈 처방전을 받으면 거의 다 환급받을 수 있다고 했다. 안과 예약이 힘들지 않을까 싶어 내가 있던 스트라스부르의 모든 안과들의 예약 가능한 일자를 검색한다. 그러다 한 안과센터가 다행히도 며칠 뒤에 바로 예약이 가능했다. 예약을 잡은 후에는 어쩔 수 없이 세상을 흐릿하게 바라보며 일상을 보내야 했다.
안과에 갔다. 대기실에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예약하고 왔음에도 거의 40분은 기다렸던 것 같다. 의사를 만나기 전 간호사(?)가 먼저 간단히 시력 검사를 한다. 그 후, 진료실에 들어가서 의사를 만난다. 사정을 설명하고, 렌즈 처방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좀 더 꼼꼼하게 시력 검사를 한다. 프랑스 전문의 진료는 모두 꼼꼼하게 봐주는 듯하다. (비록 가본 곳이 이비인후과, 안과, 정신과뿐이지만 말이다.) 정성 들여 진료해 주는 느낌이다. 내게 처방전을 써줄 테니 테스트용을 써보고 일주일 뒤에 다시 오라고 말한다. 다시 오란 말에 내가 무슨 얘기냐 물으니, 이 지역은 렌즈 처방의 경우 처음에 임시 처방전을 준다고 했다. 임시 처방전으로 테스트용 렌즈를 받아서 일주일 정도 써보고, 다시 안과에 와서 이상이 없는지 확인 후, 영구 처방전을 준다고 했다. 안과에 또 와야 하다니... 피곤하다 생각했다.
그렇게 테스트 용 임시 처방전으로 길을 가다 안경점에 들어갔다. 가지고 있는 사보험 카드를 주니, 돈을 받지 않고 바로 테스트 용 렌즈를 주었다. 집에 돌아와 렌즈를 착용하니 눈이 훤해졌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눈이 아픈 기분이었다. 렌즈를 뺄 때는 더 아팠다. 그렇게 불편한 렌즈를 착용하고 일주일 뒤 다시 안과에 갔다. 이번엔 다른 의사였다. (의사가 사정이 있어 다른 의사로 대체되었다. 이런 일이 잦은 모양이다.) 전보다 영어를 잘하는 할아버지 의사였는데, 내 눈을 확인하더니 렌즈가 눈에서 달라붙지 않고 붕 떠있어야 하는데, 지금 렌즈는 맞지 않아 너무 달라붙는다고 했다. 새 렌즈 처방전을 준다고 했다. 역시나 임시 처방전이었다. 일주일 써본 후, 다시 와서 괜찮으면 그때 영구 처방전을 준다고 했다. 다행히도 새로 받은 렌즈는 눈이 편했다. 그렇게 일주일 뒤 다시 찾은 안과에서 영구 처방전을 받았다. 그렇게 힘들게 컨텍트 렌즈를 처방받아서 렌즈를 샀는데, 거의 3주의 시간이 걸렸다 보니 일주일만 있어도 그냥 안경을 다시 써도 되는 시점이었다.
비록 영구 처방전을 받아 렌즈를 사기까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첫 번째 처방전으로 산 렌즈가 내 눈에 맞지 않았던 것을 보면,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이런 시스템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단순히 내가 알고 있는 시력으로 아무 렌즈나 샀다면, 내 눈에 맞는 렌즈를 제대로 찾기 얼마나 어려웠겠는가. 지금까지 내가 렌즈가 불편하다고 생각했었던 것들도 아무래도 내 눈에 맞지 않는 렌즈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프랑스의 의료 시스템은 불편하긴 하지만 틀리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