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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9시간전

조카가 생기며 아이들이 싫지 않은 걸 알았다

나는 내가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기에 아이를 갖고 싶지 않은 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조카들이 하나 둘 태어나면서, 아이들의 사랑스러움을 알았다. 물론 사랑스러움만 알게 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신생아를 첫 조카가 태어났을 때 태어나서 처음 보았다. 너무 작아서 만지기 무서울 정도였다. 얼굴색도 사람의 피부색 같지 않고 쭈글쭈글하고, 사람 같은 느낌이 아니였다. 손가락과 발가락은 어찌나 작은지, 그 작은 데 손톱, 발톱이 다 있는게 그저 신기할 정도였다. 그렇게 첫 조카를 시작으로 내게는 다섯명의 조카가 생겼다. 조카들이 생긴 후, 아이들과 노는 일이 많이 생겼고 생각보다 내가 아이들과 잘 지낸다는 걸 알았다. 아이들이 귀여웠다. 물론 울고 떼쓰는 그런 순간들도 있지만, 내가 부모가 아니기에 아이들을 돌보는 시간은 잠깐이고 피곤해질 때 쯤에는 아이들과 헤어질 시간이니 남는 건 주로 귀여움 뿐이다.


조카들을 통해 아이들을 내가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더 확고해졌다. 첫 조카가 어렸을 때의 일이다. 내가 언니네 집에서 함께 살고 있었는데, 내가 매번 언니를 “언니”라고 부르자, 어느 날 조카가 자신의 엄마를 “언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어른의 행동, 말 하나하나를 그대로 흡수한 다는 걸 깨닫고 그 정도가 무서웠다.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 필요한 책임감이 너무 막중하게 느껴졌다. 난 그런 책임감이 싫다. 어쩌면 철이 덜 들은 걸지도 모르겠다. 그저 무거운 책임감은 피하고 싶어하는 걸 보면 말이다. 조카들과 함께하며 아이들의 소중함도 알았지만, 오히려 너무 소중하기에 나는 책임감이 무서워 내 아이를 더욱이 갖고 싶지 않아졌다. 나는 그저 나 하나 제대로 된 인간으로 살아가는데 애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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