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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3시간전

막내이기에 자유로울 수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결혼이나 출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내가 집에서 막내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나는 삼남매의 막내이다. 오빠와 언니는 이미 결혼하고 아이를 가진지 한참이 되어 제일 큰 조카는 곧 중학교에 올라간다. 오빠와 언니의 아이들로 내게는 이미 5명의 조카가 있다. 즉, 나의 부모님께는 손주가 5명이나 있는 거다. 그러니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충분한 손주 사랑을 느끼실 수 있는 거다.


막내이기에 결혼에 대한 압박 같은 데서 더 자유로웠던 것 같다. 친척들을 만나더라도, 막내인 내게 결혼에 대한 얘기를 하기 보다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와 오빠에게나 얘기를 하는 정도였다. 요즘은 이제 친척 어른들을 거의 뵐 일이 없어서 어쩌다보니 잔소리 같은 잔소리를 들을 일도 없다.


많은 경우에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하면 부모님들로부터의 압박이 있다고들 한다. 부모님이 손주를 기대한다고 말이다. 친구가 손자, 손녀가 생겼는데 너무 예쁘다더라는 말부터 우리 집 대가 끊기는게 말이 되냐는 그런 말들을 듣는 이들도 어느정도 있을 거라 예상된다. 그런 점에서 나는 매우 운이 좋은 편인거다. 아이를 가질 생각도 없고 결혼에 딱히 욕심이 없는데, 우리 부모님은 나의 언니, 오빠로부터 이미 모두 경험하셨으니 말이다.


언젠가 엄마와 여행을 가며 결혼, 육아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내가 결혼은 하면 하는 거고, 상대가 없으면 안하는 거라고- 하지만 아이는 생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엄마는 한국의 출산율 얘기를 하셨고, 나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 지구에는 인간이 너무 많대요.”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라고 요즘 말들이 많지만 나는 한국에서 더 나아가 전 인류 차원에서 생각한다면, 지구에는 이미 인구수가 너무 많다고 말이다. 엄마는 어이없다는 듯 들으면서도 진지하게 맞받아 쳐주셨다. “그렇네. 엄마가 한국만 생각했지 지구까지는 생각을 못 했네”라고 말이다. 장난처럼 했던 말이지만 엄마는 내가 아이를 갖지 않을 거라는 조금씩 받아들여 주신 것 같다. 그렇게 부모님께 손주를 안겨준 언니, 오빠가 있고-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주는 부모님이 있다. 그러니 난 운이 좋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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